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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마공원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마사회 부산동구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경마공원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마사회 부산동구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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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새벽 박경근씨는 마사회가 운영하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구간 앞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0살 된 쌍둥이 아이들의 아빠인 그는 몇 줄의 유서만을 남겼다. 갈겨쓴 유서에는 마사회를 향한 그의 분노가 담겨있었다.

마구간은 그의 직장이었다. 박씨는 이곳에서 말을 돌보던 마필관리사였다. 하지만 직원 4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을 받아서 '신의 직장'으로까지 불리는 마사회 소속은 아니었다.

경마장은 마사회가 운영을 맡지만, 출전하는 말을 마주로 불리는 주인이 각각 따로 있는 구조이다. 마주들은 다시 조교사라고 불리는 책임자를 고용하고 그들이 다시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행태로 운영됐다. 

고용 형태가 복잡할수록 처우는 열악했다. 대신 해고는 쉬웠다. 조교사의 한마디면 마필관리사는 직장을 잃어야 했다. 완벽한 '을'의 위치였다. 출전하는 말의 성적이 나쁘면 마필관리사는 쏟아지는 원망과 질책을 말 대신 들어야 했다. 박씨는 숨지기 전날도 관리하던 말의 성적이 좋지 못해 폭언을 들었다고 주변에 토로했다.

마필관리사들은 이 일이 비단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29일 마사회 부산 동부지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는 "마필관리사는 을의 처지도 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노조는 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장(렛츠런파크) 중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처우가 가장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국의 렛츠런파크 중에 가장 가혹한 착취구조에는 고용불안, 임금 불투명,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결사의 자유도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없다는 마사회 "경마 특수성 인한 고용체계"

이들은 노조 조합원에 대한 탄압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부정경쟁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조합원을 만나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조합원 명단이 유출되면서 개별 조합원들에 대한 탈퇴 압박까지 이어졌다.

노조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해온 박씨는 이를 외부로 알리고자 했다. 숨지기 얼마 전에는 은수미 전 의원에게도 전화를 걸어 노조 탄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노조는 "(마사회가) 이런 특이한 고용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마필관리사를 포함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참에 열악한 처우를 개선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노동위원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마사회가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80%가 넘고 마필관리사들이 마사회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만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고용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개선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사회는 경마의 특수성을 들며 현행 제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사회는 이날 낸 공식 입장에서 "마필관리사 고용방식은 정규·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경마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전 세계적인 공통된 고용체계"라면서 "마필관리사는 경마의 특수성으로 인한 고용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마사회, #마필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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