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극찬한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나왔더라면, 점수 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4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충분히 예견됐던 참사

월드컵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자국 리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대한민국이란 팀에게는 온 국민이 관심을 쏟는 비정상적인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월드컵이라도 있기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한국 축구는 버텨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카타르전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내내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듯이, 문제도 매번 똑같다. 선수 선발부터가 심각한 문제다. 국가를 대표할 수 없는 이들이 선발되고, 심지어 선발 출전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문제의 시작이다.

장현수는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 단 한 경기에 나섰다. 심지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팀은 0-3으로 완패했다. 중앙 수비수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곽태휘는 어떤가. FC 서울의 전반기는 최악이었다. 2017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기 탈락했고, 우라와 레즈 원정에서는 2-5 대패라는 굴욕까지 맛봤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13경기 14실점이다. 골키퍼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지만, 수비진의 문제도 만만찮다. 그 중심에 곽태휘가 있었다. 슈틸리케는 안정적인 수비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런데도 중앙 수비진을 이렇게 구성했다.

슈틸리케가 수비를 정말 중요시한다는 것은 공격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수비형 스트라이커를 선호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포지션이다. 상대 골문을 위협하기보다는 전방 압박이 가능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를 선호한다. K리그 클래식 30경기 4골의 이정협이 그랬고, 무려 4시즌 동안 리그 4골에 그친 지동원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수비적인 공격수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공격수, 그것도 득점을 책임져야 하는 스트라이커로의 활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중원에서도 슈틸리케의 수비 지향성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성용의 파트너로 한국영을 선호한다. 한국영은 투지가 넘치고, 거친 몸싸움과 태클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다.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으로 인한 공간을 메워줘야 한다는 기본적인 역할에도 부족함을 드러내고, 위험 지역에서의 태클은 늘 무모하며, 실점 위기로 이어진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김정우처럼 상대의 패스를 미리 예측해 차단해내는 모습도 없다. 미드필드라고 보기 힘든 패스 성공률과 전진 패스 능력은 국가대표팀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중원은 오직 기성용만을 찾아야 한다. 똑같은 문제가 매번 반복되는 데도 변화는 절대 없다.

국가대표팀이 이승우를 거부할 자격이 있나

국가대표팀의 공격을 지켜보면서, '19세 소년' 이승우가 떠올랐다. 그는 분명 어리다. 프로 경험도 없고, 아직은 유망주일 뿐이다. 그래서 슈틸리케를 포함한 대다수 축구인들이 이야기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올라서야 한다고.

그런데 국가대표팀에는 원칙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 시즌 65분만을 뛰어도, 4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교체 30분 출전이 전부인 선수도 국가대표팀에 선발된다. 앞서 말한 수비는 말할 것도 없다. 직접 경기를 지켜보며, 심지어 비디오라도 구해 몸 상태를 확인했다면, 절대 국가대표팀에 뽑힐 수 없는 선수들이 선발됐다.

그런데 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이승우에게는 원칙을 들먹이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카타르전을 보며 확실하게 느낀 것은 한국 선수들이 개인 기량에서도 심각하게 밀린다는 사실이었다. 카타르 공격진은 우리 수비진을 너무나도 쉽게 뚫어냈다. 수비수 1~2명쯤은 드리블로, 사이 공간은 패스로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반면 우리는 어떠했나. 선발로 나선 이재성 덕분에 전진 드리블과 창의성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다. '에이스' 손흥민은 부상으로 인해 일찌감치 그라운드를 떠났다. 황희찬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너무 조심스러웠다. 측면 공격수 지동원은 경기에 나섰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과감한 모습이라도 필요했다. 그래서 더 이승우가 보고 싶었다. 그는 한국 축구 지도자들이 싫어하는 드리블이 장기다.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한다. 그 덕분에 조직력을 강조하는 축구인들의 비판도 받았다. '원팀'을 강조하면서도 성적은 없었던 의아한 목소리에 움츠러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로 보여줬다. 연령별 대회이기는 하지만 중앙선 부근에서부터 드리블 돌파해 들어가 리오넬 메시의 나라를 무너뜨렸다. 기니전에서도 그의 과감한 드리블이 분위기를 바꿨고,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아쉬운 신체조건, 징계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시간들, 늦은 프로 데뷔 등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런데도 시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U-20 월드컵뿐 아니라 카타르전이 증명했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이들이 단 1승도 없었고, 한국 원정을 제외하면 득점도 없던 중국에게 졌다. 내전으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도 치르기 힘든 시리아는 가까스로 이겼다. 심지어 원정에서는 비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카타르를 상대로는 팀은 물론 개인 기량에서까지 패했다.

끝없는 부진의 원인은 정확하다. 자격이 부족한 이들이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상대 수비수 한 명도 제쳐내지 못하는 선수 구성으로는 미래가 없다. 기본적인 전진 패스와 볼 컨트롤도 힘겨운 선수들로는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나서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희망이 없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악몽이 재연될 뿐이다.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이들이 국가대표팀에 자리해야 한다. 가능성이 보인다면, 과감해질 필요도 있다. 축구는 11명이 뛰지만, 천재적인 선수 하나가 결과를 가져올 때가 정말 많다. 한국 축구의 불치병인 개인 기량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선수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실패는 걱정하지 말자. 카타르전 패배가 보여주었듯이 한국 축구는 추락할 만큼 떨어졌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해도 문제이지 않은가. 제대로 된 원칙을 세우고, 특별 관리가 필요한 선수에게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차라리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않는 것이 한국 축구를 위해 좋다는 생각만큼은 들지 않도록, 뭐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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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S 카타르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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