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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5일 낮 12시 13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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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도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작심 발언'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의 반발로 청문보고서 채택 1차 시한(14일)을 넘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얘기였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리 준비한 A4 용지를 꺼내, 강 후보자를 '부적격 후보'로 규정 짓고 국회 일정 보이콧·장외투쟁까지 거론하며 압박에 나선 야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국회에 요청하기 전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상 국회가 정부의 인사청문요청 이후 20일 이내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다시 정해 보고서를 다시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오는 17일까지 다시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17일이 토요일인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국회에 남은 시간은 오는 16일 하루뿐이다.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때와 마찬가지로 청문보고서 채택 2차 시한(17일)을 넘기는 경우 바로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김상조 위원장 임명장 수여 당시에도 "인사청문회 과정이 자질과 능력, 정책적인 지향을 검증하기 보다 흠집내기식으로 하니까 특별한 흠결이 없어도 청문회 과정이 싫다고 고사한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것 때문에 폭넓은 인사에 장애가 있다"면서 현 인사청문 정국에 대한 야당의 반발에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 보름 남았는데 외교부 장관 없이 어떻게"

문 대통령은 이날 "저는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 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정부 인사에 관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면서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감사원장을 제외한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야당의 본분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야당이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증여세 지각 납부 논란 등을 두고 문제 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결과에 대한 국민 여론 등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는 강 후보자가 외교 전문가와 국제사회, 국민 여론 등을 볼 때 외교부 장관으로서 합격이라는 얘기로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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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는 제가 보기에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한국에서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역대 외교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이 그가 이 시기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있다"면서 "국민들도 (강경화 임명) 지지(여론)가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이제 막 출범한 정부의 외교적 상황을 감안해 달라는 호소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 밖에 남지 않았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와 주요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외교부 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부탁드린다. 외교적인 비상상황 속에서 야당의 대승적인 협력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반(反) 강경화' 공조 강화될 듯

그러나 야당이 이러한 문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입장을 바꿀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때보다 더 강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강경화 임명 문제와 관련) 야3당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졌으니 강 후보자를 그냥 임명해야 겠다고 하는데 한미 정상회담이 도덕적 부적격과 자질·능력 미흡이라는 부분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 보이콧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회 보이콧만이 모든 전략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지금 전략을 얘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지만 강 후보자가 임명되면 (그 대응은) 지금보다 강한 수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 문제만큼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당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워크샵 당시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적합 후보자로 당 방침을 정했다. 임명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협치는 안 하겠다는 대통령의 자세로 판단하고 정부·여당과 협력하는 역할에 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되면(강경화 임명시) 협치는 더 이상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데도 강행 의지를 굽힐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정말 놀라울 만한 발언을 했는데 이것은 헌법정신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김세연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럴 거면 대통령은 왜 협치를 말했고, 우리는 왜 인사청문회를 하는 건지, 국회는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무력감을 느낀다"라며 "국회 무시는 국민 무시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만 불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다시 5월 10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것을 청와대에 충고한다"고 밝혔다.



태그:#강경화, #문재인, #장외투쟁, #협치,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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