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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지난해 10월 22일 오후 고인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종로구청앞 사거리와 인접한 서울 청계천 광통교 부근에서 열린 '살인정권 규탄!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경찰의 강제부검 시도를 규탄하며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 호소문 발표하는 백도라지씨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지난해 10월 22일 오후 고인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종로구청앞 사거리와 인접한 서울 청계천 광통교 부근에서 열린 '살인정권 규탄!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경찰의 강제부검 시도를 규탄하며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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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대병원이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했지만,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백남기씨의 유가족이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시위진압 경찰 관계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경찰 살수차 운용지침과 직사살수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모두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뜻이었다.

유가족은 서울대병원과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를 상대로 9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병사'로 적힌 사망진단서로 인해 부검 논란에 휩싸이고 장례 절차가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당시 시위진압에 관련된 경찰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백도라지씨는 서울대병원의 발표가 새 정부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의료윤리위원회가 열리고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지, 정권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며 "책임자가 처벌받고 물대포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지난해 9월 25일 사망했다. 당시 백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록해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다음은 백도라지씨와 한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검찰수사 진행 빨랐으면..."

- 서울대병원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사망원인을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 뒤늦게 이런 조처를 한 것 아니냐고 한다.
"정권 눈치 보기 아니냐 그런 시각이 있던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대선 끝난 뒤) 5월에서야 조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난해 1월께 병원 측에 사망진단서 정정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의료분쟁이 된 건데, 서울대병원은 의료분쟁이 생기면 의료윤리위원회가 열린다고 하더라. 오늘 결과는 의료윤리위원회의 수렴 절차에 따라 나온 것이다. 오늘 오전,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어떠한 절차를 거쳤는지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 병원 내부에서 사망진단서 작성을 두고 쟁점이 세 가지가 있었다고 하더라. 각각 의견을 듣고 따지는 절차가 필요했고 결국 지금 결론이 난 것이다."

- 서울대 병원이 오늘 유가족에게 사과했다고 들었다.
"어제 오후에 서울대병원 측에서 전화가 왔다. 사망진단서 관련 드릴 말씀이 있다며 만나자고 하더라. 어떤 얘기인지는 모르고 만났다. 김연수 진료부원장과 변호사 등이 집 근처로 와서 '시간이 너무 걸려서 답답했겠지만 절차가 있었다'며 설명해주더라. 설명을 듣고 나니 시간이 걸린 부분은 이해가 됐다. (변호사와 협의가 필요하지만) 사과와 사망원인 변경이 소송 취하로 연결되지는 않을 거 같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고쳤다고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 부검 진단서가 경찰의 부검시도 근거로 활용됐고 빌미가 됐다. 그 때 겪은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식이든 병원의 책임을 묻는 건 필요하다."

- 앞서 서울대병원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조사했다. 그때는 사망진단서 작성이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압이라기보다는 그 분(백남기씨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의 판단 같다고 생각한다. 백 교수가 원래 그런 분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외압이 아니라 알아서 눈치를 보며 작성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있겠지만… 직접적인 외압이라고 증명하지 못했을 뿐이지 간접적인 부분은 있었겠지. 밤늦게 등산복을 입고 나타나 유가족에게 수술을 권유한 백 교수를 봤을 때 그게 외압이든 행정부 관심사항이든 무언가 다른 요인이 엮어 있겠다고 생각했다."

-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며 재수사 목록에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 재조사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오늘 발표로 경찰에 대한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몰라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일단 검찰수사라도 좀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3월 말에 검사를 면담했다. 수사 얼마나 진행됐는지 물어봤더니 많이 진행됐다고만 하더라. 기소가 되는지 물어봤더니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6월이 넘어가도록 기소 여부도 수사 진행상황도 전혀 알려진 게 없다. 지금까지 어떻게 됐는지를 알아야 보강수사든 뭐든 얘기할 수 있을 텐데 아무 말이 없으니 답답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검찰이 빨리 기소했으면 좋겠다. 아버지 사건의 책임자는 처벌을 받고 사과를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물대포가 퇴출당해야 한다. 경찰 살수차 운용지침과 직사살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언제 결정이 날지 모른다고 하더라. 하염없이 다시 또 기다려야겠지.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 물대포를 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도 아니고 책임자가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다."


태그:#백남기, #백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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