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완투를 완투로 되갚으며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21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개의 안타를 치며 2-1의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NC의 외국인 에이스 에릭 해커는 9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1실점의 호투로 시즌 7번째 승리를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마운드에 해커가 있었다면 타석에서는 NC의 간판스타 나성범이 있었다. 나성범은 지난 5월28일 한화 이글스전을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가 20일 만에 1군에 복귀해 첫 경기에서 결승타와 쐐기 홈런을 터트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1군 복귀 첫 경기부터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NC타선의 무게를 더한 것이다.

100타점,100득점 시즌도 부진하다고 평가 받는 천재타자

광주 출신의 나성범은 진흥고 시절 투수보다 외야수에 더 익숙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로 LG트윈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가 아닌 연세대 진학을 선택했다. 대학 진학 후 본격적으로 투수에 전념한 나성범은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당사자들에겐 한일전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고려대와의 정기전에서는 4년 동안 3번의 완투를 포함해 2승1무1패 평균자책점 2.34라는 엄청난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대학 졸업반이던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전체 10순위)로 신생팀 NC에 지명된 나성범은 대학 최고의 좌완투수답게 3억 원의 높은 계약금을 받았다. 하지만 나성범은 2011년 가을캠프에서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타자전향을 제의 받았다. 당초 NC에서는 나성범을 좌완 에이스가 아닌 간판타자로 키우기 위해 지명한 것이다. 나성범은 고민 끝에 타자전향을 받아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탁월한 선택이 됐다.

나성범은 퓨처스리그에만 출전할 수 있었던 2012년 타율 .303 16홈런67타점29도루를 기록하며 남부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었다. 불과 1년 전까지 마운드에 섰던 선수가 퓨처스리그 최고의 타자로 변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성범은 1군 진입 첫 해였던 2013년 신인치고는 준수한 타율 .243 14홈런64타점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높았던 기대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나성범은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이던 2014년 타율 .329 30홈런101타점으로 대폭발하면서 NC를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나성범은 2015년에도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26 28홈런135타점112득점을 기록했고 2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김경문 감독이 호언한대로 NC의 간판스타로 성장한 것이다.

나성범은 작년 시즌에도 타율 .309 22홈런113타점116득점을 기록하며 NC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타율이 2푼 가까이 떨어졌고 홈런과 타점도 앞선 2년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6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일부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나성범 거품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기도 했다.

부상 복귀전에서 결승타와 쐐기포, NC의 '센터'가 돌아왔다

3할 타율에 20개 이상의 홈런, 그리고 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한 타자를 보고 '부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만큼 나성범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FA 선수들을 제외하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3억5000만원)을 받는 나성범도 작년 시즌의 아쉬움을 털고 20대의 마지막 시즌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시작은 매우 순조로웠다. 나성범은 시즌 개막 후 50경기에서 타율 .347 9홈런36타점44득점9도루 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4개의 보살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나성범은 5월27일 한화전에서 수비 도중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가 오른쪽 손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나성범은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사실 나성범의 부상 정도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른 손목은 좌타자인 나성범으로서는 타격을 할 때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위라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열흘 정도로 예상되던 나성범의 공백은 보름을 지나 20일까지 이어졌다. 물론 NC는 나성범이 없는 기간 동안 12승5패로 선전했지만 자비어 스크럭스마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간판타자 나성범의 부재는 타선의 무게감을 떨어트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20일과 21일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을 조율한 후 21일 곧바로 1군에 호출된 나성범은 복귀 첫 경기였던 21일 SK전부터 곧바로 3번 타자에 배치됐다. 하지만 20일의 1군 공백은 나성범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결승 적시타를 때려낸 나성범은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좌완 김태훈으로부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복귀 자축포를 터트렸다. 이날 NC가 기록한 2득점이 모두 나성범의 방망이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스크럭스가 없는 NC는 21일 박석민마저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중심타선을 꾸리기도 벅찬 상황에서 간판타자 나성범의 복귀는 NC와 김경문 감독에게는 그야말로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 1군에 복귀하자마자 규정타석에 재진입하며 타율 3위(.354)로 불쑥 얼굴을 내민 나성범의 역대 최고 시즌을 향한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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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나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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