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두산이 기대했던 우완 파이어볼러의 성장은 쉽게 볼 수 없었다. 김강률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빠른 구속에 비해 정교한 제구가 부족했고, 1군에서 꾸준히 롱런하는 시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랬던 김강률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일까. 5월 내내 불안했던 김강률이 6월에 접어들면서 영점을 잡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13일 LG전에서도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해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 날 김강률의 투구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2이닝 무실점, 최고구속은 154km에 달했다.

2이닝 무실점, 최고구속은 154km에 달했다. ⓒ 두산 베어스


묵직한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 속수무책으로 당한 LG

선발 유희관이 6회 초까지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반면 두산 타선이 6회말까지 임찬규를 상대로 뽑아낸 점수는 단 두 점에 불과했다. '불펜 ERA 1위' LG의 뒷문을 감안하면 역전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았다.

그리고 유희관에 이어 올라온 김강률이 꺼지던 불씨를 조금씩 살렸다. 7회 초에 등판한 김강률은 패스트볼과 포크볼, 커브를 섞어 첫 타자 이천웅을 삼진 처리했다. 초구와 2구 구종 모두 149km에 달하는 패스트볼이었고, 3구와 4구는 각각 포크볼과 커브였다.

박용택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풀카운트까지 가면서 끈질긴 승부를 펼쳤고 1사 1루에서 양석환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볼카운트 1-2에서 패스트볼이 들어갔는데 양석환의 타구가 유격수를 향해 무실점으로 7회 초를 마쳤다.

8회 초에도 김강률은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정성훈은 2루수 땅볼, 그 이후 타석에 들어선 채은성과 오지환을 각각 삼진과 땅볼 처리해 삼자범퇴로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그리고 8회 말 공격에서 두산은 다섯 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 승기를 잡았다.

24개, 2이닝 동안 김강률이 던진 투구수다. 8회 초에는 단 10개의 공으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54km에 달했고 안타 없이 볼넷 한 개만을 내주며 탈삼진 두 개를 솎아냈다. 묵직한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로 타자들을 요리했고 LG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불안한 뒷문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뒷문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두산 베어스


컨디션 좋은 김강률은 불펜에 큰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김강률의 호투에 탄력을 받은 것일까. 최근에 등판할 때마다 불안함을 드러낸 이용찬도 9회 초 세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마침표를 찍었다. 김강률과 이용찬, 불펜이 3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활약이었다.

필승조 가운데 이현승, 김승회, 김성배 세 투수의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후반이 됐다. 정규시즌은 장기 레이스인 점을 감안하면 필승조의 체력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도 빠르고 1이닝 이상 소화할 수 있는 김강률이 두산 불펜에 꼭 필요한 이유다.

프로 데뷔 이후 김강률이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시기는 2012시즌이었다. 30경기에 등판하며 34.1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 2.88로 매우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승패나 홀드, 세이브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빠른 구속에 비해 정교하지 못한 제구가 매번 김강률의 발목을 잡았고 필승조로 기용되지 못한 이유도 제구 때문이었다.

13일까지 김강률은 25경기에 등판하며 31.2이닝을 소화했다. 부상이나 제구 난조가 없다면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하, 이현호, 박치국 등 다른 투수 자원에 비해선 최근 페이스가 좋다.

6월 한 달간 6경기 10.1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점은 1.74로 지난 달(7.71)에 비해 훨씬 낮아진 수치다. 안정감을 찾고 컨디션이 좋은 김강률은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줄 수 있는 투수다.

아직 다 꽃피우지 못한 김강률이 조금씩 완성형에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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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KBO 기록실)
프로야구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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