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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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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내려 마음까지 촉촉해집니다.

비가 내립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라 반갑습니다. 지난번 비소식이 건너뛰는 바람에 한 열흘도 지나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웃집 아저씨가 우산을 받쳐 들고 비마중이라도 하는 듯 밭을 둘러봅니다.

"비가 오기는 오네. 근데 내리는 게 신통찮아! 요번에도 감질만 내고 마는 거 아녀?"
"예보상으로 최소 10mm는 내린다고 했어요."
"10mm 가지고 돼? 한 50mm는 내렸으면 좋겠구먼!"


사람 욕심은 한이 없습니다. 아저씨는 어제만 해도 5mm라도 비 좀 내렸으면 했습니다. 기왕지사 해갈이 되게끔 흠뻑 좀 내리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가물어 논바닥이 갈라지고, 밭작물이 타들어 가면 농부들도 가슴이 타들어간다고 합니다. 애써 수고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 것입니다.

요즘에야 지하수를 퍼 올리고 밭작물에는 스프링클러로 돌려 땅을 적셔주지만, 후북히 내리는 비에 비하겠습니까?

우리 밭도 요 며칠 스프링클러 신세를 져 잘 버티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니 마음까지 촉촉이 적셔듭니다. 조금 내리는 비에도 밭작물이 생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수확을 앞둔 감자밭도 물기를 머금고 씨알이 굵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곁순을 따 준을 고추는 비 맞아 키가 훌쩍 자랄 것입니다.

목이 타 간당간당 목숨을 이어 간 고구마밭은 비를 제일 반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힘차게 줄기를 뻗을 것입니다.

아저씨께서 우리 집으로 건너 오셨습니다.

"어디 참깨는 어찌 되었어?"
"참깨요? 그런대로 났어요. 요번 비 맞고 북주면 돼요."


아래 밭에 심은 참깨, 수박, 참외를 보고 칭찬이십니다.

"싹 안 날까 봐 물을 매일 주더니만 잘 텄구먼! 이 정도면 훌륭해! 수박, 참외밭에 정성들인 거 보니 전문가 다 되었어? 청출어람이 따로 없구먼!"

청출어람까지 들먹이니 공연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아저씨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시며 한 마디 덧붙입니다.

"작물은 자라면서 열두 번도 더 변하니까 끝까지 잘 하라구! 병충해관리, 풀 잘 뽑고. 우쭐되는 입찬소리는 말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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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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