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하락세가 심상치않다. LG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한 것을 포함하여 최근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 주 두산과 SK를 상대로 단 한 경기도 챙기지 못했다.

LG는 약 2주 전인 5월 11일까지만 해도 승률 마진이 최대 +10(22승12패)까지 이르며 단독 2위에 올라 근소한 차이로 선두 추격도 넘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달 중순 들어 최근 14경기에서만 무려 11패를 당하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25승 23패로 4위를 기록하고 있는 LG는 공동 5위 넥센·SK·롯데(이상 24승 24패)와의 승차가 불과 1게임으로 좁혀지며 자칫하다간 5강권 밖으로 밀려날 걱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LG의 강점은 역시 강력한 마운드다. LG는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팀 평균 자책점은 3.41로 여전히 독보적인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3점대 팀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LG가 유일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허약한 타선이 발목을 잡고 있다. LG는 팀타율(.279, 5위)과 출루율(.344)은 그럭저럭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타점(192개)과 득점(209개)은 9위, 홈런(27개)과 장타율(.377) 10개구단 중 꼴찌다. 그나마 도루(40개)는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득점으로 연결되는 영양가가 높지 않은 데다 병살(54개)도 리그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LG의 득점권 타율도 .269로 9위에 그치고 있어서 지극히 비효율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5연패에 빠진 지난 주만 놓고 보면 팀타율은 2할 4푼 5리(3홈런)에 불과했으며 팀득점은 경기당 2.8점(총 14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25일 두산전(7-9)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3점 이하의 빈공에 시달렸다. 이 기간 팀 자책점도 4.93으로 치솟으며 투타 밸런스가 함께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좀처럼 타지지 않는 '고구마 타선' 때문에 LG는 지난 주 본의 아니게 강제 진기명기가 속출하기도 했다. 26일 경기에서 SK 선발 김태훈은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을 LG를 상대로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LG는 이날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7이닝 3실점)을 내세우고도 6회초 1사 만루에서 채은성이 병살로 물러나는 등 숱한 기회를 무산시킨 끝에 김태훈의 '인생투'에 제물이 되어야 했다.

27일 경기에서도 LG 선발 임찬규는 6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타선이 2회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고도 히메네스의 잘맞은 타구가 보기드문 '삼중살'로 연결되는 등 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이 역시 올시즌 프로야구 1호 삼중살 기록이기도 했다.

 지난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LG 선발투수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LG 선발투수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LG는 28일에서도 최근 꾸준한 호투를 보이던 차우찬이 등판하여 5.2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분전했지만 피홈런을 4개나 허용하며 무너졌다. SK는 3연전 동안 홈런을 8방이나 쏘아올리며 일발장타로 LG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LG 타선도 26일 히메네스의 솔로포를 비롯하여 27일 정상호의 3점홈런, 28일 손주인의 솔로포 등으로 응수했지만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그저 숨통만 트여주는 단발성 화력에 그쳤다.

3연전 마지막 날까지도 LG는 4회 1사 3루, 6회 2사 1,2루 찬스, 8회 1사 2,3루, 9회 무사 만루까지 숱한 찬스를 잡았으나 병살과 후속타 불발로 헛심만 쓰기 일쑤였다. 특히 이날 1-1로 비기고 있던 4회 무사 2루에서는 4번타자임에도 강공이 아닌 희생번트를 시도하는 보기드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LG의 최근 팀 타선이 좋지 못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번 채은성과 6번 오지환이 잇달아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나며 벤치의 초강수마저 불발로 끝났다. 이날 부진한 히메네스 대신 4번타자로 낙점된 양석환 깜짝 카드는 결국 희생번트 포함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치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쯤되면 고구마를 넘어 화병 수준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대 LG 경기. 1회말 2사 3루 때 히메네스가 몸쪽 깊은 스트라이크로 삼진아웃 당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대 LG 경기. 1회말 2사 3루 때 히메네스가 몸쪽 깊은 스트라이크로 삼진아웃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시적인 부진이나 운없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최근 LG 타자들의 타격을 보면 찬스에서 부담을 느끼는 듯 어떻게든 맞히는 데 급급한 모습이 역력하다. 자신의 스윙을 하지 못하다 보니 빗맞은 타구나 내야 땅볼이 병살로 연결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타자들이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실상의 선두경쟁으로 꼽혔던 지난주 기아 타이거즈와의 3연전(16-18일)에서 병살 속출과 실책으로 스윕패를 당한 것을 기점으로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지며 아직까지도 회복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LG는 다음주 중상위권의 넥센-NC를 잇달아 홈으로 불러들여 6연전을 치른다. 넥센에는 3승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NC에게는 2승 4패로 열세다. LG에게는 5할승률과 4위 사수를 위한 중대한 분수령인 셈이다. 침체된 타선의 해법을 찾지못한다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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