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아동예찬가'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이 관내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내놔 화제다. 이른바 '동행카드'. 자유학기제가 적용되는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만13세 모든 아동·청소년들에게 연 10만원이 적립된 포인트카드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아이들은 이 카드를 가지고 성북구 관내 서점, 극장, 박물관, 학원 및 교습소 등 문화·예술·체육활동 및 진로체험이 가능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성북구 내 극장이 2곳뿐인 점을 감안해 극장은 전국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오는 12일부터 발급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죠. 그런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놀권리를 보장해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2013년 전국 최초로 유네스코아동친화도시 인정을 받은 김 구청장은 많은 수단 가운데 카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는 사회가 일방적으로 할 일을 정해줬던데 비해 이제 스스로 선택권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행카드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수많은 논란과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김 구청장은 그 중에서 '사용처 논란'과 '보편성 논란'을 꼽았다.

사용처 논란은 노래방과 PC방에서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냐는 것. 두 곳 모두 아이들이 선호하는 곳이지만 카드의 취지에 맞냐는데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위원회의 어른들은 담배도 피고 자기절제가 힘든 PC방은 반대했으나 아이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노래방은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김 구청장을 놀라게 한 것은 아이들의 설문 결과였다. PC방뿐 아니라 노래방 역시 55% 이상이 반대한 것이다.

김 구청장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카드인데, 노래방같이 단순하게 스트레스 푸는 데 쓰기보다는 좀 더 의미있게 쓰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는데 너무 놀랐다"며 "아이들이 어른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슬기롭고 자기절제력이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극찬했다.

그는 또 "(모든 과정이 끝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모든 아이들에게 지급하기보다는 소득분위별로 지급하자는 복지부와 협의하는 과정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도 아니고 국가가 정한 자유학기제에 맞춰서 하는 거면 당연히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돼야 옳다"며 복지부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으면 그냥 밀어붙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도시는 공동체 전체가 행복한 도시"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인터뷰 시간 잡느라 힘들었다. 요즘 왜 그리 바쁘신가.

"대선 끝나고 그동안 못했던 행사가 몰리니까 그렇다. 우리나라 선거법에 문제가 있다. 예전엔 관권선거가 많았으니까 그렇다치고, 지금은 국민 인식이 높아져서 설사 물품을 사준다고 해도 표를 주는 시대가 아니다. 선관위가 이젠 정상적이고 시민생활과 관계 있는 행사나 일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 선관위가 어떤 행사나 일을 못하게 한다는 건가.
"예를 들어 어린이날에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못하게 한다. 떡 만들기나 연 만들기 체험을 하면 아이들이 그 결과물을 못 가져가게 한다. 그게 기부라는 거다. 황당하다. 선거기간 전에 하는 건 기부가 아니고 기간에 하는 건 기부인가. 대통령 후보 이름을 써놓은 것도 아니고. 아직도 행정을 규제, 단속, 처벌 위주로 하고 국민이나 정치인을 예비범죄인으로 보는 거다. 오히려 시민들이 알아서 문제되는 것을 신고할 정도로 시민의식이 높아져 있다. 내년 개헌하는 김에 낡은 기준들을 업데이트해서 새로운 시대의 시민 눈높이와 촛불혁명시대에 맞도록 고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성북구는 유달리 아동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도시는 공동체 전체가 편하고 행복한 조건을 갖춘 도시 아닐까. 성북구는 대학이 많고 교통은 좋지만 땅이 비싸지는 않아서 한 편으로 선호는 하지만 오래 동안 머물러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데까지는 못 간 지역이다. 그래서 도시발전 전략으로서 아동을 택했다. 아동의 부모는 30-40대이므로 아동이 많이 산다는 것은 경제적 활력도 있고 장기적으로 지역에 기여도 많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 구체적으로 성북구는 아동들과 관련한 어떤 사업을 해왔나.
"시작하게 된 것은 2011년도이다. 2013년 어린이친화도시위원회를 만들었고,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1호로 인정받았다. 작년 4월에는 놀권리기획단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놀권리' 사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 아이들의 이른바 '놀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행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놀권리는 무엇이고 동행카드는 무엇인가.
"작년 유니세프가 조사한 아동의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72개국 가운데 71위, 학업스트레스는 30개국 가운데 1위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아동권리학회가 역시 작년에 조사한 아동들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1시간 미만이었다. '아동에게는 놀이와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아동권리선언 제7조는 차치하더라도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시대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인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창의력, 협업능력 등은 공동체에서 놀이를 통해 향상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놀권리 보장을 위해 가장 먼저 성북구가 선택한 수단이 동행카드다."

- 다른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동행카드라는 포인트복지카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첫째, 아동들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이다. 지금까지는 아동친화도시라면서도 아동을 주체로 보지 않고 '너를 위해서'를 강조해 왔다. '너를 위해서니까 운동해야 돼', '너를 위해서 좋으니까 놀러가' 이랬거든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스스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체험하게 하는 주도성을 인정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봤다. 카드는 자기 선택권이 일단 보장되지 않나.

두 번째는 보편적으로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 나잇대 친구들은 조건 없이 가져야 한다. 현금이나 현물은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왜곡이 덜 할 수 있는 매체가 카드다. 학교 행정이 굉장히 폐쇄적이라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학교와 마을을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계속 해왔다. 아이들의 선택권도 존중하면서 학교와 마을을 구조적으로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로 카드를 생각해냈다."

"놀시간이 없는 아이들... 주말이라도 학원 금지했으면"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아이들에게 카드라는 '놀 수단'을 줬다고 할 수 있지만 공부에 치여 '놀 시간'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이것은 시대가 함께, 학부모와 지방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거버넌스적 과제인 것 같다. 제도 하나를 바꿔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추진지방도시협의회'에서 주말에 학원을 하지 못하는 법안을 조속 통과시켜 달라는 결의문을 발표한 적 있다. 우선 전면적으로 사교육을 금지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고, 주말이라도 학원을 쉬고 아이들이 쉬고 놀고 생각할 숨구멍을 틔어주는 게 어떨까.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 전국 지자체로 확대해야 가맹점이 늘어나서 동행카드가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을 텐데, 당장 전국화는 어렵더라도 서울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시에 제안해 본 적은 있나.
"시는 여러 가지 준비가 많이 필요해서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고, 일단 우리가 먼저 시작하면 경과를 봐서 확대하도록 하자고 했다.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올해 시의회에서 당연히 채택되고 내년 서울시만이라도 확대 시행했으면 좋겠다."

- 도입 과정에서 아이들과 학부모, 구와 구의회, 구와 복지부 간에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가장 치열했던 논쟁은?
"사용처와 지급대상 등 두 가지 문제가 가장 뜨거웠다. 첫째는 사용처 중에 노래방과 PC방을 넣을 거냐는 문제였다. 전문가위원회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맘껏 끼를 발산할 수 있어 동행카드의 취지에도 맞는다며 노래방을 넣어야 한다는 쪽이 많았다. PC방은 담배도 피고 통제가 안 된다고 반대가 많았지만. 그런데 아이들 1천여 명 대상으로 설문을 해봤더니 놀랍게도 PC방 70%, 노래방 55%로 반대가 더 많더라.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너무 슬기롭다. 자기절제력도 있다. 어른들보다도 더 정확하고 자기 자신을 잘 안다는 거 아닌가."

- 어른들도 노래방은 넣어줘야 한다고 했는데 의외다.
"전문가위원회도 학부모도 따로 설문했는데 넣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볼 때는 노래방은 단순하게 스트레스 푸는 거니까 좀 더 의미있게 쓰면 좋겠다는 판단인 거다. 굉장히 놀라운 결과였다."

"소득분위로 나누라고 고집하면 우리끼리 강행하려고 했다"

- 지급 대상 논란은 무엇인가.
"무상급식 논란과 똑같은 거다. 의회도 그렇고 복지부도 그렇고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게 아니라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엔 지금처럼 10만원이 아니라 전원에게 보편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었다. 복지부 실무자는 처음엔 좋다고 하더니 위에 올라갔다 와선 10만원으로 깎고 대상자도 소득분위로 하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렇게 할 거면 안 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왔다갔다 했다. 결국 우리가 10만원으로 양보하는 건 좋지만 대상자를 소득분위로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그냥 우리끼리 강행하겠다고 했더니 최종 결정과정에서 지금 안으로 확정됐다. 당시가 작년 12월 대통령 탄핵이 물려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던 것 같다."

- 지급 대상을 소득분위로 제한하는 것은 왜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나.
"청소년의 놀권리를 신장시키고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국가가 정한 자유학기제에 맞춰서 하는 거면 당연히 모두에게 해당되어야 옳다. 이게 무슨 어려운 사람들의 생활을 보조해주는 보조금 성격이 아니지 않나.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국가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야 그 세금이 잘 쓰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럼 오히려 세금을 더 잘 낼 것이다."

- 왜 중1인가.
"중1은 자유학기제가 시작되는 학년이다. 그들에게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생만 해서는 안 되니까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해 그 연령대인 만13세 전원을 하기로 했다."

성북구가 6월부터 시행하는 '동행카드'.
 성북구가 6월부터 시행하는 '동행카드'.
ⓒ 성북구제공

관련사진보기



- 본인 카드를 친구나 가족에게 줘서 쓰게 하면 어떻게 하냐는 지적이 있다.

"수급자 아버지의 돈을 자식이 쓰면 어떡하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 그렇게 따지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주체로 인정한다면 그렇게 물어보면 안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점검해가면서 시스템을 갖춰나가겠다."

-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믿고 현금이나 다름없는 카드를 주냐는 얘기도 나올 텐데.
"저는 대한민국이 혁신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아이들을 시민권을 가진 존재로 인정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 증거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노래방과 PC방 설문조사 결과다."

- 최근 나온 조사에서 성북구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 1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성과를 거둔 원인이 무어라고 보나.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1등을 목표로 삼고 추진하지도 않았다. 다만 노동이 가지는 가치를 공공기관부터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아주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펴온 결과 이렇게 됐다고 본다. 얼마 전에 비정규직이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 노동자가 가족들을 데리고 콘도를 갔다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구청 복지포인트 카드로 결제하고 나오는데 가장으로서 뿌듯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 뿌듯함은 돈 몇 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에서 나온 것이다. 정말 열심히 기쁘게 일하고 있고 성북구청을 진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데 제 가슴이 정말 뜨거워지더라."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자랑하고 싶은 성북구의 정책이 있다면.
"동행계약서다. 몇 년 전부터 아파트 주민들의 경비원 해고를 놓고 시끄러웠는데, 성북구는 작년부터 전국 최초로 입주자대표와 경비원들이 '갑·을' 대신 '동·행'이라고 쓴 고용계약서를 작성해 오고 있다. 납품계약 맺을 때도 동행계약서를 쓴다. 이웃 간 상생하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본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