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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예방을 위해 관리자가 해야할 일을 정리한 여성가족부 자료
 성희롱예방을 위해 관리자가 해야할 일을 정리한 여성가족부 자료
ⓒ 여성가족부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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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각 지방의회 상당수가 의원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 관련 예산을 단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는 의회도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대전시의회와 대전지역 5개 의회(중구의회, 서구의회)를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 현황을 점검한 결과, 성희롱 예방교육 관련 예산을 자체 배정한 곳은 서구의회와 유성구 의회 2곳에 불과했다.

동구의회는 아예 교육을 하지 않았고, 대덕구의회와 중구의회는 집행부 공무원 대상 교육 때 무임승차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반면, 대전지역 지방의원들의 성희롱, 성추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구의회에서 술을 마신 한 의원이 회식 후 2차 술자리에서 동석하게 된 여성 B씨를 화장실 앞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원 계류중이다.

중구 의회는 지난 2015년 남성 의원이 동료 여성 의원에게 선정적 문구가 적힌 여성의 알몸 사진을 보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대전시의회, 전문 강사 요구하면서 "강사비는 없다"?

관련법(여성발전기본법)에는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은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원의 경우 지방의회사무처에서 예방 교육 업무를 담당한다.

대전시의회 소속 의원들은 매년 전문강사를 통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고 있었지만, 관련 예산은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별도 예산을 세우지 않고, 대전시청 내 여성가족청소년과에 무료 강사를 요구해 교육을 받은 것이다.

대전시의회 관계자는 "예산을 세우지 않아 그동안 무료강사를 지원받아 교육을 해 왔다"며 "올해는 7월 중 예정된 의원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도 (시청 여성가족청소년과에 의뢰해) 무료강사를 지원받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의회의 올해 본 예산 기준 의정활동 보좌비는 6000여 만원이다. 의원 국내 연찬회 예산은 1400여 만원이다.

대전 대덕구의회와 중구의회도 관련 예산이 0원이었다. 두 지방의회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 예방교육 일정을 잡지 않고 집행부 직원들이 받는 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집행부 공무원 교육 때 무임승차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의원들의 교육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대덕구의회-중구의회, 집행부 직원 연수 때 '무임승차'

대전 중구의회 관계자는 "집행부 공무원 교육 때 의원들도 같이 교육을 받도록 안내했는데 올해의 경우 의회 회기와 겹쳐 불참자가 많았다"며 "추가 교육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추가 교육을 하더라도 집행부 일정에 의존해야 해 참석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전 동구의회는 성희롱예방교육을 아예 하고 있지 않았다. 동구의회 관계자는 "의원간담회 때 성희롱 예방에 관한 자료를 나눠 드린다"고 말했다.

의원들을 모아 강사에 의한 집합교육을 하거나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내부 직원에 의한 교육 방법은 인정된다. 하지만 동구 의회처럼 교육자료를 단순 게재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하는 방식은 예방교육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동구 의회는 자료 배포로 '끝' 

별도 예산으로 의원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서구의회와 유성구의회뿐이었다. 두 곳의 의회는 의원연찬회를 이용해 전문강사를 초빙, 교육을 하고 있었다.

서구 의회 관계자는 "참석률을 높이고자 의원 연찬회 때 관련 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지난 5월 제주도 의원연찬회 때 전문 강사를 통해 교육을 했고, 의회운영비에 책정돼 있는 강사수당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유성구 의회 관계자는 "지난 해에 의원연찬회 때 위탁교육을 했고, 올해도 연찬회 때 예방교육을 위해 의회사무 행정지원비에서 37만 원의 강사수당을 배정했다"고 말했다.

지역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맡고 있는 한 전문 강사는 "각 기관은 사전 연간 성희롱 예방교육 및 방지조치를 위한 추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중구의회와 대덕구 의회처럼 집행부 교육 때 소속 의원들을 끼워 넣기 하는 소극적 방식은 사실상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동구 의회에 대해서는 "아예 교육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전시의회에 대해서도 "집행부에 전문 강사를 의뢰하면서 강사비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며 "연간 수 천만원의 의정활동 보조비를 쓰면서 수 십만원의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비용이 없다고 하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태그:#대전시의회, #대전지역 지방의회, #대전 동구의회, #대전 대덕구 의회, #대전 중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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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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