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초 무사 SK 최정이 동점 솔로 홈런을 날린 뒤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초 무사 SK 최정이 동점 솔로 홈런을 날린 뒤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홈런의 제국' SK 와이번스의 화력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SK는 지난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9차전 경기에서 타선이 홈런 6방으로만 7득점을 뽑아내는 진기록을 세우며 7-4로 승리했다. 한 경기 6홈런은 SK가 지난 4월 8일 NC전에 수립한 올시즌 한 경기 팀 최다홈런과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2회초 나주환의 솔로홈런, 5회 한동민의 투런홈런에도 불구하고 수비 불안으로 중반까지 끌려가던 3-4로 끌려가던 SK는 7회 흐름을 가져올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홈런이 공격의 물꼬를 텄다. SK는 선두 타자 최정을 시작으로 제이미 로맥-김동엽이 무려 세 타자 연속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승부를 뒤집었다. 3타자 연속 홈런은 올시즌 1호이자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이날 포함 27회밖에 나오지는 않은 대기록이었다.

또한 SK는 한화와의 원정 3연전 동안 무려 10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이글스파크를 '투수들의 무덤'으로 만들어놓았다. 한화를 상대로 2연승을 달린 SK는 치근 3연속 위닝시리즈를 확보했으며 시즌 성적 29승 1무 25패로 4위를 유지했다.

 지난 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초 무사에서 SK 5번타자 로맥이 최정에 이어 백투백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초 무사에서 SK 5번타자 로맥이 최정에 이어 백투백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SK는 현재 55경기만에 총 98개의 팀홈런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기당 홈런이 1.78개에 이른다. SK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때린 두산(56개)과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격차다. 심지어 팀홈런 꼴찌 LG(30개)와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SK는 장타율도 .469로 독보적인 1위다. 어느덧 세 자릿수 홈런 고지도 눈앞에 두고 있는 SK는  '역대 최단기간 100홈런' 기록에서 2000년 현대(49경기. 최종 20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팀홈런 1위는 2003년의 삼성이 213개를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지금의 페이스를 기준으로 했을 때  SK는 올시즌 256개의 팀홈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팀홈런 1, 2위간의 격차가 가장 많이 났던 것도 2003년으로 당시 삼성은 2위 현대(175개)보다 38개를 더 때렸다. 그런데 올해 정규시즌을 아직 절반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에서 SK와 두산의 격차는 벌써 42개에 이른다. 2003년은 133경기 체제였지만 현재는 경기수가 더 많다. 최근 SK의 물오른 기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은 높다. 그야말로 삼성의 기록을 뛰어넘어 역대 가장 압도적인 홈런군단으로 역사에 남을수도 있다.

2003년의 삼성은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에 도전하던 이승엽(56개)뿐만 아니라 마해영(38개), 양준혁(33개), 진갑용(21개), 틸슨 브리또(20개) 등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들이 즐비했다. SK도 아직 시즌이 반환점을 돌기 전에 벌써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긴 선수만 4명이다. 홈런왕 2연패를 노리는 1위 최정(18개)를 비롯하여 2위 한동민(16개), 5위 김동엽(13개), 7위 제이미 로맥(11개) 등이 모두 상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긴 4명이 합작한 홈런 수만 57개로 팀홈런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는 SK 다음으로 많은 두산이나 롯데의 팀 홈런 수를 능가하는 수치다.

여기에 이홍구(9개), 나주환(7개), 정진기(6개) 등도 줄줄이 두 자릿수 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올시즌 다소 주춤하지만 박정권·정의윤(이상 4개) 등도 언제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타자들이다. 특정선수 1~2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은 상대 투수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며 SK의 홈런 페이스가 슬럼프나 집중견제 없이 장기간 유지되는 이유다.

올시즌 SK 타자들은 55경기 중 무려 43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했고 2개 이상 멀티홈런을 기록한 것만 30회에 이른다. 3홈런 이상 경기도 15회에 이른다. 반면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겨우 12경기에 불과했다.

홈과 원정의 차이도 거의 없었다. 특이하게도 SK는 올시즌 홈(50개)에서 기록한 홈런 수와 원정(48개)의 비율이 거의 일치한다. SK의 가공할 홈런쇼를 단순히 작은 홈구장 효과 정도로는 해석할수 없는 이유다.

SK가 가장 홈런을 얻어낸 상대는 바로 한화로 벌써 22개(9경기)를 뽑아냈다. 홈런에 힘입어 SK는 올시즌 한화와의 상대전적에서 6승 3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삼성(14개), NC(13개), 롯데(12개)등을 상대로 이미 전반기에만 두 자릿수 홈런을 넘겼다.

또한 SK는 지난달 24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최근 11경기 연속 팀홈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자신들이 지난 4월 13일 문학 롯데전부터 25일 잠실 LG전까지 수립한 11경기 연속 팀홈런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 부문 역대 기록도 SK가 지난 2016시즌 수립한 21경기 연속 기록이었다.

2~3년 전만까지도 홈런에 있어서는 평범한 팀에 가까웠던 SK는 2016시즌 선두 두산(183개)에 딱 1개 뒤진 182개의 팀홈런을 기록하며 거포군단으로 확실한 색깔 변화에 성공했다. SK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스카우트와 전력보강, 구장 개편 등을 통하여 의도적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종의 과도기로 홈런 숫자는 늘어났지만 단발성이 많고 영양가가 떨어지는 '모 아니면 도' 식의 홈런이 많았다면, 올 시즌에는 홈런 자체가 SK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정체성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모습이다.  홈런이 나오지않는 SK의 경기는 이제 심심하다 못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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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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