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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월요일, 전대 병원 순환기 내과의 외래 진료가 있었는데 사전에 혈액 검사와 심전도 검사 그리고 폐기능 검사를 했다.

심전도 검사와 폐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혈당의 수치는 정상보다 약간 높다고 했으나 특별히 조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을 약간 밑돈다는 이야기였다.

콜레스테롤은 고등동물의 세포 성분으로 널리 존재하는 스테로이드 화합물로서 보통 혈액속의 콜레스테롤은 150∼200mg/dl 미만을 정상이라는데 나는 120mg/dl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교수는 채식 위주의 식사에 가끔 수육이나 닭백숙 등의 육식도 필요하다며 권장했다.

"심전도 검사와 폐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혈당의 수치는 정상보다 약간 높다고 했으나 특별히 조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을 약간 밑돈다는 이야기였다."
 "심전도 검사와 폐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혈당의 수치는 정상보다 약간 높다고 했으나 특별히 조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을 약간 밑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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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완치된 환자 중에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는 글을 읽었다. 하지만 죽음은 사람의 선택이 아니지만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늦추려는 노력은 사람의 의지라는 생각을 한다. 암 환자는 일반인들에 비해 완치 후에도 재발률이 높다는 통계는 환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암 환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나 역시 면역력을 기르는 음식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하고 깨끗한 식품을 고르는 일이 일상의 과제였다. 많은 시간 인터넷 카페를 헤매고 책을 뒤적였는데 암 환자를 위한 일반적인 권장 식단을 몇 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암의 종류와 환자의 체질 그리고 암의 진행정도를 고려한 맞춤형 식단은 아니었다.

특히 직장암은 먹는 음식과 배변의 문제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병이다.
어쩔 수 없이 아내가 함께 권장식단을 참고하면서 우리 처지를 고려하고 내 체질에 맞는 식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년 6개월간, 아내와 나에게는 먹는 일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포만감을 추구했던 행위가 아니었다. 재발의 불안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한 실험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술은 물론 짜고 매운 음식은 물론 암의 발생 원인이라고 지목되는 육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정말 붉은 살코기가 대장암의 원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주장은 나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경고였다. 아마 콜레스톨 수치가 낮아진 까닭을 찾자면 그런 생활태도의 결과일 것이다.

이제 겨우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나만의 맞춤 식단을 만들어 시행중인데 예상 못했던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먹는 문제에 관해 나름대로 지키고 있는 원칙을 되짚어보고 수정 보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세운 식생활의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식사 분량은 적게 하고, 식사 시간을 천천히 오래 끈다.
모든 의사들과 환자들이 권장하는 사항이었기에 따라서 실천했더니 우선 속이 편해서 좋다. 그리고 배변 횟수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2. 제철 과일과 채소류를 많이 먹는다.
과일과 채소는 수분 섭취의 효과가 있고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식사량을 조절 가능하다. 그래서 익혀야만 소화흡수를 돕는다고 알려진 토마토 당근 부로콜리 파프리카 등 채소는 기름에 볶거나 증기로 쪄먹고, 시금치 냉이 쪽파 미나리 가지는 데쳐 나물로 먹었다.
그러나 상추 쑥갓 비트 양배추 콜라비 풋마늘 오이 등의 채소까지 익힐 수는 없었다. 그냥 씻어서 생으로 먹었는데 그 때문에 탈이 났다고 느낀 적도 없었고 지금도 탈이 없기에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탈이 없는 이유가 특이한 체질 때문인지 아니면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채소라는 심리적 효과인지 알 수 없다.

3. 단백질은 생선이나 조개류 그리고 계란을 통해 섭취한다.

"단백질은 생선이나 조개류 그리고 계란을 통해 섭취한다."
 "단백질은 생선이나 조개류 그리고 계란을 통해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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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술과 생선회 생고기 그리고 맵고 짠 음식, 인스턴트제품 등 해롭다고 알려진 식품은 밥상에서 철저히 배제한다. 일부러 병을 키우는 짓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5. 미역 다시마 톳 김 감태 파래 등 해조류를 많이 먹는다.
암 환자들에게 많이 권하는 식품이고 나 역시 거부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6. 자급자족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구입하는 채소나 과일은 지역에서 철따라 나오는 다양한 색깔의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한다.

7. 반찬은 한 끼니 분량만 만들어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시 내놓는 일이 없게 한다.
이 원칙은 내 요구가 아니라 아내의 고집이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8. 과도한 광고로 환자를 유혹하는 약이나 식품을 구입은 자제한다.
서민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담이 크고 효과도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 현재의 밥상
계절에 따라 텃밭에서 생산하는 채소류도 다르고 또 철에 따라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수산물 종류가 다르기에 식단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매일매일 변화가 있지만 주된 내용은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아침 식사
주식: 손님이 오거나나 생일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볍게 죽으로 시작한다.
죽의 종류는 검은 깨와 콩 현미 등을 갈아 만든 일명 '깨죽', 쌀 당근 양파 무청 콩 등에 낙지나 전복을 넣어 끓인 죽을 먹는다. (검은 콩이나 시금자라고도 불리는 검은 참깨는 이명 치료와 흰머리를 검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에 열심히 먹지만 아직 나아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죽의 양은 한 공기 정도다.

부식 : 김 톳 미역 등 철에 따라 달라지는 해조류, 집에서 기른 콩나물과 텃밭에서 나오는 가지 시금치 아욱 등을 재료로 만든 나물, 각종 죽순 달래 냉이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두세 가지 나물이나 초무침 정도로 간단하게 준비한다.

채소와 과일 - 제철에 나오는 과일과 채소를 우선한다.
오이 양배추 콜라비 등은 생것으로 먹으며 당근 표고버섯 송이버섯 양파 완두콩 토란 우엉 토마토 콜라비 애호박 부로콜리 3색 파프리카 (주황 빨강 노랑) 등 계절에 나오는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살짝 익힌 채소를 매끼니 바꾸어가며 한 접시씩 먹는다.

5월 이후에는 사과를 먹을 수 없어 딸기 복숭아 수박 등 제철 과일을 많이 먹는다. 또 오디와 요즘 방송에 자주 나오는 아로니아를 조금씩 먹는데 내가 직접 길러 수확한 식품이기에 먹고 있지만 아마 일부러 사서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2) 점심 식사
주식 :  현미 잡곡밥, 떡국, 고구마, 삶은 계란, 도토리묵 등 메뉴는 다양하다.
식사량 : 종류에 따라 양을 달리하지만 밥은 반 공기 떡국은 한 공기 고구마는 크기에 따라 2, 3개정도 계란은 2개를 넘지 않는다.

부식 :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미역국 홍합국 매생이국 냉이 된장국 두부된장국 토란국 등과 각종 된장 초무침도 빼지 않는다. (초무침에는 집에서 생산한 된장과 발효 식초를 사용한다)
채소와 과일 - 아침과 거의 같다.

3) 저녁식사
주식 : 다시마 우린 물에 시래기 우엉 말린 표고버섯을 썰어 넣고, 현미 율무 수수  검은 콩, 혹은 완두콩, 울금 가루를 넣은 현미잡곡밥을 먹는다.
식사량 : 3분의 1공기 정도로 제한한다.  

부식 : 단백질 보충을 위해 제 철에 나오는 갈치 조기 삼치 도다리 아귀 장어 등을 구입하여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다. 

채소와 과일 : 아침이나 점심에 비해 종류와 양을 줄이고 생야채를 추가한다.

4) 기타 
양파와 마늘은 거의 거르지 않고 생강도 자주 먹는다. 각종 찬 종류에는 들깨 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싫증도 나지만 탈이 날 수도 있음을 유의한다.
(※봄철에 두릅이 좋다기에 며칠간 먹었더니 구토와 어지럼증이라는 부작용이 나서 병원에 간적이 있다. 몇 차례 감초와 검은 약콩을 다려 차로 마셨더니 부작용이 사라졌지만 과유불급임을 깨닫게 해준 사례였다)  

미식가들에게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일은 즐거움이겠지만 환자 특히 직장암 환자들에게 무조건 맛있는 음식 찾기는 위험한 모험일 수 있다. 먹고 싶은 음식에 포위되어 있음에도 암 환자들은 자신의 식성과 기호보다는 몸의 이로움과 해로움이라는 기준이 우선되어야 한다.

환자에게 음식은 맛을 음미하는 식품이 아니라 몸을 치유하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약으로 여기면서 원초적인 본능인 식욕마저 억제해야 하는 병이 암이다. 끊임없이 심신을 치유하는 '약'을 찾아 나에게 시험하고 관찰하면서 거기에 새로운 기원을 담아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나는 그렇게 약을 찾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을.  2017.6.18.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콜레스톨,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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