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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7개 나라 문자를 하나로 통일한 진시황제
 전국시대 7개 나라 문자를 하나로 통일한 진시황제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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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차이

한국에서 진시황제는 인기가 없습니다. 한국 사람은 진시황제 하면 가장 먼저 '아방궁'을 떠올리고 유흥과 사치를 일삼은 황제로 기억합니다. 특히 1980, 1990년대 유흥주점이 진시황제와 아방궁을 술집 상호로 사용하는 바람에 진시황제의 이미지가 더욱 나빠졌습니다.

반면 중국 사람은 진시황제를 존경합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550년 동안 전쟁을 치렀던 시기입니다. 550년 동안의 전쟁을 끝내고 중국을 통일한 사람이 바로 진시황제입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일반 백성들은 진시황제가 고마웠을 겁니다. 전쟁터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사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병사의 부모와 아내는 아들과 남편이 살아서 집에 돌아온다는 사실에, 전쟁을 끝내준 진시황제를 무척 존경했을 겁니다.

오늘날의 중국 사람도 역시 중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한 사람이 진시황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통일 전 전국시대 7개 나라에서 각기 달랐던 중국 문자를 하나의 문자로 통합했기 때문에 지금의 중국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같은 문자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중국 대륙은 유럽 대륙처럼 수십 개 나라로 쪼개졌을 겁니다.

중국 사람은 기원전 221년 진시황제가 중국 대륙을 통일하지 못했다면, 현재의 중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병마용 박물관에 있는 삼성 대형 모니터

중국 서안시 병마용 박물관
 중국 서안시 병마용 박물관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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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의 진나라 수도였던 중국 서안(西安)시에는 병마용갱 박물관이 있습니다. '병마용갱(兵馬俑坑)'에서 '병마(兵馬)'는 군인과 말을, '용(俑)'은 인형을, '갱(坑)'은 지하 동굴을 뜻합니다. '병마용갱'은 군인과 말 인형이 묻힌 지하 동굴입니다.

진시황제는 자신의 무덤 주위에 지하 동굴을 파고, 죽은 후 자신을 지켜 줄 군인과 말 인형을 묻었는데 지금까지 4개 지하 동굴에서 실물 크기의 군인 인형 8000여 점과 말 인형 520점, 그리고 마차 모형 130점을 발굴했습니다.

4개의 지하 동굴 중 가장 큰 1호 병마용갱은 길이가 216미터, 폭이 62미터로 국제규격 축구 경기장 보다 2배나 큽니다. 중국 정부는 진시황제의 병마용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고, 현재도 계속 발굴하고 있는데,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 동굴 위로 대형 철제 구조물 건물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병마용 박물관'이라고 부릅니다.

중국사람에게 병마용 박물관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현재의 중국이라는 국가를 있게 한 진시황제를 모시는 신성한 공간입니다.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병마용 박물관 건물 안에 한국 삼성전자가 만든 가로 5m 세로 2m 크기의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박물관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병마용 제작 과정 동영상이 방영됩니다.

중국 서안시 병마용 박물관에 설치된 삼성전자 대형 모니터
 중국 서안시 병마용 박물관에 설치된 삼성전자 대형 모니터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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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이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면, 동영상 화면보다는 모니터 아래에 쓴 SAMSUNG(삼성)이라는 브랜드 글씨에 시선이 쏠리게 됩니다. 중국 세계문화유산 병마용 박물관에 설치된 삼성전자 대형 모니터는 관람객에게 유물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삼성전자 제품을 광고하는 공간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 전시 공간 한쪽 벽면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고 모니터 아래에 하이얼(중국 전자 제품 상표) 브랜드 글씨를 크게 써 놓은 것과 같은 거지요.

중국 서부개발 정책 그리고 삼성전자의 서안시 반도체 공장 투자

중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이 늦은 중국 서부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금을 투자해주기를 바랐는데, 2012년 삼성전자가 중국 서부지역 서안시에 약 75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당연히 자금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서안시 진시황제 병마용 박물관 건물 한쪽 벽면에 삼성전자 대형 모니터가 설치됩니다. 그리고 모니터 화면 아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SAMSUNG(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쓰게 되지요.

중국 정부가 알아서 병마용 박물관에 자금 투자 기업 삼성전자 광고판을 설치했는지, 아니면 삼성전자가 중국 정부에 요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호의를 베풀었다고 할 수도 있고,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자금 투자 조건으로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에게 세계문화유산 병마용 박물관 한쪽 벽면을 팔았다고 할 수도 있지요.

한국에 자금을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 유물 전시실에 외국 기업 브랜드 광고판을 설치하자고 한다면, 국민 정서상 한국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돈은 귀신도 움직이게 한다

중국 사람은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중국 사람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돈이 있으면 귀신에게 맷돌을 돌릴게 할 수 있다'(有钱能使鬼推磨)와 '돈은 신에게도 통한다'(钱能通神)입니다. 그러니까 돈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까지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거지요.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돈으로 옥황상제(도교), 부처님(불교), 하나님(기독교)을 사고팔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어 사전에서 '사다'라는 단어는 '어떤 물건이나 권리를 자기 것으로 한다'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실제 한국사회 현실에서는 물건이나 권리를 넘어서는 부분(사람·인격)까지 사고팔리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한국어 사전에서 만큼은 거래의 대상을 물건과 권리로 한정해서, 대놓고 돈으로 세상 모든 걸 살 수 있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중국어 사전에서 '사다(買)'라는 단어는 '금전으로 물건을 얻는다(拿錢換東西)'라고 정의합니다. 물건을 중국어로 '똥시(東西)'라고 하는데 중국어 사전에서 '똥시(東西)'는 '사람과 권리, 물건의 구체적인 실재와 추상적인 존재(泛指各種具體或抽象的人, 事, 物)'즉 '세상에 있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어 사전에서는 '사다(買)'라는 단어를 '돈으로 세상에 있는 모든 걸 얻는 일'이라고 규정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활합니다. 그럼 이제 중국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사고파는지 알아봅시다.

'교통 벌점'을 사고팝니다

중국 교통법규 위반 벌점을 사고파는 걸 풍자하는 만화.
 중국 교통법규 위반 벌점을 사고파는 걸 풍자하는 만화.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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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사람도 많지만, 자동차도 많습니다. 자동차가 많으니,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도 많고요.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는 범칙금 납부 외에 벌점을 부과받고 벌점이 일정 점수가 넘으면 면허가 정지돼 운전할 수 없습니다.

중국 교통법규는 한국보다 엄격합니다. 중국 교통법규 위반 벌점 규정은 주차금지 2점, 차선위반 3점, 속도위반 3점, 신호위반 6점인데, 1년에 벌점 누적 점수가 12점이 초과하면 면허가 정지됩니다. 그러니까 1년에 신호위반 두 번하고 주차금지 한 번 하면 바로 운전면허가 정지됩니다.

중국 도로에는 한국보다 훨씬 많은 교통감시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통행량이 많은 도로에는 500m마다 CCTV가 설치돼 있기도 합니다. 당연히 CCTV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촬영해서 차량 소유자에게 범칙금납부 고지서를 발송하지요. 그런데 범칙금납부 고지서 내용이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 범칙금납부 고지서에는 차량번호와 운전자를 찍은 사진이 인쇄돼 있는데, 중국 고지서에는 차량번호를 찍은 사진만 인쇄돼 있습니다. 그래서 교통범칙금 고지서를 받은 운전자가 이미 자신의 교통법규 위반 벌점이 11점일 경우, 이 운전자는 면허 정지를 피하기 위해 교통법규 위반 벌점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팔 수 있습니다.

중국 인터넷에는 교통법규 위반 벌점을 사는 장사꾼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벌점 1점에 300위안(한화 약 5만 원)입니다. 그러니까 신호위반 벌점 6점을 받은 운전자는 면허 정지를 피하기 위해, 벌점 구매자에게 1800위안(한화 30만 원가량)을 주고 자신의 벌점 6점을 파는 겁니다. 서로 윈윈하는 거지요. 중국 사람은 필요하면 무엇이든 사고팝니다.

돈으로 '자식'을 삽니다

중국에서 어떤 젊은이는 자신이 얼마 짜리라고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가격을 밝힐 때도 있습니다. 비싸게는 한국 돈 1억 원 (중국돈 60만 위안)에서, 싸게는 1000만 원 (중국돈 6만 위안)까지 매깁니다.

또 중국에서 어떤 부모는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자식을 소개하면서 '우리 아들은 얼마짜리'라면서 구체적인 액수까지 이야기합니다. 사람도 물건처럼 돈으로 값어치를 매기는 거지요. 왜 이러는 걸까요.

1980년 중국 정부는 부부가 결혼한 후 1명의 자식만 낳아야 한다는 가족계획(計劃生育)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후 2016년 중국 정부는 자식을 2명까지 낳아도 된다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지요. 그래서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사람은 결혼 후 1명의 자식만 낳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딸보다 아들을 좋아하는 중국사람 정서가 있다 보니, 첫째가 딸이면 아들을 낳기 위해 둘째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정부 가족계획 정책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둘째 자식부터 출생신고를 허용하지 않지만, 모든 법에 예외조항이 있듯 벌금을 내면 출생신고를 허용합니다.

그러니까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한 부모는 첫째가 딸이라도 더 이상 자식을 낳지 못하지만, 돈이 많은 부모는 벌금을 내고서라도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겁니다.

가족계획법에서 허용하는 기준을 초과해 자식을 낳을 경우, 벌금은 지역과 당사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적게는 6만 위안(한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위안(한화 1억 원)까지 입니다. 그래서 벌금을 내고 둘째 자식을 출생 신고한 부모는 돈을 내고 자식을 산 것이라 생각해 '우리 자식은 얼마 짜리'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 둘째 자식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부모가 돈을 주고 산, 1억 원 혹은 1000만 원짜리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부모와 자식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 돈(벌금)을 내고 자식을 낳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중국사람은 세상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생활합니다.

[About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태그:#중국, #중국사람, #중국문화, #병마용,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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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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