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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9일 오전 처음으로 사복이 아닌 환자용 수의를 입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9일 오전 처음으로 사복이 아닌 환자용 수의를 입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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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사건은 "대통령 비서실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13일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는 우울한 소식이다.

이날 감사원은 국회 요구에 따라 문체부를 감사한 결과 2014년 3월부터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로 산하기관에 블랙리스트가 내려갔다고 밝혔다(☞ 결과 보고서).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래 문예위), 영화진흥위원회 등은 이 명단에 따라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나 지원 대상에서 총 444건을 부당하게 배제했다. 지원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문예위(364건)였고, 영역별로는 문화·예술417건, 영화 5건, 출판 22건이었다.

감사로 드러난 블랙리스트의 시작은 4년 전이었다. 2013년말 문화체육비서관실은 문체부에 '정부가 문화예술계의 이념편향적 작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듬해 문체부 우수도서 선정, 문예기금 지원 등 지적사항이 상세해졌고, 그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불거지자 범위가 영화계로 확대됐다.

문체부는 2014년 6월부터 분야별로 블랙리스트 집행 상황을 관리하고, 문화체육비서관실에 그 실적을 보고하기 위한 '건전 콘텐츠 활성화TF(아래 건전TF)'도 운영한다. 이 TF는 2015년 상반기까지 활동했다.

감사원은 이 정점에 김기춘 전 실장이 있다고 명시했다.

"문체부 기조실장은 2014년 10월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의 지시를 받은 (김종덕) 장관으로부터 문체부 지원사업 중 정치적인 작품 등에 국고가 지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사 후 대응방안을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블랙리스트가 작동하면서 문화예술인·단체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았고, 문예위 등 문체부 산하기관의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 자체가 부당한 지시인데,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담당자들이 이 지시의 위법성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2016년 9월까지 이행했다고도 했다. '건전TF는 실국별 사업 추진상황 등을 확인했을 뿐, 지원배제를 총괄하진 않았다'는 문체부 해명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는 위법한 지시' 판단... 정유라 특혜 의혹은  "확인 불가"

법정에 선 김기춘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블랙리스트는 문화예술정책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런데 13일 감사원 발표는 블랙리스트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김 전 실장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다만 감사원 보고서에는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의 개입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을 받는 조 전 수석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감사원은 또 문체부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사실로 판정했다. ▲ 미르·K스포츠 재단이 설립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는데도 허가하고 ▲ 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로 최씨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해외순방행사 용역계약을 맺고 ▲ 김종 차관이 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개입한 일 ▲ 최씨 측근 차은택 감독이 연관된 '늘품건강체조'를 정당한 검증절차 없이 지원한 것도 부적절하다며 관련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다만 최씨 딸 승마선수 정유라씨의 훈련상황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대한체육진흥회가 2014년 전국체육대회 때 승마경기만 개최지 제주도가 아닌 인천에서 진행한 것은 부적절했지만, 그 배경에 최씨 모녀가 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태그:#김기춘, #블랙리스트, #최순실,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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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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