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는 U-20 월드컵 일정으로 인해 올 시즌 단 한 번도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을 밟지 못했다. 옛 '전주성'인 전주종합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무더운 날씨에도 조명 시설이 없는 탓에 야간 경기를 치를 수 없었고, 좌석과 화장실 등 관중들을 위한 편의 시설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전북은 올 시즌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치른 7경기에서 5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훌륭한 성적이다. 하지만 U-20 월드컵 개막전을 포함해 수많은 경기를 치러내고 있던 전주월드컵경기장이 그리웠다. 훌륭한 편의 시설은 물론이고,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짧은 거리 등 익숙한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하루빨리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전북이 올 시즌 첫 '전주성' 경기에서 무려 4골을 뽑아냈다. 자신들의 본래 홈구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컸는지, '닥공'으로 보여줬다.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이적이 결정된 김보경을 필두로 이재성과 에두, 김진수 등 주전으로 나선 선수들은 상대 골문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성으로 돌아온 전북, '닥공'이란 이런 것 

전북의 '전주성' 복귀전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최근 리그 5연승,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를 차례로 무너뜨리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강원 FC였다. 부상에서 복귀한 정조국과 국가대표팀에 돌아온 이근호, K리그에서 가장 예리한 킥력을 자랑하고 있는 황진성 등이 선보이는 신형 '닥공'은 원조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전북은 아시아 최고의 팀이었다. 안정감과 과감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경기 시작부터 강원을 압도했고, 골 잔치를 벌이는 데도 성공했다. 평일임에도 전북의 전주성 복귀전을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7,420명의 관중은 '오오렐레'를 무려 4차례나 부르며, 시즌 첫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의 승리를 만끽했다.

전북이 21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5라운드 강원과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북은 6경기 연속 무패(4승 2무) 행진을 달리며,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강원은 6연승 도전에 실패하면서, 선두권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됐다.

화끈한 공격 축구의 시작을 알린 것은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진수였다. 공격수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끊임없이 상대 측면을 파고들었고,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해 득점을 노리는 모습도 보여줬다.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아 날카로운 킥력도 자랑하며, 전북이 기선을 제압하는 데도 앞장섰다.

균형은 예상보다 늦게 깨졌다. 전반 44분 김보경과 이재성이 짧고, 빠른 패스를 주고받으며 자리를 잡고 있던 강원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이재성의 창의적인 드리블과 패스가 에두의 침착한 마무리로 이어지며 골망이 출렁였다. 상대 수비진을 앞에 두고 침착한 모습을 보인 에두도 훌륭했지만, 아시아 최고의 중원 조합으로 손색없는 김보경과 이재성의 콤비 플레이가 빛났던 선제 득점이었다.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전북은 무서웠다. 후반 5분 김진수가 강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장윤호에게 좋은 침투 패스를 넣어줬고, 장윤호의 드리블에 이은 패스를 다시 김진수가 슈팅으로 연결하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추가골의 흥분이 채 가시기 전인 후반 10분, 또다시 득점이 터졌다. 김진수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김보경이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하며, 팀의 세 번째 득점을 완성했다. 

전북의 닥공 사전에 자비란 없었다. 후반 18분에는 김진수의 벼락같은 슈팅이 골대 맞고 나오자 에두가 이를 재차 슈팅으로 연결하며, 팀의 네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후반 20분에는 로페즈와 이동국까지 투입하며, 추가골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로페즈는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부상 이후 무려 7개월 만에 복귀전이었다.

이후에도 전북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풀백이라 볼 수 없는 김진수의 쉼 없는 공격 가담과 로페즈, 이동국, 김보경, 이재성 등 강원 진영은 득점에 굶주린 전북 선수들로 가득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초대형 신인 김민재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23분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내준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그만큼 전북의 닥공 축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김보경과 이재성은 창의적인 패스와 드리블로 밀집한 상대 수비의 틈을 찾아냈고, 무너뜨렸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는 것을 멀티골로 증명한 에두, 측면을 포함해 끊임없이 상대 진영을 휘저은 공격형 풀백 김진수 등 전북의 공격은 90분 내내 위협적이었고, 창의적이었으며, 화끈했다. 김민재와 이재성이 버틴 수비진 역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닥공 축구에 힘을 실었다.

지난 5월 제주와 홈경기에서 충격적인 0-4 대패, FA컵 조기 탈락 등 올 시즌 전북의 행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는 있지만, 압도적인 모습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전북은 올 시즌 첫 전주성 경기, 최근 5연승 중이었던 강원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김보경이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떠나게 된 것이 아쉽지만, 이재성과 이승기가 건재하고, 로페즈가 돌아왔다. 특급 재능으로 평가받는 장윤호 역시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득점력을 회복한 에두와 김신욱, 이동국 등 전방을 책임지는 자원은 누가 나서던 위협적이다. 그래서 앞으로 보게 될 전북의 '닥공'은 축구팬들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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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VS 강원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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