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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보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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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6일 오후 5시 32분]

청와대가 최근 잇따라 드러난 문재인 정부 공직후보자들의 '위장전입'과 관련해 26일 사과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3시 춘추관을 찾아와 "문재인 정부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빵 한 조각과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들이 다 다르듯이 관련 사실과 내용도 들여다보면 성격들이 다 다르다. 저희들로서는 관련 사실의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시점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후보자가 가진 자질·능력들이 관련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서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때는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현실적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좀 더 상식적이고 좀 더 잘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임 실장은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회 청문위원들에게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오전 회의 때 관련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발표 형식에 정치적인 무게를 담기 위해 인사수석이 아닌 비서실장이 직접 발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뛰면서 신발끈 매야 하는 어려움. 설명 기회 없었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21일 오전 브리핑에서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딸의 이중국적 및 위장전입을 선공개했는데, 이때부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밝혔던 5대 비리(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관련자의 고위공직 원천 배제 방침이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강 후보자 이외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술 교사였던 부인의 서울 강남지역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인정했고, 26일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두 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갖가지 사유로 위장전입을 한 공직자들을 맹공격했던 야당이 여당이 되면서 비슷한 성격의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이틀째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야당 청문위원 질의듣는 이낙연 후보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이틀째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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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는 오는 31일 국회 인준안 표결, 김 후보자는 6월 2일 인사청문회를 각각 앞두고 있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선되자마자 총리 인선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인사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다. 다만 김 후보자의 경우에는 위장전입 사실을 인지했지만 비난 받을 성격은 아니라고 판단해 강경화 후보자 발표 때처럼 공개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오랫동안 공익활동을 해왔고 전남도지사로 계시면서 꼼꼼한 검증을 거쳤고, 저희들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검증을 했다"라며 "다만 총리 인선을 선거가 끝난 다음 날에 발표하다보니 시기적으로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의 경우는 검증을 했는데 비난받을 문제의 성격이 아니라고 봤다"라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위장전입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청문 과정에서 자세히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잇따른 위장전입 문제가 인사원칙 위배 논란으로 번지는 상황의 원인으로 '충분치 못한 배경설명'을 꼽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내각을 꾸리다 보니 인선의 기준과 이유 등을 국민들에게 차분히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향후 5대 인사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투기나 명문고에 가기 위한 위장전입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인사 원칙에) 포함시킨 것"이라며 "인수위 과정 없이 뛰면서 신발 끈을 매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필요한 인사를 진행하다 보니 관련 내용을 설명을 드릴 기회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기계적일 수는 없지만 내부적인 기준을 마련해갈 것이고, '미니 인수위'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논의해주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대통령이 입장 밝혀야"

당장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입장 표명을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경과보고서 채택은 일단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인사배제 원칙에 철저히 위배된 공직자들이 추천되고 있는데. 우리가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그냥 묵과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쭉 이어지는 (다른) 청문회에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스러운 상황 아니냐?"며 "대통령이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말씀을 주면 그걸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을 만나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임명되면 국무위원 제청권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국무위원 후보자 중 위장전입자가 나오면 제청할 것인지 아니면 철회할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정하고 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공약한 고위공직자 결격사유 중 하나(위장전입)가 드러난 마당에 인준을 계속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인사청문특위 간사 김용태 의원은 "어젯밤까지는 이 정도면 그냥 가자는 분위기였는데, 오늘 '김상조 위장전입' 건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태그:#임종석, #김상조, #이낙연,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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