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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광고 영상, 아이가 엄마에게 책을 읽어 달라 했지만 일하느라 바쁜 엄마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들으라고 하고, 아이는 ‘엄마가 읽어 달라’ 울며 거부한다.
 SK텔레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광고 영상, 아이가 엄마에게 책을 읽어 달라 했지만 일하느라 바쁜 엄마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들으라고 하고, 아이는 ‘엄마가 읽어 달라’ 울며 거부한다.
ⓒ SKT 인공지능스피커 광고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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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1. 37살 워킹맘의 집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처럼 조용한 집, 혼자서 잘 놀던 아이가 엄마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는 그 역할을 인공지능 스피커에 넘겼고 아이는 '엄마가 읽어 달라' 울며 거부한다. 그러나 '변덕이 심한' 아이는 금세 기계에 익숙해진다. '몇 살인지' 묻다가 '나 예쁘냐'라며 대화를 걸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이제 외출할 때도 기계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둘은 친구가 된다.

순식간에 지나간 짧은 영상이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TV에서 그 광고를 보았다.

광고에는 내레이션을 제외하고 총 3명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37살의 워킹맘, 그녀의 딸, 그리고 아리아. 여기서 아리아는 SK텔레콤이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NUGU'(누구) 속 인공지능의 이름이다.

외동딸인 나는 맞벌이인 부모님 곁에서 자라 영상 속 우는 아이의 행동에 공감했다. 광고 속 아이는 원치 않았지만 '부모'의 권유로 '부모' 대신 기계와 함께했다. 비록 광고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지만 나에겐 최악의 결말로 다가왔다. 아이의 울음은 단순히 '책을 읽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광고 영상, 아이는 금세 기계에 익숙해진다. ‘몇 살인지’ 묻다가 ‘나 예쁘냐’라며 대화를 걸기도 한다.
 SK텔레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광고 영상, 아이는 금세 기계에 익숙해진다. ‘몇 살인지’ 묻다가 ‘나 예쁘냐’라며 대화를 걸기도 한다.
ⓒ SKT 인공지능스피커 광고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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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기계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발달심리전문가인 김주아 아이라라 심리언어상담센터장도 이 광고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아이의 '울음'에는 부모의 온기가 필요한 욕구와 부모에게 원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아이가 거절당하고 우는 이유는 책 읽기 때문에 그렇다기보다 부모가 내게 관심을 주는 것을 원하고 부모와 친밀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 광고가 전제하고 있는 설정 자체에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이의 울음이 가족에게 불편을 주는 것으로 만들고 아이가 '변덕이 심하다' 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책 읽어 주기를 거절당한 아이가 싫다며 울음을 터뜨리고 시간이 지나면 기계에 익숙해지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광고는 인공지능을 채용한 제품이 부모의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개했다. TV를 통해 반복적으로 이 광고를 본 많은 부모가 육아의 힘겨움을 덜기 위해 인공지능 제품을 집안에 들여놓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스피커 친구를 사달라 할 정도로, 아이들이 외로워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에 익숙해지는 아이들이 나중에는 가족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보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더욱 친근하게 느낄까 우려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부모와 아이가 나누어야 하는 관계까지 인공지능이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이가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고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는 매우 크다. 인공지능이 부모의 힘든 육아를 덜어줄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부모로부터 채워져야 하는 부분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인공지능에 중독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KT는 지난 3일 작년 9월 출시 이후 7개월간 자사 인공지능 스피커를 대상으로 사용자들이 말을 한 횟수가 1억 건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하루 평균 대화 건수도 5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제품에는 정보제공, 채널 컨트롤 등의 기능이 있다. 이같은 기능 제공의 형식은 '대화'이지만, 이 대화는 명령에 대한 반응이지 '관계맺기'는 아니다. 이 TV광고를 보고 '우리 아이도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든 부모라면, 대화는 의사전달뿐 아니라 관계맺기의 수단이란 걸 다시 한번 떠올렸으면 좋겠다.


태그:#SKT, #인공지능, #인공지능 스피커, #NUGU,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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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턴기자 김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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