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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판결' 받았던 버스 운전기사 증인석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과거 군 법무관 시절 사형판결을 내린 버스기사 배용주씨(왼쪽)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오른쪽)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5.18민주화운동 직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던 버스기사 배용주씨가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화해하는 쪽으로 넘어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배씨는 8일 오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그런 (억울한) 면도 있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최근 배씨의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며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라고 물은 데 따른 대답이었다.

앞서 배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권력의 편에 섰던 사람이 세상이 바뀌었다고 소수의 편에 서서 일한다는 게 맞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배씨 "다시는 그런 일이 안 생겼으면..."


배씨는 이날 오후 3시 인사청문회에 출석했다. 김 후보자는 배씨가 증인석에 앉자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배씨는 인사청문회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라고 묻자 "(그 동안 사과의) 이야기를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배씨는 이후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이냐"는 질문에도 "예"라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배씨의 대답에도 "(배씨의)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 후보자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면서 다시 한 번 김 후보자에게 사죄의 뜻을 밝힐 것을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배씨의 얼굴을 보니) 세월이 이렇게 갔구나, 진작에 찾아뵙고 사죄를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 의원의 질의를 끝으로 귀가했다. 배씨는 청문회장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말을 조금 하고 나니 (마음이) 낫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군 재판관 복무 시 시위대 7명을 버스에 태워 운전했던 배씨(버스로 인해 경찰 4명 사망)에게 사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배씨는 버스회사 상부의 지시에 따라 당시 전남도청 앞까지 버스를 몰고 갔다. 하지만 연기가 자욱하게 껴 있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차를 버리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배씨는 자신의 버스로 인해 경찰 4명이 사망한 것을 알게 됐고, 군법회의(현 군사법원)에 넘겨졌다.

'사형판결' 운전기사 만난 김이수 "죄송합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군 법무관 시절 사형을 선고했던 버스기사에게 사과했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버스기사 배용주씨와 만난 김 후보자는 배 씨의 두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김 후보자는 1980년 5월 18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태운 버스를 몰고 경찰 저지선을 뚫는 과정에서 경찰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힌 운전기사 배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 남소연
김 후보자는 청문회 첫날인 7일 "(5.18민주화운동 때) 제 판결의 결과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사과했다.

또 김 후보자는 "(5.18은) 저에게 평생의 괴로움이자 동시에 판사로서 저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든 내면의 거울이다"라며 "5.18이 염원했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수호의 정신은 판사 생활 하는 동안 줄곧 큰 기둥이자 버팀목이었다"라며 강조했다(관련기사 : 김이수 "5.18 판결로 고통받은 사람들, 진심으로 죄송").

오히려 이날 배씨는 "내 운전으로 인해 희생자가 났다는 데 지금까지도 유족이나 그 사람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못했다"라며 "진짜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지만,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배씨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18의 책임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군인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때 (상부에서) 발포명령이 없었으면 (하부에서) 그 총을 군중에게 겨눌 수가 없다. 누가 했든지 (발포명령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그런 일이 (다시)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증인석에 앉은 '버스기사' 배용주씨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과거 군 법무관 시절 사형판결을 내린 버스기사 배용주씨(왼쪽)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오른쪽)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배씨에게 '(누군가 인사청문회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회유나, 협박을 했나'라는 식의 유도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배씨는 "회유나 협박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백승주 : 나와 줘서 감사하다. 나오는 과정에서 전화를 받은 적 있나.
배씨 : 전화를 받았다. 옛 생각이 되살아나서 심적으로 무지 괴롭다.

백승주 : '왜 그렇게 나가려고 하느냐', '나가서 왜 정부를 어렵게 하려고 하느냐' 이런 전화는 안 받았나.
배씨 : 가족들한테 그런 전화를 몇 통 받았다.

백승주 : 느낌이 회유나 협박이었나.
배씨 : 회유, 협박이 아니라 '거기 나가서 좋을 일이 뭐가 있느냐', 그런 말을 들었다. 솔직히 마음이 괴롭다.
태그:#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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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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