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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쁨을 알게하고, 위험을 알리기
▲ 세상에 대해 궁금한게 많은 아이 먼저 기쁨을 알게하고, 위험을 알리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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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내 아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식탁과 서랍장은 물론 소파 등받이 위는 아이의 전용석이다. 피아노 위, 책꽂이, 사다리까지 동원해 타고 올라간다. 난 그러다 아이가 떨어져 다칠까봐 말리며 내려오라고 한다. 피아노같이 높은 곳은 떨어질까봐 걱정도 되고, 쟤가 날 약올리려고 자꾸 저러나 싶어 화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위험하다니까!"

빽 소리를 지르며 강제로 아이를 끌고 내리기도 수만 번이었다. 며칠 전 학교 운동장에서 시소를 타는데 또 자꾸 높이 올려달라고 했다. 시소는 흔들흔들하면서 노는 거라고 높은데 있으면 위험하다고 하니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대꾸했다. 

"세상을 보고 싶어."

황당한 답에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이 자꾸 올라가려고 하는 이유는 장난끼가 넘쳐서 그런 거라 여기고 왜 그러는 건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직 작은 키라 안 보이는 세상을 더 보고 싶어서 그런 걸 줄이야.

아이에게는 모든 게 신기하다. 개미가 빵을 물고가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지렁이가 꿈틀대고 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서 보고 만진다. 내 눈에 별거 아닌 것들이 아이의 눈에는 대단하고 멋져 보인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게 한창 많은 시기인데 난 그 호기심을 억누른 것만 같다.

같이 기뻐해준 다음 가르치는 건 나중에 

좁은 시야로 보는 게 답답해서 탁 트이고 넓은 세상을 보려는 걸 헤아려주질 않고, 무조건 난 위험하다는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했다. 육아책에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라는 걸 수도 없이 봤으면서 막상 상황에 닥치면 지적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전에 '왜 올라가는 거야? 높이 올라가니 뭐가 보여?'라고 먼저 물어봐줬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아이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내 걱정이 앞섰다.

"우와, 우리 애기 키다리 아저씨처럼 커졌네. 높이 올라가니까 기분이 좋지."

이렇게 기쁨을 공유하고 나눠주고, 그 이후에 "그런데 여긴 위험하니까 조심해야해.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거든."하고 설명을 해줘도 늦지 않았을 거다. 아이는 그저 세상이 궁금했을 뿐인데. 키가 커진 것처럼 느껴져 신나했을 아이의 감정을 놓치고 위험성만을 가르쳤다.

너무 호들갑을 떨며 큰일이 난 것도 아닌데 "위험해! 하지마!"를 입에 달고 살았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이 말을 하는 건 줄여보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heehanstory)에도 중복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가르침, #공감, #위험, #아이,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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