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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숨기지 않고, 드러내놓고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중국사람은 '돈으로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그렇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미디어가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해버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의 기준'을 따라가고자 합니다. 자신의 얼굴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기도 합니다. 당연히 중국에서도 성형수술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국사람들은 한국 성형병원이 얼굴을 잘 고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중국 내 성형병원들은 이름을 지을 때, 되도록이면 한국과 관련이 있는 글자를 사용하곤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중국 산동성에는 '한씨정제'(韓氏定制)라는 성형병원이 있습니다. '한씨정제'(韓氏定制)는 한씨 성을 가진 의사가 고객의 얼굴을 주문 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드러내놓고 "예쁜 얼굴은 재산"이라는 사람들

중국 성형병원 간판
 중국 성형병원 간판
ⓒ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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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름도 재미있지만, 간판 옆에 적혀 있는 문구가 더 눈길을 끕니다. '상제결너적, 한식환급너(上帝欠您的,韓式還給您)'라는데요. 이 문구를 한국어로 해석하면 '하느님(삼신할머니)은 결함있는 당신을 만들었지만, 한씨 성을 가진 의사가  당신을 고쳐드립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성형병원 배너광고
 중국 성형병원 배너광고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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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판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겨냥하지만, 병원 내부 배너광고는 돈을 좋아하는 중국사람의 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병원 복도에 '미려시여인최대적재부(美麗是女人最大的財富)'라는 배너광고가 있습니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예쁜 얼굴은 여성에게 가장 큰 재산이다'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한국에도 '얼굴 예쁜 것도 능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혹자는 미남·미녀가 사회 생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한국 성형병원 건물 복도에 드러내놓고 '성형수술을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라고 광고하진 않습니다.

중국사람에게는 돈으로 예쁜 얼굴을 사는 게 당연하고, 또 예쁜 얼굴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투자했으니, 예쁜 얼굴로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실을 말하는 데 전혀 주저할 게 없는 분위기입니다.

외국인 손님에게 '개구멍' 들어가라는 상황

제가 중국의 대학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중국 대학생 아버지와의 일화가 있습니다. 방학 기간이라 한국에 귀국해 잠깐 쉬는 동안, 중국 대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가족과 같이 한국에 놀러 가려고 하니, 하루 시간을 내서 한국 관광지를 안내해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특별한 일정이 없던 터라, 한국에 온 중국 대학생 식구와 이틀 동안 이곳저곳 놀러 다녔습니다.

다시 중국에 돌아와 생활하던 어느 날, 중국 대학생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번 본인이 한국에 갔을 때 안내해줘서 고맙다면서 이번엔 저와 제 아내를 초대해 자신의 고향 관광지를 여행시켜 주겠답니다.

중국 대학생 아버지 덕분에 춘추전국시대 강태공이 세운 제나라 박물관도 구경하고, 오랫동안 사귄 친구 사이를 일컫는 중국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중의 사당에도 놀러갔습니다.

저와 중국 대학생 아버지는 한국에서 한 번 만나고, 이번에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만났습니다. 서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깍듯하게 예의를 지켰습니다. 특히 중국 대학생 아버지는 제가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이기에 매사에 조심해서 행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강태공이 세운 제나라 박물관
 강태공이 세운 제나라 박물관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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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박물관'과 '관중 사당'은 입장료가 각각 30위안(한화 약 5000원)인데, 공짜로 구경했습니다.

중국 대학생 아버지는 중소기업 규모의 철강 구조물 공장을 운영하는데, 거래처가 공장을 방문하면 고향에 있는 두 유적지(제나라 박물관과 관중 사당)를 매번 안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적지에 몰래 들어갈 수 있는 뒷문(개구멍)을 알고 있다면서 한국 사람인 저와 제 아내를 뒷문으로 안내했습니다.

중국 대학생 아버지가 입장료를 아끼려고, 외국인인 한국사람을 유적지 뒷문으로 안내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중국에서는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돈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인 저는 체면 때문에라도 중국 대학생 아버지처럼 외국인을 유적지 뒷문(개구멍)으로 안내하지 못할 겁니다. 중국사람은 돈과 체면 중에서 돈을 선택하고, 이런 경우는 체면을 잃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대학생 아버지는 저와 제 아내가 이틀 동안 묵을 중국 전통 양식 고급 호텔을 예약했는데, 하루 숙박비가 한국 돈 15만 원가량 했습니다. 물론 숙박비는 중국 대학생 아버지가 계산했고요.

돈만 바라봐야 돈을 번다

중국사람도 한국사람처럼 숫자 사(4)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싫어합니다. 글자의 의미는 다르지만, 숫자 사(四, 4)의 발음이 죽는다는 의미의 사(死)와 같기 때문이지요.

한국사람은 숫자 칠(7)이 행운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중국사람은 숫자 팔(八)을 좋아합니다. 숫자 팔(八) 발음이 '빠'인데 돈을 번다는 단어 '파차이(發財)'의 발음 '파'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단어의 의미는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한 글자를 사용해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3년 중국에서 <향전간향후전>(向前看, 向後轉)이라는 인터넷 연애소설이 발표됐습니다. 젊은 작가가 인터넷 공간에 연애소설을 연재해 젊은이뿐만 아니라 장년에게까지 유행했지요. 그런데 이 소설이 중국 사람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건, 소설 내용도 재미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보다 소설 제목 <향전간향후전>(向前看, 向後轉) 단어의 해석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인터넷 소설 <향전간향후전(向前看,向後轉)>과 유행어 <향전간향후잠(向?看,向厚?>
 중국인터넷 소설 <향전간향후전(向前看,向後轉)>과 유행어 <향전간향후잠(向?看,向厚?>
ⓒ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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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은 소설 제목 <향전간향후전>의 중국 발음 '시향치앤칸, 시향호우치엔'과 비슷한 발음의 다른 단어를 사용해 소설 제목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원래 소설 제목 <향전간향후전(向前看, 向後轉)>을 해석하면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과거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중국사람들은 비슷한 발음의 다른 단어를 사용해 <향전간향후잠>(向钱看,向厚赚)으로 바꿔 '돈만 바라봐야 돈을 번다'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연애소설 제목이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엉뚱한 단어로 바뀌어, 전혀 다른 의미로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과거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의미의 인생 철학 소설 제목이 '돈만 바라봐야 돈을 번다'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처세술 유행어로 바뀐 겁니다. 지금도 이 유행어는 중국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사람이 얼마나 금전 본위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이제 이렇게 금전 위주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중국사람이 돈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상대방의 효용 가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어떤 한국사람은 중국에서 바가지를 쓰지 않고서는 물건을 사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같은 가게에서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가게주인이 한국 사람에게는 2만 원, 중국동포(조선족)에게는 1만 5000원, 중국사람에게는 1만 원에 판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중국말을 중국사람처럼 아주 잘하는 한국사람은 이 가게에서 같은 물건을 80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중국사람은 같은 물건이라도 사러온 손님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합니다. 손님이 중국어를 못하는 한국사람이란 것을 알면, 한국사람이 다른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물건값을 높게 부릅니다. 마치 한국에서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음료수 가격이 산 아래보다 비싼 것과 같습니다. 이 경우 한국사람은 다른 가게를 찾아 헤매는 비용보다, 이 가게에서 바가지를 쓰는 게 차라리 효율적입니다. 중국말을 못해서 다른 가게를 쉽게 찾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동포와 중국사람은 이 가게에서 물건을 80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말을 못 하는 한국사람은 '중국동포는 1만 5000원에 물건을 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중국동포와 중국사람은 한국사람의 부탁으로 물건을 사주느라 시간과 노동을 소비했으니, 당연히 중간에서 수고비용 7000원을 챙깁니다. 한국사람이 영수증을 원한다는 걸 아는 중국동포는 실제 물건값보다 비싼 영수증을 얻기 위해 가게 주인에 별도 비용을 지불하느라 물건값이 비싸졌을 것이고, 중국사람은 수고비를 챙기고 한국사람에게 '그 가게는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더라'고 말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금전 본위로 살아가는 중국사람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이익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 이익은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동의 대가이지, 남을 속인 게 아닙니다.

글을 마무리짓기에 앞서 물건값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 항상 변할 수 있다는 중국 옛날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목숨값 관련 한국-중국의 옛날 이야기, 참 다르네

한국에는 <은혜 모르는 호랑이>라는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사람이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자, 호랑이는 자신을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마침 여우(또는 토끼)가 지나갔습니다. 사람이 여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여우는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으니 본래 있던 상황대로 해보라고 했지요. 그래서 호랑이는 다시 함정에 들어갔고, 여우는 사람에게 갈 길이나 가라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에도 비슷한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 옛날 이야기 <사람을 구해주는 값>
 중국 옛날 이야기 <사람을 구해주는 값>
ⓒ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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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시기 어느 장사꾼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배가 뒤집혀 강에 빠졌습니다. 마침 부근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가 배를 몰아, 물에 빠진 장사꾼에게 다가갔습니다. 장사꾼은 어부에게 '나를 구해주면 황금 100냥(금 5kg)을 주겠다'며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어부는 장사꾼을 구해줬습니다.

그런데 육지에 도착한 장사꾼은 어부에게 황금 100냥 대신 황금 10냥(500g)만 주면서, 어부가 하루에 아무리 많이 벌어야 황금 1냥(50g)도 못 번다며, 목숨을 구해준 값으로 황금 10냥만 받으라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며칠 후 그 장사꾼은 같은 장소에서 배가 뒤집혀 다시 강에 빠졌고, 또 그 어부가 배를 몰아 물에 빠진 장사꾼에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지난번 자신이 구해준 장사꾼임을 확인한 어부는 장사꾼을 구해주지 않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한국 옛날 이야기는 은혜를 입고도, 은혜에 보답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치려고 하면, 결국은 나쁜 일이 생긴다는 교훈을 일러줍니다.

중국 옛날 이야기는 은혜를 입으면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교훈보다는, 사람은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주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중국 옛날 이야기에서는 물에 빠진 장사꾼의 목숨 가격이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어부가 생각하는 장사꾼의 목숨값은 100냥이고, 장사꾼이 생각하는 자신의 목숨값은 원래는 100냥이었는데 상황이 달라지자 10냥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친구에게 이 이야기의 교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물건값은 꼭 흥정해야 한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중국 친구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쉬워하더군요.

"원래는 장사꾼과 어부가 장사꾼의 목숨값을 100냥으로 흥정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장사꾼이 자신의 목숨값 100냥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면, 다시 어부와 얘기해서 한 50냥 정도로 흥정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서로 만족했을 것이다."

[About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태그:#중국, #중국문화, #중국사람, #돈, #금전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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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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