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된 수비였다. 국가대표급 야수진을 갖춘 덕분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야수들을 믿고 공을 던졌고, 지난해 '판타스틱4'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얘기가 좀 다르다. 안정감 있는 두산 야수진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수치를 보더라도 두산 야수진의 안정감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고,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플레이 역시 두산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한 가지다.

 불안한 야수진, 결국 이는 팀 분위기와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불안한 야수진, 결국 이는 팀 분위기와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두산 베어스


안정감 없는 수비, 경기 좌우하는 실책성 플레이도 꽤 나왔다

우선 수치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두산의 야수진을 비교해보면, 지난해 두산은 79개의 실책을 기록해 최소 실책 1위를 기록했다. 반면 62경기를 소화한 현재 47개의 실책으로 최다 실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채 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많은 실책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지난해 1위였던 수비율은 올해 7위까지 떨어졌다.(.986->.980) 또한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두산의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는 0.579로 리그 4위인데 이 역시 지난해(2.201, 리그 1위)와 비교하면 대조되는 기록이다.

또한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플레이도 꽤 많았는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플레이가 경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15일 잠실 LG전에서도 두산 야수진은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네 점 차로 크게 앞서던 2회초 2사 1, 2루 조윤준의 안타가 나왔을 때 좌익수 김재환이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1루 주자와 타자 주자의 추가 진루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손주인의 안타로 이 두 명의 주자는 모두 홈으로 들어왔고 한 점 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2사 1루에서 이형종의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신성현의 수비도 아쉬움을 남겼다.

리드를 빼앗긴 이후에도 또 실책이 나왔다. 7회초에는 2사 2, 3루에서 조윤준의 3루수 쪽 내야안타 때 3루수 최주환이 1루로 송구한 이후 공을 잡은 오재일이 2루 주자의 홈 쇄도를 보고 공을 던졌으나 송구가 높아 포수 뒤로 공이 빠졌다. 2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와 추가 실점을 헌납해 사실상 이 장면에서 분위기가 LG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8회초에는 김재호와 오재원이 서로 뜬공을 잡으려는 과정에서 유격수 김재호가 공을 잡지 못했고, 9회초에도 우익수 국해성이 조명탑 때문에 시야 확보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채은성의 타구를 놓치는 장면이 나왔다. 이 날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 개수는 3개였지만, 플레이만 놓고 보면 3개 이상의 실책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덧 4위 LG와의 승차는 0.5경기 차까지 좁혀졌다.

어느덧 4위 LG와의 승차는 0.5경기 차까지 좁혀졌다. ⓒ 두산 베어스


어느 정도 우려됐던 야수들의 체력 문제, 어쩌면 지금이 가장 큰 고비일수도

15일 LG전뿐만 아니라 두산이 패배하는 경기에서는 유독 수비가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 단순히 한 두 명을 탓할 수 없고 야수들의 집중력이 전반적으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를 두고 여러 방면에서 두산 야수진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은 역시 주전 야수들의 체력적인 문제이다. 대부분의 주전 야수들이 WBC에 출전하면서 시즌 준비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고, 예년보다 몸 만들기에 빨리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주전 야수들이 서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적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두산에게 지금이 가장 큰 고비일 수도 있다. 2위 NC와의 승차는 3경기 차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격차였지만 15일 LG전 패배 이후 NC와의 승차는 6경기 차로 크게 벌어졌다. 또한 4위 LG와의 승차는 반 경기 차까지 줄어들어 중하위권 팀들의 추격 역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수비가 흔들리면 아무리 투수들이 공을 잘 던져도 소용이 없다. 지난해 우승팀이었던 두산은 그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3위 유지에도 비상이 걸린 두산에게 수비 안정감은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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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스탯티즈, KBO 기록실)
프로야구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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