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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 5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 5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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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윤석열 검사.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된 김형연 판사. 이들의 공통점은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고발했던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이다.

윤석열 검사는 국가정보원이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불법으로 개입했던 사건의 수사책임자였다. 수사과정에서 중대한 혐의점을 포착했다.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증거물도 압수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검사장급 검찰 간부는 그가 체포한 국정원 직원을 즉각 풀어주라고 명령했다. 또한 압수한 증거물도 되돌려주라며 부당한 수사개입과 압력을 행사했다. 2013년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 법사위에 출석한 그는 검찰 수뇌부의 부당한 수사개입과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내부고발을 감행했다.

결과는 여타 내부고발자들의 운명과 다르지 않았다. '항명'이라는 사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최근까지도 지방검찰청 한직을 전전했다. 속된 말로 검찰 수뇌부에 단단히 찍혔던 셈이다. 그런 그가 검찰의 최고 요직이라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된 김형연 판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부고발을 실천해 온 강직한 성품의 법조인이다. 이미 2009년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로 근무하던 시절, 각급 법원이 경쟁적으로 실적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판사들이 본연의 재판 업무에 헌신할 수 없음을 내부고발로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실적을 위해 재판 업무와 별개로 이리저리 불려 다녔으며, 판사의 직접 보고를 요하는 사안은 갈수록 증가하며, 사건처리율, 조정성공률, 법정개정시간 등의 통계수치와 관련해 판사들을 경쟁으로 몰아넣었다고 고발했다. 그런가하면 최근엔 사법부 판사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과 대법원이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혹이 일자 그는 내부고발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렸다.

이처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권력과 맞서 싸웠던 내부고발자들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중용되고 있다. 이 사실을 접하며 드디어 우리나라도 품격 있고 성숙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된다.

내부고발에 대한 인식과 처우 바뀌어야

국가의 성숙도와 품격을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부고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이다. 선진국일수록 내부고발을 철저히 보호한다.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는 열망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내부고발을 대하는 인식과 처우는 여전히 조직폭력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내부고발이 발생하면 조직을 배반한 배신자로 낙인찍고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조폭 집단의 사고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 내부고발이야말로 자신이 속한 조직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망가지는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기에, 외면하며 침묵의 연대에 순응할 수 없었기에, 고통을 감내하며 내부고발을 단행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닥쳐올 해직과 배제와 차별을 감수하면서까지 결단하는 충정심의 발로인 셈이다.

올해 들어 부패방지법이 통과되었다. 더 많은 분야에서 내부고발의 방식을 통해 공익제보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해 씁쓸하다. 나름의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결론은 이미 학습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다. 내부고발을 했다가는 조직에서 배신자로 취급받고 왕따가 된다. 게다가 직장을 잃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현실이 이런데 누가 감히 용기 내어 내부고발을 결심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은 잘못되고, 부조리하며, 부정과 불법이 횡행하고 반칙과 특권이 난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용인하며 외면한다. 남들도 다 모른척하며 침묵하는데 쓸데없이 나섰다가 온갖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냉혹한 벽 때문이다. 그래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된다. 그저 모른 척 외면하게 된다.

내부고발자 우대하는 시스템 만들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비리와 부정을 알면서도 조직 내부에서 묵인하며 침묵하는 사람들보다 내부고발자가 더 잘 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새로 임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이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처우와 보상이 보다 확실하게 이뤄지게 되면 다른 구성원들도 불의에 침묵하며 순응하지만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회는 보다 정의로워지고 상식이 통하며 사람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김형연 청와대 법부담당 비서관 이 두 내부고발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발탁은 참신하다고 평가받아 마땅하다.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하고 품격 있는 단계로 진입시켜준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이 이분들의 발탁을 두고 자신의 일처럼 함께 기뻐하며 반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전경원 기자는 서울 하나고등학교 교사로 내부제보실천운동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내부고발자, #서울중앙지검장, #청와대법무담당비서관, #발탁, #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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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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