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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을 두고 시끌벅적합니다. 보수언론과 재계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 원을 주는 고깃집 사장님이 있고, 편의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과 카드수수료 등을 줄일 수 있다면 시급 1만 원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마주 앉아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정말 이상한 일일까요? <오마이뉴스>는 최저임금 1만 원의 실현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이 곳의 실험과 모험을 응원합니다."

서교동 한 고깃집의 소식을 알리는 SNS 게시글에는 유독 응원글이 많다. 이 고깃집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건 사장인 도승환(32)씨의 실험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구하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도씨의 '시급 1만 원 지급'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일주일 중 가장 붐빈다는 금요일. 16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그의 가게에서 함께 일했다.
▲ 고깃집의 실험 일주일 중 가장 붐빈다는 금요일. 16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그의 가게에서 함께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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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보라" 충고 있지만...

"큰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었어요. 같이 일하면서 나만큼 행복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그러려면 돈을 조금 더 줘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도씨가 시급 1만 원을 내건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가게와 '같이 커나갈' 사람, 도씨가 보기에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급 1만 원은 당근이었다. 보통 고깃집에서 서빙을 할 경우 시급은 최저임금인 6470원부터 8000원까지가 대부분이다.

숯을 넣고 판을 갈며 수시로 무거운 것을 드는 고깃집 일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이에서도 쉽지 않은 일로 통한다. 고깃집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이유다. 도씨가 올린 구인공고에 사람이 몰렸다. 그는 20여 명을 면접한 끝에 평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함께 할 사람을 뽑았다.

그의 실험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일주일 중 가장 붐빈다는 금요일. 지난 16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그의 가게에서 함께 일했다.

서빙과 요리, 설거지까지... 1인 다역의 아르바이트

이곳의 아르바이트 노동자 한성령씨는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을 한다. 바쁠때는 그가 대신 요리를 하기도 한다.
▲ 1인 다역 이곳의 아르바이트 노동자 한성령씨는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을 한다. 바쁠때는 그가 대신 요리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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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1만 원을 받아 덩달아 유명세를 탄 아르바이트 노동자 한성령(22)씨는 오후 6시 전,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 안 테이블을 쓱 둘러본 그는 행주를 들고 테이블과 환풍기를 닦았다. 밑반찬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오후 6시 45분 첫 손님 3명이 왔다. 사장인 도씨가 고기를 준비하는 동안 한씨는 숯불 앞에 섰다. 기자는 밑반찬을 내갔다.

오후 7시가 넘자 다른 테이블이 찼다. 7시 45분 SNS를 통해 예약한 손님 4명이 도착해 세 번째 테이블에 앉았다. 첫 번째 테이블 손님이 김치찌개와 돼지고기를 추가로 주문했다. 두 번째 테이블은 음료수를 찾았다. 수시로 밑반찬을 챙겨야 했다. 세 번째 테이블의 숯에 불이 잘 붙지 않았는지 고기가 잘 익지 않는다고 해 숯도 갈아야 했다.

주방은 더 분주해졌다. 도씨 혼자 찌개를 끓이며 고기를 챙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씨는 한동안 주방에서 찌개를 끓이고 파채를 썰고 마늘을 다져가며 주방일을 도왔다. 8시 20분께 가게의 6개 테이블 중 4개 테이블이 찼다. 밑반찬부터 숯불과 고기, 찌개와 불판 갈기가 다시 반복됐다. 기자가 홀에서 주문을 받고 판을 갈며 음식을 내어가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소주와 맥주를 찾았다.

4개 테이블을 돌며 "부족한 것 없으시냐"고 묻다가도 주방에 들어가 돼지고기 세트메뉴에 들어갈 호박을 다듬었다.
▲ 1인 다역의 아르바이트 4개 테이블을 돌며 "부족한 것 없으시냐"고 묻다가도 주방에 들어가 돼지고기 세트메뉴에 들어갈 호박을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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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재빠르게 주방에서 나와 냉장고 문을 열고 술을 내갔다. 4개 테이블을 돌며 "부족한 것 없으시냐"고 묻다가도 주방에 들어가 돼지고기 세트메뉴에 들어갈 호박을 다듬었다. 앞 접시가 모자라 중간에 설거지하기도 했다.

"이런 곳이 잘 돼야"... "정부, 기업의 책임 없이는 안돼"

도씨의 실험 때문에 가게를 찾은 손님도 있었다. 고깃집을 찾은 이주환(35)씨는 “본인의 살을 깎아서 옳은 방향으로 나가려는 이런 곳이 잘 돼야 한다”며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 "사장님 파이팅" 도씨의 실험 때문에 가게를 찾은 손님도 있었다. 고깃집을 찾은 이주환(35)씨는 “본인의 살을 깎아서 옳은 방향으로 나가려는 이런 곳이 잘 돼야 한다”며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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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씨의 실험 때문에 가게를 찾은 손님도 있었다. 네 번째 손님인 이주환(35)씨는 앉자마자 "여기가 시급 1만원 주는 곳 맞냐"고 물었다. "맞다"고 하자 그는 "본인의 살을 깎아서 옳은 방향으로 나가려는 이런 곳이 잘 돼야 한다"며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이 고깃집을 꼭 가야한다고 친구들을 불러 모은 것도 그였다. 이씨는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사장님 같은 분이 많아져야 최저임금 1만 원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밑에서부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친구는 생각이 달랐다. 며칠 전, 최저임금을 두고 이씨와 두 시간 동안 토론했다는 고기훈(35)씨는 "지금처럼 아무 준비 없이 최저임금 1만 원이 시행되면 미세기업은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름붙인 '미세기업'은 한국에 미세먼지처럼 많이 퍼져있으면서도 4대 보험이 되는 기업을 부러워할 정도의 열악한 기업을 말한다. 고씨는 미세기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그곳에 속해 일하기도 했다.

고씨가 우려하는 것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시행할 만한 시스템이 완성됐냐는 점이다. 그는 "시간당 1만 원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월급이 160만 원"이라며 "어느 중소기업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고용주가 감당할 수 있겠나"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간단한 산수만 해도 이는 고용주 입장에서 버거운 금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두 명 쓸 사람을 한 명만 쓰거나 고용주 혼자 죽어나는 꼴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세 명의 친구와 고깃집을 찾은 박담선(28)씨는 “지금의 최저임금인 6470원으로는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먹는다”면서도 영세자영업자의 고충도 살폈다.
▲ 최저임금 갑론을박 세 명의 친구와 고깃집을 찾은 박담선(28)씨는 “지금의 최저임금인 6470원으로는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먹는다”면서도 영세자영업자의 고충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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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예약해 세 명의 친구와 고깃집을 찾은 박담선(28)씨는 대학생 때의 경험을 떠올렸다. 박씨는 "제일 시급이 많았던 아르바이트는 5시간 일하고 10만 원을 받은 나레이터 모델 일이었다"며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급이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최저임금인 6470원으로는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먹는다"면서도 영세자영업자의 고충도 살폈다. 박씨는 "주위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급을 올려 줄 여건이 안 된다더라"며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을 고려한 사회적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옆에서 고기쌈을 먹던 서정훈(28)씨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양날의 검'이라 칭했다. 서씨는 "시급이 오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지만, 두 사람 뽑을 것 한 사람만 뽑아 결국 일이 고되지는 것 아니겠냐"라면서도 "5인 이하 업체에서 시급 1만 원을 했을 때 2000원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고깃집을 찾았던 지성국(29)씨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이 나서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씨는 "누나가 옷 가게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우 아르바이트 인원을 신고하면 월급은 기업에서 준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식 있는 영세자영업자 몇 명이 시급 1만 원을 줄 게 아니라 기업유보금이 700조 원이 된다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앞서 시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1년 후, 도씨는 실험을 이어갈 수 있을까

도씨가 시급 1만 원을 내건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가게와 ‘같이 커나갈’ 사람, 도씨가 보기에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었기 때문이다
▲ 도승환씨의 실험 도씨가 시급 1만 원을 내건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가게와 ‘같이 커나갈’ 사람, 도씨가 보기에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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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서 만난 이들은 '최저임금 6470원'이 "심하게 적은 금액"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시급 1만 원'이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드러냈다. 고용을 줄여 결국 업무 과부하가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영세자영업자 몇 명의 시도가 아닌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더했다. 도씨가 그간 받아온 우려와도 비슷했다.

도씨 역시 '당장의 한계'에는 동의 했다. 그는 "지금은 아르바이트생과 단 둘이 이 매장과 주방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게가 조금 더 잘 되면 또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 있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밝혔다.

도씨는 처음 가게를 열며, 3개월의 목표를 세웠다. 첫 달은 월세만큼만 벌 것, 둘째 달은 여기에 더해 아르바이트 임금까지 벌 것, 셋째 달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보다는 자신이 더 벌 것. 1년 후,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어가고 있을까.

☞ 이어지는 기사 : '월 100'으로 생계 유지, 두 손에 빚만 남았지만


태그:#최저임금,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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