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된 수비였다. 국가대표급 야수진을 갖춘 덕분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야수들을 믿고 공을 던졌고, 지난해 '판타스틱4'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얘기가 좀 다르다. 안정감 있는 두산 야수진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수치를 보더라도 두산 야수진의 안정감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고,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플레이 역시 두산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한 가지다.
▲ 불안한 야수진, 결국 이는 팀 분위기와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두산 베어스
안정감 없는 수비, 경기 좌우하는 실책성 플레이도 꽤 나왔다우선 수치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두산의 야수진을 비교해보면, 지난해 두산은 79개의 실책을 기록해 최소 실책 1위를 기록했다. 반면 62경기를 소화한 현재 47개의 실책으로 최다 실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채 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많은 실책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지난해 1위였던 수비율은 올해 7위까지 떨어졌다.(.986->.980) 또한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두산의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는 0.579로 리그 4위인데 이 역시 지난해(2.201, 리그 1위)와 비교하면 대조되는 기록이다.
또한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플레이도 꽤 많았는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플레이가 경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15일 잠실 LG전에서도 두산 야수진은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네 점 차로 크게 앞서던 2회초 2사 1, 2루 조윤준의 안타가 나왔을 때 좌익수 김재환이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1루 주자와 타자 주자의 추가 진루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손주인의 안타로 이 두 명의 주자는 모두 홈으로 들어왔고 한 점 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2사 1루에서 이형종의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신성현의 수비도 아쉬움을 남겼다.
리드를 빼앗긴 이후에도 또 실책이 나왔다. 7회초에는 2사 2, 3루에서 조윤준의 3루수 쪽 내야안타 때 3루수 최주환이 1루로 송구한 이후 공을 잡은 오재일이 2루 주자의 홈 쇄도를 보고 공을 던졌으나 송구가 높아 포수 뒤로 공이 빠졌다. 2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와 추가 실점을 헌납해 사실상 이 장면에서 분위기가 LG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8회초에는 김재호와 오재원이 서로 뜬공을 잡으려는 과정에서 유격수 김재호가 공을 잡지 못했고, 9회초에도 우익수 국해성이 조명탑 때문에 시야 확보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채은성의 타구를 놓치는 장면이 나왔다. 이 날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 개수는 3개였지만, 플레이만 놓고 보면 3개 이상의 실책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어느덧 4위 LG와의 승차는 0.5경기 차까지 좁혀졌다. ⓒ 두산 베어스
어느 정도 우려됐던 야수들의 체력 문제, 어쩌면 지금이 가장 큰 고비일수도15일 LG전뿐만 아니라 두산이 패배하는 경기에서는 유독 수비가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 단순히 한 두 명을 탓할 수 없고 야수들의 집중력이 전반적으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를 두고 여러 방면에서 두산 야수진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은 역시 주전 야수들의 체력적인 문제이다. 대부분의 주전 야수들이 WBC에 출전하면서 시즌 준비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고, 예년보다 몸 만들기에 빨리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주전 야수들이 서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적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두산에게 지금이 가장 큰 고비일 수도 있다. 2위 NC와의 승차는 3경기 차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격차였지만 15일 LG전 패배 이후 NC와의 승차는 6경기 차로 크게 벌어졌다. 또한 4위 LG와의 승차는 반 경기 차까지 줄어들어 중하위권 팀들의 추격 역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수비가 흔들리면 아무리 투수들이 공을 잘 던져도 소용이 없다. 지난해 우승팀이었던 두산은 그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3위 유지에도 비상이 걸린 두산에게 수비 안정감은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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