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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거성 목사
 최근 김거성 목사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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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성 목사는 전북 익산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 출신이다. 그의 집안은 증조부 때부터 3대가 교회장로를 지냈다. 그는 주중에는 '직장생활'을 하지만 주말에는 지난 1989년부터 경기도 구리시의 구민교회 담임 목사를 맡고 있다.

그는 연세대 신학과 2학년 때인 지난 1977년 10월, 교내시위를 주도했는데 당시 박정희 정권은 그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그를 안양교도소에 수감했다.

안양교도소에서 그는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을 읽었고 그때 감회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뭐 밥 먹는 것도 잊고 이틀 정도의 정독을 다 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속아서 살아왔는가, 이런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를 통해 교육받은 것들, 기성세대를 통해 주입되어왔던 것, 이런 것들 가운데 얼마나 역사의 잘못된 걸 교육받아왔는지... 이런 것들이 정말 몸서리쳐졌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한 며칠을 아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었어요."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궁정동 안가에서 살해되자 그는 22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석방된 지 7개월 만인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그는 다시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당시 한신대 신학과를 다니던 그의 동생도 동시에 수감되었으니 귀한 아들 둘을 졸지에 함께 감옥에 보낸 그의 어머니 심정이 어땠을까...

당시 그의 면회를 간 어머니는 "차마 아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멀쩡했던 얼굴이 "폭행과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자신의 면회를 왔던 어머니에게 쇠찰상 너머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복학생들을 다 잡아다 놓고 서로 이간질을 시키는데 견딜 수가 없어요. 목사가 되려는 내가 뒤집어쓰고 재판받고 나갈게요. 다시는 면회 오지 마세요. 엄마! 고아가 부러워요."

아들을 면회를 갔던 그의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뜨거운 눈물만 흘렸다. 이후 시간이 지나 그는 석방되고 결혼을 하여 첫 딸을 낳았는데, 그 이름을 '민주'라고 지었다.

그는 지난 1999년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현 한국투명성기구)의 창립을 주도했고 그 후 부패청산을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주요한 영역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를 지난 노무현 정부시절 반부패 민관협력기구인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에서 만났다. 당시 그는 나의 직장 '보스'였지만 나를 그저 '다정한 친구'처럼 대해 주었다.

그 후 나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으로 정권이 바뀌고 멀지 않아 나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쫓겨났다(관련기사 : 내가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을 고소한 이유).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두 아이의 가장으로 8개월간 춥고 배고픈 길거리의 '구직자'생활을 하였다.

그 어려운 시기에 그는 내가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그 덕에 나는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인도네시아 등에서 열린 국제 반부패 회의에 참여 할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반부패 전도사'인 김거성 목사에게 '문재인 정부의 바람직한 반부패 정책방향'에 대해 물었다. 이번 인터뷰는 국제전화로 이뤄졌으며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인 최초 전 국제투명성기구 이사

- 한국인 최초로 전 국제투명성기구 이사를 지내셨는데 세계적인 반부패전문가로서 문재인정부의 반부패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하시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대한민국 반부패 로드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체계적 반부패 정책 추진을 정책과제로 제시한 것은 적절한 정책 방향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각 분야가 합의하고 참여하는 가운데 향후 종합적이며 지속가능한 '2030 청렴국가 로드맵' 등의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림 1. CPI 한국 점수와 기댓값 (100점 기준 환산)
 그림 1. CPI 한국 점수와 기댓값 (100점 기준 환산)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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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조사하여 매년 발표하는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비교하여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그 주요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CPI) 점수가 100점 만점 기준 2008년 56점에서 지난해 53점으로 3점 하락했다. 하지만, 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한 추세를 반영하면 2016년의 기대 값이 69점이었다.(그래프 참고) 그러므로 지난 8년 동안 16점을 올라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반부패를 일종의 규제처럼 인식하고 이에 대한 거부감을 가졌던 출발점에서의 잘못과 함께 국민 대다수의 복리가 아닌 몇몇의 이익을 위해 주어진 지위나 권한을 함부로 썼던 결과라 할 것이다."

-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폐쇄시킨 우리나라 반부패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청렴위원회를 문재인 정부가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왜 국가청렴위를 부활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나.
"독립적 반부패기관이 될 국가청렴위원회(가칭)의 설립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을 환영한다. 이는 시민사회의 지속적 요구였고 또 유엔 반부패협약(UNCAC)의 당사국으로서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단지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폐합 이전 국가청렴위원회의 부활이 아니라, 청렴국가를 이룩하기 위한 허브의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차원의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국가청렴위원회 설립은 정부와 공공부문을 넘어 그동안 약화, 중단되었던 기업부문을 포함한 사회 각 부문에서의 반부패 이니셔티브의 재개와 강화를 이끌어낼 신호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윗물은 흐리고 아랫물이 맑다, '상탁하청'(上濁下淸)

- 다른 나라, 다른 사회들과 비교해 우리나라, 우리사회 부패의 특성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이제 한국사회에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되었다. 오히려 이른바 '상탁하청'(上濁下淸)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7년 세계부패바로미터(Global Corruption Barometer)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1년 동안 식구들이 일상생활에서 뇌물을 제공한 경험율은 3% 정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0%), 홍콩(2%)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서 79점으로 13위를 차지한 호주(4%)보다도 양호한 것이다.

하지만 말단에서의 부패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처벌하지만 고위층에서의 조직적이고 구조화된 부패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판단을 굽히게 만드는 일이 한국사회에서 보다 공고한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소규모 뇌물수수가 비켜난 자리를 '정책포획'(policy capture)이 꿰찬 셈이다.('정책포획'은 공공의사결정이 공공이익이 아닌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유도되는 과정 등을 말함)"

-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를 급락시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부패문제는 무엇이었다고 진단하시는가?
"지난 2017년 1월 25일 발표된 부패인식지수는 사실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드러나기 이전에 조사된 서베이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이를 고려한다면 훨씬 더 나쁜 점수가 나왔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은 이명박 정부에서의 이른바 '4대강 사업'과 한국사회에서 가장 치욕스런 부패 스캔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지난 정부에서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비리 차단을 위한 통제장치 강화해야

국제투명성기구 이사 시절 김거성 목사, 뒤줄 좌측
 국제투명성기구 이사 시절 김거성 목사, 뒤줄 좌측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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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4대강 사업'과 '박근혜 게이트'와 같은 부패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어떤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보시는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관예우, 회전문인사 등의 '지능적 부패' 또는 정책포획 등 부패 유형의 진화에 따른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과거 잘못들에 대한 대응 처리와 함께 향후 정책포획의 예방을 위해 민자사업 등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타당성 검토부터 시공, 유지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비리 차단을 위한 통제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법제와 기관, 정책과 제도 등이 국민 대다수의 복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일부 특권층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악용되는 일이 없는 청렴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아울러 개별 사안에 대한 공익제보 뿐만 아니라 문제상황이나 대안제시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수용할 온오프라인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문제제기와 아이디어가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내는 체험이 누적된다면 그것이 지난 몇 달의 촛불에 이은 사회변화의 큰 힘이 될 것이다."

- 현행 청탁금지법의 원안, 이른바 '김영란법'이 처음 도입되었을 대 반대하는 집단도 많았다. 하지만 반부패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김영란법'에도 보완이나 보강되어야 할 점이 있다고 보는지.
"원래 김영란법안의 주요한 주제였던 이해충돌방지가 입법 과정에서 누락되었다. 물론 현행 청탁방지법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으나, 향후 법제상 이 부분이 보강되어야 한다. 나아가 공직자윤리법, 청탁방지법, 부패방지권익위법, 공익신고자보호법, 공무원행동강령 등의 흩어진 법제를 정비하여 '청렴기본법' 제정을 통해 뼈대를 튼튼히 하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 현재 우리나라는 내부고발자 등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너무 미약하다는 비판이 많다. 세계 청렴선진국들은 공익신고자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나.
"홍콩의 경우 조직폭력 집단 등의 추적과 보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분을 세탁해 주며 해외 이주비까지 지원해 준다. 우리 사회에서는 공익신고자들이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계속 희롱의 대상이 되며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자의 보호와 보상, 그리고 이후 공공부분 일자리에 취업시 가산점 부여 등으로 이들의 반부패 기여에 보답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 검찰 개혁의 한 방법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아래 공수처)를 설치한다면 그 위상과 권한을 어떻게 정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국민들은 지난 박영수 특검에서 공수처의 기본형을 찾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문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한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점을 반영한 제도설계, 소속이나 수사대상, 권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신설될 독립 반부패기구 소속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시절 투명사회협약 체결식
 노무현 정부 시절 투명사회협약 체결식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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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재벌의 견제 받지 않는 영향력, 정경유착, 그리고 빈부의 대물림이 공정한 사회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많다. 재벌개혁과 더욱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법규를 준수하고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를 통해 부정한 이익을 탐했던 몇몇 재벌 등이 이른바 '반기업정서'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온 것 아닌가? 그러므로 제도적으로는 한국투명성기구가 요구하는 바와 같이 영국의 뇌물법(the UK Bribery Act, 2010)이나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Sarvanes-Oxley Act, 2002)과 같은 기업부패방지법을 제정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불공정 부패기업에 대한 규제와 단속 외에도 뇌물방지와 윤리경영을 위한 인센티브 부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광의의 부패라고 할 기업의 우월적 지위의 남용, 이른바 '갑질'의 근절을 위한 기업 자체 노력과 함께 정부와 시민사회의 활동도 필수적이다. 이제 투명성과 거버넌스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기업들은 어떤 과제와 방향을 향해 나갈 것인지 투명사회협약의 플랫폼을 통해 제시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 우리나라가 청렴한 나라로 가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속가능한 국가적 반부패 전략을 제안한다면?
"무엇보다도 <투명사회협약 시즌2>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 공공, 기업, 시민사회, 정치 등 각 부문이 참여한 이 수평적 사회협약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바 있는데, 당시 국제투명성기구 등 국제사회에서 청렴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역할모델과 모범사례로 칭송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작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투명성기구 등 국제사회에서 반부패 극복 역할모델과 모범사례로 소개 된 우리나라의 투명사회협약을 집권하자마자 폐지했다.

하여간 부패사안의 적발과 처벌의 강화나 법제와 기관의 정비 등을 넘어 지속가능한 청렴국가의 바탕이 될 건강한 윤리적 인프라 구축에도 문재인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청렴교육 없이 청렴사회를 꿈꾼다는 것은 단지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

 김거성 목사는 누구?

연세대 신학과(1976 입학), 동 대학원 신학박사(2009 졸업)
한국기독교장로회 구민교회 목사(1989-현)
국가청렴위원회 위원(2005-2008)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이사(2004-2010)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상임집행위원(2005-2009)
경기도교육청 감사관(2014-현)
논문 : "Bridging Christianity and Anti-Corruption Movement: Christian Ethical Reflections on Sustainable Integrity System" 외
저서 : 『반부패 투명사회』(한국투명성기구, 2009)




태그:#김거성, #김성수, #문재인, #부패,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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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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