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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행동 출범 기자회견
 만원행동 출범 기자회견
ⓒ 만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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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에 나중이라니?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주장이 나온 지 벌써 5년째다. 그사이 참 많은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전부 이상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반발도 심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어느샌가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합의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우려들이 곳곳에 있지만 그럼에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도 최저임금 1만 원을 2020년까지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만원행동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년이 아니라 지금 당장 1만 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은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이야기들과 매우 닮아있다. 원칙적으로 해야 하지만 여러 조건들이 있으니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그 듣기 좋은 말들이 공허한 이유는 결국 우리보고 양보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헌법이나 기타 법조문을 들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누릴 권리가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그 권리를 추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그 권리를 박탈당하고 유예당해왔다. 왜 더 기다려야 하는가? 이는 단지 정치인의 논리일 뿐이다. 그 듣기 좋은 양보의 미덕 안에 당사자의 권리는 없다.

알바체험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알바체험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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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반대인가

이미 미국의 일부 주와 독일에서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이뤄졌다.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우려들이 있었다. 고용이 줄 것이다, 물가가 대폭 인상될 것이다, 자영업자가 망할 것이다 등등.., 하지만 실행한 결과 고용의 유의미한 감소는 없었고, 물가의 인상 역시 없었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로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논리들로 최저임금 1만 원을 좌절시키려는 무수한 시도들이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이 진심으로 만원이 되면 힘들 것이라며 기업 걱정,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면서도 검증되지도 않은 불안요소들을 나서서 걱정하고, 양보해야 하는가.

이 나라 곳곳에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고, 보증금이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고, 몸이 아파도 혼자서 앓고 마는 수많은 최저임금노동자들이 널려 있다. 대체 이들 앞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물가가 올라 소용이 없다는 그 검증되지도 않은 말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는가. 항상 이들은 이렇게 과격하고 급진적인 방법 말고 좀 더 좋은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안은 어디에 있는가. 그 좋은 대안이라는 것이 누구의 입에서도 말해지지 않고, 논의되지 않는데 어떻게 현실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그 허구를 믿고 기다리라고 말하는가.

행동 없는 약속은 무의미하다

또 한 가지 양보가 불안한 이유는 그 조건들이 언제 어떻게 최저임금 1만 원을 할 수 없는 이유로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점진적 이행의 담보는 대통령의 말뿐이다. 그리고 이제 여당이 된 민주당은 작년 총선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얘기했으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아래 최임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전례를 되풀이 했다. 그저 믿고 기다리기엔 불안이 너무 크다. 올해도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최임위는 사용자 위원 9인, 노동자 위원 9인, 공익 위원 9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과반의 의결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언뜻 보기에 합리적인 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 위원, 특히 경총은 관례처럼 동결을 외친다. 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 노동계도 물러설 수 없다. 결국,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익위원은 계속해서 사용자위원의 편을 들어줬고, 현재 공익위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최임위에 대한 개혁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결코 1만원은 만들 수 없다. 최임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을 믿고 기다릴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떻게 최임위를 개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

만원런 포스터
 만원런 포스터
ⓒ 만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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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서서 만원을 만들자

흔히 말해지고 이제는 누구나 듣기 좋은 수사로 생각하지만, 최저임금 1만 원은 인권이다. 인권 앞에 나중은 없다. 보장 없는 나중은 더욱 그렇다. 인권을 유예하지 말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임금이고, 그 돈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다.

'만원행동'은 오는 6월 17일,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위한 걷기대회 '만원:런'을 개최한다. 오후 2시에 홍대입구에서 출발해 여의도까지 걷는다. 성인 기준 대략 만 보 정도 되는 거리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여 우리가 바라는 삶을 요구하고, 여유롭게 걸으며 그 삶을 미리 맛볼 수 있는 기회다. 함께 걸으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우리의 행복할 권리를 외쳐보자.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알바노조는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만원행동에 참여하여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저임금1만원, #만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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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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