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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사전에서 '장사'는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파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중국에서는 장사를 '셩이(生意)'라고 부르는데, 글자대로 풀이하면 '살아가는 의미'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삶이 곧 장사'라는 거지요.

중국어 사전에서 '셩이(生意)'는 이윤을 얻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 유통, 판매, 무역 활동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장사'는 판매활동으로 한정하는 데 비해, 중국에서 '셩이(生意)'는 상업 활동 전체를 포함합니다.

중국에는 미국의 애플이나 구글보다 상장 주식 시가 총액이 높은 기업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기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한국 단어 '장사'의 의미, 즉 판매 활동에 종사하는 중국 일반 사람 모습을 조명해보겠습니다.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기업을 소개하는 건, 마치 한국 사람 장사 모습을 소개할 때 '현대' 정주영과 '삼성' 이병철·이건희의 경영 기술(기법)을 설명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중국 일반 사람들의 실제 생활모습과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3월에 대학교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반면 중국은 9월에 새학기가 시작되죠. 중국 대학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그래서 중국 대학교에서는 6월 졸업 시즌이 되면 졸업생들이 자신이 기숙사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을 팔곤 합니다.

대학교 안에 커다란 난전이 벌어지는 겁니다.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책을 팔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쌉니다. 졸업생 한 명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봐야 한국 돈 2만 원 정도도 안 될 겁니다. 중국사람은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또 아무리 이윤이 박하더라도 팔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장사를 합니다. 중국 '셩이(生意)'의 뜻처럼 중국사람에게는 '삶이 곧 장사'이기 때문이지요.

대학교 졸업생이 물건을 파는 난전 모습.
 대학교 졸업생이 물건을 파는 난전 모습.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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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 유학하는 중국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들이 장사를 합니다. 한국에 유학 오기 전 공부하던 자신의 중국 대학교 친구들에게 한국 상품을 국제우편으로 파는 거지요.

한국 유학생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도 모두 이렇게 장사를 합니다. 비록 한 달에 몇 개밖에는 팔지 못하겠지만, 중국사람에게는 삶이 곧 장사이기에 개의치 않습니다. 사업 일로 중국사람을 상대해본 한국사람들이 '중국사람은 핏줄에 피가 아니라 돈이 흐른다'고 여기는데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중국사람이 장사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와 장사를 하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상업 경전(經典)인 사마천의 <화식열전>

한국에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불교 관련 글인데 이렇게 종교나 한 분야를 대표하는 책은 책 제목 뒤에 '경'(經)을 붙입니다. 대표적인 경전(經典) 책으로 불교의 불경(佛經), 기독교의 성경(聖經), 유교의 사서삼경(四書三經)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는 장사 즉 상업을 대표하는 책 '상경'(商經)이 있습니다. 상업(장사)이라는 글자 뒤에 종교 경전에서 쓰는 경(經)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으니, 장사에 관한 최고의 책인 셈입니다. 중국에서 상경(商經)이라고 불리는 책은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입니다.

사마천이 쓴 <화식열전>에는 상업과 관련된 일을 상품 교환, 상품 생산, 서비스업, 임대업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 글에서는 상품 교환 일을 하는 장사에 대해 살펴봅니다.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돈이란 풍요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누리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에, 부자가 되려는 건 인간의 본능적 요구'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이 돈을 벌고자 할 때는,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이 상업만 못하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예로 여성들이 집에서 방직물에 자수로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 얻는 수입은, 시장 바닥에 앉아 장사하는 수입보다 못하다고 합니다.

사마천은 어떤 장사를 할지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본의 규모에 따라 다른데, 자본이 많은 부유한 사람은 기회를 노려 투기해서 큰 재산을 모을 수 있고, 자본이 있으나 많지 않을 경우는 곧 지략으로써 조그만 재산을 취하며, 자본이 없는 서민은 오로지 부지런하게 장사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자가 되고는 싶지만, 자본이 적은 일반 사람은 지략을 짜내 부지런하게 장사해야 합니다.

가격을 깎는 한국과 가격을 '부러뜨리는' 중국

세상 사람 누구나 물건을 살 때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어 합니다. 한국에서는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가게 주인과 흥정하는 일을 두고 '가격을 깎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과 껍질을 깎듯 물건 가격을 살짝 깎아내는 거지요. 이런 방법으로는 물건을 많이 싸게 살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가게 주인과 흥정하는 일을 '따저(打折)'라고 합니다. '따저(打折)'에서 '따(打)'는 '치다'라는 의미이고 '저(折)는 '부러뜨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가게 주인과 흥정하면서 물건 가격을 강하게 쳐서 부러뜨리는 거지요. 물건 가격을 부러뜨리면 최소 원래 가격의 반 정도는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중국의 '폭탄세일' 광고.
 중국의 '폭탄세일' 광고.
ⓒ 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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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깎는다'는 한국말과 '가격을 세게 쳐서 부러뜨린다'는 중국말에서, 중국사람이 장사하는 기술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물건을 팔 때, 손님이 최소한 반은 깎을 거라 예상하고, 최초 가격을 말하는 거지요. 손님이 가격을 깎지 않으면 당연히 더 많은 이윤이 남는 거고요.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는 세 가지 요건을 말합니다. 첫 번째는 이익을 보면 대의(大義)를 생각해야 하고, 두 번째는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세 번째는 오래전에 한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 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현재 중국에서 '성인(成人)'이라는 단어는 만 18세 이상인 사람을 말하지만, 공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 '성인(成人)'이라는 단어는 덕과 지식을 겸비한 군자를 일컫는 말입니다(德才兼備的人).

공자가 사람이 성인군자가 되는 요건으로 위의 세 가지를 말했다는 건, 거꾸로 생각해 보면 성인군자가 아닌 보통 사람은 위의 세 가지를 지키기 어렵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러니까 실제 생활에서 사람은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요건과는 반대로 살고 있다는 거지요.

공자의 말씀 중 첫 번째 요건, '이익을 보면 대의를 생각한다(見利思義)'는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의 이윤을 얻어야, 의(義)로운 행동을 하는 건지를 말합니다.  성인 군자가 아닌 보통 사람은 이익을 보고 의(義)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이익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요.

그래서 중국에는 교활하지 않은 장사꾼은 없다(無商不奸)는 속담이 있습니다. 속담 그대로 해석하면 장사꾼은 모두 교활하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교활하지 않은 장사꾼은 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장사꾼이 교활하게 물건을 팔면, 물건을 사는 고객 입장에서는 바가지를 쓰고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게 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만 물건을 비싸게 파는 게 아닙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누가 됐든 고객에게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팝니다.

국가라는 장사꾼은 법으로 전매 사업을 하면서 원가의 몇십 배 가격으로 물건을 팝니다. 한국에서 국가 전매 사업인 담배, 술의 원가 대비 이윤을 따져 보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또 첨단 제품을 생산해서 파는 대기업 장사꾼도 기술 독점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물건을 원가의 몇 배 가격으로 팝니다. 시장에서 소소한 물건을 파는 장사꾼에게만 원가의 몇 배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고 교활한 장사꾼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사람은 장사란 원래 교활하게 지략을 써서 많게는 원가의 몇십 배, 적게는 몇 배의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에서 중국사람이 장사하는 모습을 알아봅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 광고

중국에서도 공무원은 인기있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한국처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공무원 시험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나뉘는데,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공무원 지망자의 인성을 중요시하므로 면접시험이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 기관은 보통 채용 예정 인원의 3, 4배수 인원을 필기시험에 합격시킵니다. 그러니까 중국 공무원 지망자는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다시 면접시험 준비에 매달려야 합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공무원 면접시험 학원은 공무원 필기시험 통과자를 대상으로 면접시험 준비 특강 프로그램을 장사합니다. 특강 프로그램을 장사하는 학원은 6일간의 면접시험 특강 학원비로 중국 돈 1만 2990위안(한국돈 210만 원)을 받습니다. 너무 비싸다고요. 하지만 수강생이 많습니다.

중국 공무원 면접시험 학원 광고 .
 중국 공무원 면접시험 학원 광고 .
ⓒ 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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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면접시험 특강 광고를 자세히 보면, 학원은 처음에 학원비로 중국 돈 1만 2990위안(한국돈 210만 원)을 받지만, 학원에서 수강 후 면접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수강생에겐 다시 중국 돈 1만 1000위안(한국돈 180만 원)을 돌려줍니다. 그러니까 학원은 면접시험 합격 수강생에게는 학원비로 한국돈 210만 원을 다 받지만, 면접시험에 불합격한 수강생에게는 학원비로 한국돈 30만 원만 받고 나머지 180만 원은 돌려주는 거지요. 한국 학원이 배울 만한 장사 기술입니다.

독점 판매 대리

중국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47배이고, 중국 인구는 대한민국 인구의 28배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자신의 상표를 가지고 의·식·주 관련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직영 판매점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중국 행정구역은 성(省)과 시(市)로 나누어지는데, 성(省)은 한국 도(道)와 같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많다 보니 한 개 시(市) 인구가 보통 500만 명 이상입니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시(市)라도 인구가 200만 명은 됩니다.

중국에서 유명한 상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성(省)과 시(市) 단위로 독점 판매 대리권을 설정해놓습니다. 예를 들어 A시에서 유명 상표 제품을 팔려는 사람은 해당 제품 A시 독점 판매 대리권을 가진 유통상에게서만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지역 단위 독점 판매 대리점 행사 모습.
 지역 단위 독점 판매 대리점 행사 모습.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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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생산 기업은 지역별 독점 판매 대리 유통상에게 해당 지역 내 상품 공급 권한을 줄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해당 상표의 가짜 상품을 관리할 책임도 부여합니다.

그래서 만약 지역 내에서 해당 상표의 가짜 상품이 판매된다면 그 지역의 독점 판매 대리권을 가진 유통상이 철저하게 조사해서 처리합니다. 하지만 지역 독점 판매 대리권을 가진 유통상이 해당 상표의 가짜 상품을 만들어 자신의 독점 판매 대리 지역에 유통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소림사와 비키니

1982년 <소림사>라는 영화가 발표되면서, 중국 소림사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됐습니다. 1999년 소림사 방장(규모가 큰 사찰의 주지)에 임명된 '스융신' 스님은 상업적 경영 마인드를 갖고 '소림사'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스융신'은 소림사 주지라기보다는 소림사 CEO로 불립니다.

스융신 스님은 '소림 무술학교'를 만들어 교육 사업에 성공하고, '소림 음료'를 개발해 전국에 판매합니다. 또 소림사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소림사 안에 호화 휴게실(숙소)을 짓고 관광객을 안내하는 전문 직원을 배치합니다. 불교 사찰에서 이 정도 장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소림사 홍보대사 선발 대회를 열면서 논란이 일어납니다. 스융신 스님은 소림사 관광 방문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소림사 정문에서 홍보대사 선발 대회를 열면서 선발 대회 참가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사찰 내를 활보하게 합니다.

소림사 홍보대사 선발 대회 모습.
 소림사 홍보대사 선발 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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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홍보대사 선발 대회 모습.
 소림사 홍보대사 선발 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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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홍보대사 무술 단련 모습.
 소림사 홍보대사 무술 단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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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소림사는 관광 방문객을 위한다면서 소림사 안에 있는 계곡에서 비키니를 입은 홍보 대사가 물에 들어가 스님과 무술을 단련하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이런 스융신 스님의 행보 때문에 소림사 매출액은 날로 늘어나고 수익금이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소림사가 위치한 지역의 시 정부(시청)에서 나섭니다. 시청은 관내에 있는 소림사는 돈을 많이 벌지만, 해당 시(市)에는 경제적인 수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소림사가 해당 시내(市內)에 있기 때문에 '소림사'라는 상표 브랜드는 시청 소유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시청은 홍콩 기업과 합자해 소림사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이 주식회사를 증권 시장에 상장시켜 주주 자격으로 수익금을 챙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소림사 스융신 스님이 그러다 소림사 주식회사가 망하면, 사찰(절)이 파산하게 되는 건데 어떻게 절이 파산할 수 있느냐며 반대합니다.

소림사 스융신 스님과 시청과의 논쟁은 뾰족한 해결 방안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답니다.

[About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태그:#중국, #중국문화, #중국사람, #소림사,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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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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