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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환경부가 국정의 핵심 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물 관리' 업무를 이양 받았고, 환경영향평가로 논란이 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관련 정부TF에 참여하는 등 실제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 신임 장차관에 환경운동가 출신의 인사가 임명되면서 4대강 사업 문제와 기후변화 대처, 미세먼지 문제, 에너지 정책 분야 등 주요 현안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내세운 핵심 정책들이 많은 부처인만큼 장차관 인사에 전문성과 개혁성을 부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 관리 일원화로 몸집 커진 환경부

2016년 5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와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입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악화시키고 사과조차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윤성규 당시 환경부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2016년 5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와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입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악화시키고 사과조차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윤성규 당시 환경부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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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환경부가 국토 관리에 핵심 업무인 '물 관리'를 맡았다는 것은 이 분야의 완전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전 정부까지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수자원 개발과 수량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를 환경부가 가져가면서 물 관리 정책이 수자원 보전과 수질 관리로 대전환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 5일 당·정·청은 국토부의 수자원정책·홍수통제·하천관리 등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또 홍수통제소, 각 지방국토관리청의 하천관리, 수자원공사 감독 업무도 환경부로 넘어간다. 그동안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졌던 수량관리, 수질관리 업무가 모두 환경부로 일원화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 환경부의 업무 범위만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의 규모 자체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올해 5조7천억 원가량의 예산을 배정받았지만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 20조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수공의 지난해 매출은 3조6천억 원, 영업이익은 3640억 원이었다.

그동안 환경부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생태원 등 4개의 준정부기관과 한국상하수도협회, 환경보전협회 등 4개의 공공기관이 산하기관으로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 직원 수만 4500명가량의 수자원공사가 들어오면 결과적으로 이전 산하 기관의 규모를 압도하는 공기업을 관리감독 하게 된 것이다.

또 환경부로 이관되는 수자원정책국 예산도 지난해 환경부 전체 예산의 31%인 1조8108억 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홍수통제소를 비롯해 각 지방국토청의 물 관련 업무까지 이관되면서 관리 인력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의 새해 예산도 올해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환경부가 그동안 존재감 없는 부처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규모가 커지고 역할이 늘어나는 만큼 더 주목 받게 될 것"이라며 "물 관리 업무만으로도 기존의 업무량을 능가할 수 있다. 새롭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경부 몸집이 커진 만큼 국회의 역할도 중요해졌다"라며 "지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여야 16명의 의원이 배정돼 있는데 이 인원으로는 벅찬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역동성 위한 환경운동가 출신의 장차관 배치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안병옥 차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안병옥 차관.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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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환경부 장관에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 차관에 안병옥(54)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이 임명된 것도 눈길을 끈다. 장관과 차관 모두 환경 문제에 매진해온 시민사회 운동가 출신이다. 애초 환경부 장관에는 내부 인사 발탁 가능성이 거론됐던 만큼 파격적인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김은경 장관 후보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불법 유출 사건 때 대구 지역 시민대표로 활동을 펼치며 '페놀아줌마'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후 여성민우회 환경위원장, 서울시 노원구의회 의원, 서울시의회 의원에 잇따라 당선됐다.

지난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환경특보를 맡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환경전문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환경특별위원장 등을 맡아 참여정부의 환경 정책을 깊숙이 관여했다. 이후 청와대에 들어와 민원제안비서관, 제도개선비서관, 지속가능발전비서관을 잇따라 맡았다.

안병옥 차관 역시 환경운동으로 이름을 알린 인사다. 보통 장관이 외부인사로 지명되면 차관은 내부에서 발탁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 면에서 안 차관의 임명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르게 파격적인고 혁신적인 인사로 환경부의 입지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 차관은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에서 응용생태학 박사과정과 생태연구소 연구원을 거쳤다. 이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지냈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환경 운동에서도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분야에 선도적으로 나서면서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관련분야의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사로 평가 받는다.

이 같은 성향의 장차관 배치로 기존에 개발 관련 부처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환경부의 위상이 재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시한 4대강 정책감사와 재자연화 검토, 석탄화력발전 감축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 주요 현안에서 국토부와 산업부를 견제하며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환경부는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자신들의 역할에 반하는 정책을 펼쳐왔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는 정책들은 대부분 이전 정책을 뒤집어야 하는데, 관료출신 장차관이 임명됐다면 자신들이 해왔던 일을 한순간에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관과 차관 모두 앞으로 환경부에 주어질 역동적인 의제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임명했다"라고 말했다. 장관과 차관 모두 외부에서 임명되면서 관료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에는 "장관 후보자가 충분히 정무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태그:#환경부, #김은경, #안병옥, #수자원공사,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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