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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표절'이 아닌 '인용 오류'라는 의견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 반론을 포함한 다양한 논쟁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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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후보자 한 명을 낙마시키고 나더니 야당과 언론들이 기세등등하다. 강경화 장관 임명 강행을 빌미로, 김상곤 후보자와 조대엽 후보자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교육부장관 후보자에게 치명적일 것으로 판단해서인지, 야당과 <조선일보> 등은 김상곤 후보자의 논문 표절·중복게재가 드러났다며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한다. 그 와중에 참여정부 시절 제자 논문을 표절하고 한 개 논문을 두 개로 부풀려 신고한 것 때문에 교육부총리에서 물러났던 김병준씨가 김상곤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갈 수 있다며 자기 존재 증명에 나서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병준씨는 자신이 심사한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껴서 학술지에 게재하고, 두뇌한국(BK21) 사업에 선정되어 연구비를 지원받은 후에 한 논문을 2개로 만들어 연구실적을 부풀려 보고한 것 때문에 교육부총리 취임 13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논문 표절이 무엇인지, 중복게재가 어떤 것인지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육부장관 후보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관련기사: 민교협 "김병준 부총리 자진사퇴해야") .

김상곤 표절과 학술지 중복 게재는 전형적인 음해 

지난 2006년 8월 2일 취임 13일만에 사의를 표명한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변을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8월 2일 취임 13일만에 사의를 표명한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변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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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야당과 언론이 논문 문제로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김상곤 후보자의 경우는 어떨까? 여러 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대충 세 가지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김 후보자가 학위 논문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베꼈다는 것, 둘째, 김 후보자가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를 학술지에 중복게재했다는 것, 셋째, 동일한 논문을 두 개의 학술지에 중복게재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둘째와 셋째는 전형적인 음해다.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를 별도 논문으로 만들어 학술지에 실은 것을 두고 중복게재라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대학원 논문 지도교수들은 이를 적극 권장한다. 야당과 언론의 지적과는 반대로, 연구자가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지 못하면 그 논문의 수준을 의심받는다.

동일한 논문을 두 개의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논문을 중복게재해서 연구비를 중복지원 받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일종의 범죄 행위다. 연구비를 중복지원 받지는 않았지만 한 논문을 두 곳에 게재해서 연구실적을 부풀려 보고한 김병준씨의 경우도 문제가 된다.

김상곤 후보자는 1997년에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기관지에 실었던 글을 한신대논문집에 다시 게재했다. 이 경우는 전문 학술지에 두 번 실은 것이 아니라서(기관지는 전문 학술지가 아니다) 중복게재의 범주에 들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이것까지도 '중복게재'라고 불러야 한다면, 그런 '중복게재'가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 실적을 부풀리려고 한 것도 아니고 연구비 등의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사상을 더 널리 알리려는 목적에서 그리 한 것이니 말이다.

표절 제기한 연구진실성검증센터 살펴봤더니...

첫 번째 학위 논문 표절 논란의 실상이 궁금해서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곳을 추적했더니 연구진실성검증센터(아래 센터)라는 민간단체였다. 센터는 그 동안 조국, 손석희, 박원순, 진중권 등 주로 개혁적 명망가들의 논문 표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상곤 후보자를 두고도 이미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고 주장했었다.

그 때 주장을 지금 다시 반복하고 있는 셈인데, 과거 행적을 종합해 볼 때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센터가 제시하는 근거를 살펴보니 타인의 글을 인용하면서 따옴표를 달지 않았다든지, 재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든지, 출처를 문장·문단 별로 밝히지 않고 포괄적으로 밝혔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센터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제자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껴서 자기 논문으로 둔갑시킨 김병준씨 경우와는 그 유가 다르다. 더구나 센터가 지적하는 내용은 표절의 근거라기보다 인용 오류의 근거에 해당한다. 표절이란 타인의 작품을 '몰래' 따다 쓰는 행위인데, 김상곤 후보자는 전혀 그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센터가 기대고 있는 기준이 김상곤 후보자 논문 쓸 때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그건 인용 오류도 아니고 인용 방식의 차이에 불과하다.

김상곤 후보자가 '자기 표절'했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거기에는 대꾸하기도 싫다. 자기가 자기 것을 어떻게 몰래 따다 쓴다는 말인가? 성립 불가능한 용어가 횡행하는 걸 그냥 두고 보다니 한국에 학계가 살아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기회에 폐기해버려야 할 용어다.



태그:#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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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헨리조지센터 대표,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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