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네르바체 레프트 '바톤 터치'... 김연경(중국 상하이)과 미아(페네르바체·전 흥국생명)

페네르바체 레프트 '바톤 터치'... 김연경(중국 상하이)과 미아(페네르바체·전 흥국생명) ⓒ P.P.A.P/KOVO


운명의 장난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페네르바체를 떠난 김연경(30세·192cm)의 빈 자리. 그 자리를 한국 V리그에서 뛴 적이 있는 두 선수가 메운다.

페네르바체 잔류냐, 이적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김연경은 지난 5월 30일 중국 1부 리그 상하이 팀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011~2012시즌부터 6년 동안 수많은 대회를 제패하며 김연경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던 팀과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됐다. 정이 듬뿍 들었던 동료 선수들도 큰 상실감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사인 인스포코리아 임근혁 차장은 지난 달 3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상하이 구단과 1년 연봉 계약을 했으며,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와 계약한 수준(한화로 대략 16억~17억 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연경이 여전히 세계 최고 연봉의 선수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당연히 중국 리그에서도 역대 최고 연봉을 기록하게 됐다.

폴리나, 독보적 활약에도 '우승'과 인연 부족

그러나 페네르바체는 팀의 핵심 기둥이 빠져나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최근 그 결과물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국내 배구팬들에게 흥미로운 소식들이 전해졌다. V리그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선수 2명을 영입해 김연경의 빈 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그에 따라 올 시즌 페네르바체 성적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지난 5월 24일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인 폴리나 라히모바(28세·198cm)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폴리나는 지난 2014~2015시즌 현대건설 팀에서 '폴리'라는 이름으로 눈부신 활약을 한 바 있다.

라이트 공격수인 폴리나는 당시 여자부 전체 득점왕, 공격성공률 1위, 서브 1위, 오픈공격 1위, 후위공격 1위로 5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2011~2012시즌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을 이끈 몬타뇨(35세·185cm)의 공격 부문 5관왕 이후 최고의 기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V리그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35득점, 43득점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활약을 했지만, 국내 선수의 전반적인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데스티니-박정아-김희진 삼각편대가 맹활약한 IBK기업은행에 2전 전패를 당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4강 격파 주역, '최고 전성기' 올까

 2017~2018시즌 페네르바체에서 뛰는 '폴리'(전 현대건설)

2017~2018시즌 페네르바체에서 뛰는 '폴리'(전 현대건설) ⓒ KOVO


이후 폴리나는 일본 리그로 건너가 2015~2016시즌부터 2년 연속 득점왕과 서브왕을 차지하는 괴력을 보였다. 그러나 또다시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소속 팀인 도요타는 2시즌 연속 5위에 머물렀다.

폴리나는 최근 열린 국제대회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지난 3일 끝난 2018 세계선수권 유럽지역 예선전에서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로 나서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아제르바이잔은 폴리나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리우 올림픽 4위인 네덜란드를 제치고 5전 전승으로 E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폴리나는 네덜란드와 맞대결에서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28득점을 쏟아부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폴리나의 기량이 최고조에 올라 있다는 걸 방증한다.

그리고 2017~2018시즌에는 페네르바체에서 뛰게 됐다. 지난 시즌 우승에도 불구하고 라이트의 공격력 부족에 시달린 페네르바체는 폴리나의 가세로 기대감을 갖게 됐다.

미아, '김연경 빈 자리'에 들어간다

페네르바체는 13일 지난 2010~2011시즌부터 2년 연속 흥국생명에서 활약했던 미아(36세·192cm)와도 계약을 완료했다. 미아는 이날 공식 인터뷰에서 "페네르바체의 일원이 되어 자부심을 느끼고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국가대표인 미아는 한국 오기 전에는 주로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했다. 흥국생명을 떠난 이후에는 2012~2013시즌부터 2년 동안 터키 1부 리그 부르사 팀에서 뛰었다.

그리고 2014~2015시즌부터 2년 동안 일본 1부 리그 덴소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일본 리그 첫 시즌에는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아도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다. 덴소는 2년 연속 7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터키 1부 리그 차낙칼레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소속 팀은 6위에 그쳤지만, 미아는 터키 리그 득점 랭킹 3위와 서브 1위를 기록했다. 레프트 부문 평가에서도 세계 최강 중국의 주 공격수인 주팅(24세·198cm·바키프방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정신적 지주-분위기 메이커'는 대체 불가

레프트 공격수인 미아는 포지션과 팀 구성을 감안하면, 정확히 김연경의 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페네르바체는 12일 지난 시즌 김연경과 함께 완성형 레프트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브라질 국가대표 나탈리아(28세·183cm)와 계약을 공표했다. 폴리나가 라이트임을 감안하면, 미아는 나탈리아 대각에 서는 레프트 즉 김연경의 자리에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아 한 명만으로 김연경의 공격력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페네르바체는 폴리나를 영입함으로써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리우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로이드(29세·180cm)를 영입해 세터 부문도 보강했다. 지난 시즌 터키 리그 '블로킹 1위' 에다(31세·188cm)도 변함없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공백을 더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김연경이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미아와 폴리가 완전히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선수 전체의 사기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리더십과 친화력도 페네르바체를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유지시켜 온 원동력이다. 그런 존재가 사라진 데 따른 상실감 극복도 과제이다.

국내 배구팬들에게 페네르바체는 지난 6년 동안 김연경을 통해 애증이 서린 팀이 됐다. 공교롭게 김연경의 빈 자리도 친숙한 선수들이 메운다. 이래저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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