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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병동 건축지역 확장을 요청한 서신을 공개하며 치료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병동 건축지역 확장을 요청한 서신을 공개하며 치료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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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계속 해야 하나, 제3국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약 등 치료 재료는 중국 등 제3국에서도 구할 수 있고, 북한에 들여보내기도 훨씬 쉽다. 하지만 1995년 재단 설립때부터 한국 물건을 사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북의 환자들도 한국 약을 원하고 있다. 이제 제3국으로 옮긴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북한의 다제내성결핵(MDR-TB· 기존 결핵치료에 내성이 생긴 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로 유명한 유진벨 재단의 스티븐 린튼(한국명 인세반) 회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방북 결과 보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어제 (북에 보낼) 치료약 반출 승인을 요청했는데 언제 승인이 나올지 모르겠다. 한국 정부가 남북한의 정치적 상황과 이런(인도 지원) 문제를 연결시키면 한국에서는 이런 활동을 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린튼 회장은 "작년 가을에는 이 일(대북 다제내성 결핵 치료 지원 사업을) 못하게 될 경우 어떻게 부드럽게 막을 내릴까 하는 회의도 했지만, 그 이후 상황이 크게 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해는 북이 갑자기 일정을 바꿔서 방북을 못했으나, 올해부터는 5월 첫 화요일에 입국해서 3주간 체류하고, 그로부터 6개월 뒤인 11월 첫 화요일에 입국하는 일정을 북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고, 다제내성 결핵 진단기구인 진엑스퍼트(GeneXpert) 사용자 허가기준도 완화돼서 한 사람만으로도 이 판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 반출 승인 문제 외에는 모든 문제가 풀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북 인도지원, 건건마다 승인하지 말고 면허제로 하자"

린튼 회장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대북 인도지원 단체에 대한 '면허제'를 요구했다. 검증된 단체들에 대해서는 매 건마다 물자반출과 방북을 신고해서 승인받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은 별도 승인 절차 없이 전면 허용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제재하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대북 지원 단체들에게 북한과 관련한 '부당한 정보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중단도 요구했다.

린튼 회장은 "민간교류를 담당하는 정부 부서들이 합법적인 보고는 물론 환자 개개인의 치료 진행 상황이나, (북한 주민들의) 지도자에 대한 생각 변화, 특별히 신문에 나지 않은 일 등의 부당한 보고를 원하고 있는데, 이런 보고를 하지 않으면 반출 승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왜 환자 자료를 노출하지 않느냐,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하지 않느냐고도 하는데 이런 자료는 우리 것이 아니라 북한 보건성 소유이고, 우리를 신뢰하기 때문에 위탁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왜 환자 개개인의 치료 상황과 '지도자에 대한 생각 변화' 정보를 요구하나"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방북 치료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방북 치료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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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북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런 자료를 공개하면 '의료 간첩'이 되는 것이고,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쫓겨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나는 20년 동안 일기를 안 쓰고 있고, 우리 단체는 방북 때 치료 외에는 다른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에게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인데, 한국의 대북 인도지원 단체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지난 수년 동안 한국 단체들이 북한에서 아예 활동을 못 한 게 아니라, 공식적으로 못한 것인데, 이는 정부가 묵인해 준 것이다. 왜 어떤 기관은 되고, 다른 기관은 안 됐을까, 여러분이 짐작해 보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진벨 재단 관계자는 '한국 대북지원단체들이 해외 교포를 통해 북한 지원하는 것을 정부가 알면서도 묵인해 왔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린튼 회장은  "정부에 부당한 보고를 한 대가로 활동을 해서 어떻게 북의 신뢰를 받아서 계속 지원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북한 첩보 취득에 관심 있는 기관이 대북 지원단체들을 관리하고 물자반출이나 방북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유진벨의 한 관계자는 린튼 회장의 이같은 요구가 국가정보원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로서는 직접 접하는 통일부의 결정 외에 그 이면에 어떤 논의과정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방북 보고 작업이 완료된 뒤에만 물자반출 승인 작업이 승인된다는 점에서 단체들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활동이 북한에 대한 것이고, 후원자의 대부분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최대한 활동 근거지를 한국으로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고 전했다.

유진벨 재단은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 선교사의 한국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1995년에 미국에서 처음 설립됐고, 2000년에 한국 법인이 만들어져서 대북 식량지원 활동을 했다. 1997년부터 결핵퇴치 활동으로 전환했고, 2007년부터는 다제내성 결핵 퇴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달에도 2일부터 23일까지 북한을 방문, 유진 벨 재단이 북한에서 관리하고 있는 12개 다제내성결핵 센터를 순회하면서 1천2백여 명을 치료하고, 400명 이상의 새 환자를 등록했다. 재단에 따르면, 북한 내 연간 신규 다제내성 결핵 발병 수는 4천~5천명 이상이다.


태그:#유진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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