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치열하다. 몸을 자주 부딪치는 축구는 더더욱 격렬할 수밖에 없다. 상대 팀 선수는 물론 감독, 심지어는 팬과도 충돌한다. 경기가 과열될수록 축구는 그만의 치열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런 축구 속에서도 '매너'가 있고, 격렬함이 크게 강조되는 스포츠기에 작은 배려의 몸동작 하나만으로도 훈훈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자신의 강력한 슈팅에 얼굴을 맞은 팬에게 경기 직후 찾아가 유니폼을 건네준 호날두의 스토리는 유명하다. 어찌 보면 정말 당연하고 사소한 움직임이지만, 이 행동 하나로 순식간에 훈훈한 스토리가 완성됐다.

K리그에도 분명 이런 미덕의 스토리가 존재한다. 다만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을 뿐. 그래서 다시 조명해봤다. K리그 팬이라면 알 법한, 하지만 꾸준히 더 알리고 싶은 K리그 속 훈훈한 스토리들.

'모든 팬은 소중하다' 인사하는 골키퍼 윤보상(광주FC)

킥오프 전, 응원석의 팬들은 바로 앞 골대의 키퍼에게 박수를 보낸다. 같은 팀 키퍼라고? 아니다. 심지어 상대 팀 골키퍼다. 멋있는 플레이를 펼쳐서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팬들이 상대 팀 골키퍼에게 박수를 보낼까.

광주FC 골키퍼 윤보상은 경기 전후마다 자신의 골대에 자리를 잡기 전에 항상 하는 자신만의 의식(?)이 있다. 바로 골대 뒤 응원석에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를 하는 것. 행여나 인사를 못 받는 팬이 있을까 무려 세 곳에나 구석구석 인사를 한다. 광주 팬들은 물론 상대 팀 팬들에게까지.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하지만 특별했다. 윤보상은 한 축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사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도리다"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타팀 팬들 또한 축구팬, K리그 팬이기에 예의를 다한다는 그. 이런 이유가 있기에 처음엔 의아해했던 타 팀 팬들도 이젠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기본적이면서도 사소한 것들을 실천하자는 다짐을 했다는 그는 지금도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세 번씩 꾸준히 팬들을 향해 배꼽 인사를 한다.

'매너 자책골' 이동국-최은성(전북 현대) 합작 고의 자책골

4년 전 7월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성남(당시 성남 일화)의 경기에서 황당 자책골이 나왔다. 하지만, 자책골 이후 모든 팬과 관중들은 자책골을 넣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골이 화려해서일까? 그건 아니다. 이 역시 훈훈한 스토리가 숨어 있었다.

전북이 1-2로 성남에 뒤지고 있던 후반 30분경. 성남 수비수 박진포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골키퍼 전상욱이 응급처치를 위해 공을 사이드라인으로 걷어냈다. 상대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을 경우, 재개된 후의 공을 해당 상대 팀에게 주는 것이 예의이자 축구의 불문율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북 이동국이 상대 팀에 공을 건네줬으나, 공 궤적이 길어져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1점 차의 치열했던 경기가 순식간에 동점이 된 상황. 이에 흥분한 성남 선수들은 이동국에게 모여 들었으나, 이동국은 양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의사를 계속 밝혔다. 결국, 전북은 최강희 감독의 지시로 고의 자책골을 넣기로 한다. 킥오프 직후, 성남 선수들에게 공을 건네받은 전북 선수들은 바로 골키퍼 최은성에게 연결, 최은성은 자신의 골문에 공을 차 넣으며 고의 자책골을 완성했다. 이 골은 K리그 역사상 최초의 고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경기는 비록 2-3으로 패한 전북이었지만, 고의 자책골의 훈훈한 장면으로 당시 '매너팀'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성남의 호날두' 김두현(성남FC)

성남의 캡틴, '두목 까치'라 불리는 김두현은 '캐논 슈터'로 유명하다. 그만큼 김두현의 슈팅이 강력하고 임팩트가 있기 때문. 하지만, 이 슛을 사람이 정통으로 맞으면 얼마나 아플까. 그것도 선수들이 아닌 일반 팬이 말이다.

2016년 K리그 개막전. 수원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김두현은 여느 때와 같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훈련 도중 김두현이 찬 강력한 슛이 관중석의 한 여성 팬의 머리를 맞추는 일이 발생했다. 성남은 골대 바로 뒤에 가변석을 설치해 응원석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던 팬이 김두현의 슈팅에 머리를 맞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두현은 바로 그 여성 팬에게 달려갔다. 여성 팬은 아파하는 기색은 보였으나 다행히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후에도 미안함이 가시지 않은 김두현은 경기 직후 곧바로 자신의 SNS와 구단을 통해 해당 여성 팬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SNS 댓글에 해당 여성 팬이 댓글을 남겼고, 김두현은 구단을 통해 여성 팬과 만남을 요청했다.

일주일 뒤 구단은 그 여성 팬을 다음 성남 경기에 초청했고, 경기가 끝난 뒤 김두현은 여성 팬을 만나 거듭 안부를 물은 뒤 친필 사인 유니폼을 건넸다. 김두현은 그 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행동이 성남의 행동이고 나의 매너가 성남의 매너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한 명의 성남팬도 잃고 싶지 않다"는 팬들을 향한 사랑을 어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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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윤승재기자
K리그 축구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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