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아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와... 그냥 내가 직접 갈래, 내가 간다구. 이제 3시 다 돼가는데..."

22일 오후 2시 40분. 아직 약속 시간이 다 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땅바닥에 뉘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오후 3시는 유동수 국회의원실에서 인천시 공무원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었다. 할아버지는 먼지 쌓인 폴더식 휴대전화만 계속 바라봤다. 국회 앞 단식농성 23일째다.

"기대 안 해, 나는. 지금까지 나한테 그렇게 세게 나왔던 사람들인데 내가 여기 왔다고 해서 뭐 바로 좋게 나오겠어?"

담당자 안내를 받으며 국회 안으로 들어온 김은주씨(인천시 계양구, 68세)는 불편한 몸을 옮기며 정작 큰 기대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난간을 짚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의원회관은 김씨가 누워지내던 매트리스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있었다.

김씨는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부지에서 임대 농사 중이던 자신에게 인천시가 보상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31일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관련 기사 : 오줌 지리며 버틴 22일 "왜 그러냐고? 여기, 국회니까").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지난 21일 김씨에게 이날의 회동을 제안했다.

23일 만에 도착한 100m, "건강? 건강해서 뭐해!"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하는 단식농성 23일차 김은주씨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하는 단식농성 23일차 김은주씨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국회의원실이 모여있는 의원회관에 도착하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김씨를 슬쩍슬쩍 흘긴다. 대개 몇 초면 간단히 처리되는 방문신청서 접수도 김씨는 10분이 걸렸다. 담당 직원들은 어딘가로 황급히 전화를 걸고 있다.

"이거 또 어떻게 잘못된 거 아니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는 거듭 불안해했다. 어렵게 도착한 의원실에서 김씨는 인천시 담당 공무원들을 만났다. 공무원들과 김씨는 서로 구면이었다.

담당 공무원 : "건강은 챙기셔야지."
김씨 : "(물병을 꽝 내려놓으며) 건강? 건강해서 뭐해!"

비공개 면담이 시작됐다. 회의실 문은 닫혔지만 중간중간 김씨의 또렷한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내 얘길 안 들었잖아!"

뜻밖에 마주한 국회의원... "나 그렇게 큰 거 바라는 사람 아니야"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회의 시작 10분 후, 유동수 의원이 회의실에 들어갔다. 김씨는 유 의원과 악수했다. 김씨는 오늘 약속 때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유 의원은 회의실에서 나오며 " 당시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인천시 쪽 노력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도 법적으로 뾰족한 수는 없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1시간 30분간의 회의가 끝났다. 김씨는 자신을 배웅한 유 의원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김씨는 또 눈물을 보였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똑같어. 아직 바뀐 게 없는데, 뭘. 답 준다니까 기다려 봐야지."

하지만 그는 곧이어,

"나 있잖아, 그렇게 큰 거 바라는 사람 아니야. 나 무슨 그렇게 뜬구름 잡고 허영심 부리는 사람 아니라구. 그냥 나를 그렇게 따뜻이 배웅해줬다는 거, 내 앞에서 일대일로다가 내 얘기를 들어 줬다는 거, 그거 하나에 그냥 되는 거라고 나는..."

그는 다시 국회 정문 앞에 몸을 뉘었다.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국회 앞 단식농성중인 김은주씨, 유동수 의원실 면담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태그:#김은주, #국회, #계양경기장, #유동수, #인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