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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야, 기분 좋다."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유독 많이 나온 말이다. 이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이 말을 꺼냈다.

이는 2008년 2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해 봉하마을로 돌아와 귀향인사 때 했던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추도식에 참석해, 다시 한 번 이 말을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문양 대신 '노무현재단' 로고가 붙은 발언대 앞에서 인사말을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당신이 계셨다면 '야 기분 좋다'고 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오늘 같은 날 당신이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며 "임기를 마치고 봉하에 내려온 날 '야 기분 좋다'고 하시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봉하마을 대통령의 집 안내해설 자원봉사자 고명석·김용옥씨도 추도사에서 이 말을 꺼냈다.

"대통령님 보고 계시지요. 보시면서 '야 기분 좋다'하고 계시지요.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젠 울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 제가 또 다른 노무현이 되어 봉하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정치적 발언 대신 농담... 웃음꽃 핀 추도식장
봉하마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 추도사, 경청하는 시민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추도사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추도식은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 잔디밭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진행됐다.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모였고, 추도식 때 잔디밭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추도식은 여느 때와는 달리, 밝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는 2015년 6주기 추도식 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했지만, 이날은 농담으로 인사말을 했다.

최근 탈모 때문에 삭발한 노건호씨는 "전국의 탈모인에게 심심한 위로와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난 다시 나고 있다.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을 드린다"라고 너스레를 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노건호씨는 "역사와 민심 앞에 경외감을 느낀다. 오랜 길을 걸어오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면서 "아버님이 역사의 도구로 하늘이 정해주신 길을 걸어가신 건지, 시대를 가로질러 역사의 흐름에 새로운 물꼬를 트신 것인지 저는 여전히 잘 알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버님이 꿈꾸신 대로 앞으로의 한국에 새로운 첫 물결이 흘러 밝은 새 시대가 계속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했을 것 같다. 아버님이 사무치게 뵙고 싶은 날"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당신이 그립습니다" 고개 떨군 시민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김민기가 만든 노래 '친구'가 울려퍼지자, 한 시민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 남소연
이날 한동준씨가 노래 <친구>를 불렀다.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라는 노랫말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추도식 마지막 행사는 모든 참가자들이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이었다.

추도식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해있는 너럭바위에 꽃을 바치고 고개를 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과 노건호씨,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먼저 헌화·분향했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도 참배했다. 추도식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도 모습을 드러냈다.
봉하마을 찾은 안철수 전 대선후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봉하마을 찾은 시민들 "문재인" 연호
문재인 대통령 추도사, 경청하는 시민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추도사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시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추도식 직전 문재인 대통령이 권양숙 이사장과 함께 사저에서 나와 추도식장으로 향할 때, 시민들은 문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다. 추도식에서도 문 대통령이 무대 위에 오르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문 대통령의 이름을 외쳤다.

서울에서 온 한아무개씨는 "기쁜 날이다. 오늘 오전 5시 서울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고 잘 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해에서 살고 있는 30대 남성은 "그동안 가까운 데 살지만 직접 찾아오지 못해 늘 미안했다. 오늘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가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왔다. 문 대통령이 공약하고 생각한 대로만 하면, 잘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20대 남성은 "오늘 생일인데,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서 여자친구와 함께 광주에서 왔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는 중고등학생이어서 잘 몰랐다.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정치에 관심이 생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단한 사람인 걸 깨달았다. 꼭 와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로 바뀌진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공약을 실행에 옮기고 있어 말뿐인 건 아닌 거 같아 좋게 평가한다. 앞으로도 야당과 협치를 잘하고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도 함께 포용하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오후 5시까지 봉하마을 방문객은 4만9300여명이라 밝혔다.
태그:#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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