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화를 제물로 올 시즌 첫 스윕의 기쁨을 누렸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8-7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3회에 발생한 벤치 클리어링으로 양 팀의 선발투수가 나란히 퇴장 당한 경기에서 삼성은 6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국민타자' 이승엽은 7회 4번째 타석에서 송창식을 상대로 통산 450호 홈런(시즌 7호)을 때려냈고 구자욱도 2경기 연속 홈런(시즌9호)을 터트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한수 감독을 기쁘게 한 선수는 2군을 다녀온 이후 17경기에서 타율 .338 4홈런12타점을 기록하며 삼성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다.

나바로에 함박웃음 짓던 삼성, 발디리스에 대성통곡

2014년 삼성은 전성기가 지난 신명철과 부상이 잦은 조동찬의 공백에 대비해 외국인 선수로 야마이코 나바로를 영입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내야수 나바로는 4년 동안 4개 팀을 옮겨 다니며 빅리그에서 79경기에 출전해 타율 .206 2홈런20타점을 기록한 평범해 보이는 외국인 선수였다. 이승엽, 최형우(KIA 타이거즈), 박석민(NC다이노스) 등 강타자들이 즐비했던 삼성에서 사실 나바로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나바로는 2014년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08 31홈런98타점118득점25도루로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대활약을 펼쳤다. 특히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333 4홈런10타점8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다. 나바로는 2015년 타율은 .287로 조금 떨어졌지만 48개의 홈런과 137타점을 쓸어 담으며 삼성의 정규리그 5연패를 이끌었다.

2014년과 2015년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주가가 치솟은 나바로는 작년 1월 일본 프로야구의 지바롯데 말린스와 계약하며 삼성을 떠났다. 나바로의 2루 공백을 국내 선수로 메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삼성은 NC로 떠난 박석민이 떠나며 허전해진 핫코너 보강을 위해 아롬 발디리스를 영입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발디리스는 수준 높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8년 동안 준수한 활약을 펼친 베테랑 내야수다.

나바로를 보며 외국인 내야수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삼성팬들은 발디리스에게도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다. 발디리스는 44경기에서 타율 .266 8홈런33타점에 그치며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2군에 다녀온 이후 5경기에서 5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8월 6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고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나바로의 대성공과 발디리스의 대실패를 경험한 삼성은 2017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FA 최형우의 이적과 구자욱의 외야 전향으로 4번을 책임질 1루수 요원이 절실했다. 여러 선수들을 물색하던 삼성은 지난 2월17일 LA 다저스 소속이던 러프와 110만 달러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퓨처스리그 다녀온 후 4번 타자 위용 과시한 러프

지난 2012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러프는 메이저리그에서 5년 동안 활약한 중견 선수다. 2013년엔 14홈런, 2015년엔 12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배팅 파워는 빅리그 레벨에서도 이미 검증을 끝냈다. 작년 11월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러프는 올 시즌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백업1루수로 활약할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러프는 불안한 빅리그 백업 생활보다는 주전이 보장된 한국행을 선택했다.

러프는 3월31일 KIA와의 개막전에서 홈런을 터트리며 기대감을 높혔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러프는 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타율 .150 1홈런4타점에 그치며 1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의 기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진했다. 결국 김한수 감독은 4월22일 러프를 2군으로 보냈다. 작년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 후 퓨처스리그에 다녀 와서 타격감을 찾은 닉 에반스(두산 베어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퓨처스리그에서 열흘 동안 나들이(?)를 마친 러프는 2일 두산전을 앞두고 복귀해 3연전에서 5안타1홈런3타점을 기록했다. 러프는 2군에 다녀온 후 타율 .338 22안타4홈런12타점12득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4번타자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2군에 다녀온 이후 치른 17경기 중에서 러프가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단 4경기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이 첫 스윕을 달성한 한화와의 3연전에서 러프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19일 첫 경기에서 2루타 하나로 타격감을 조율한 러프는 20일 경기에서 4타수4안타2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21일 경기에서는 7회 송창식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성적은 아직 타율 .248 6홈런17타점에 그치고 있지만 5월의 활약은 러프와 계약했을 때 삼성이 기대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부진한 외국인 타자들이 2군에 다녀온다고 해서 누구나 에반스나 러프처럼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kt 위즈의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은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후에도 1할대의 부진에 허덕였고 결국 지난 20일 방출 통보를 받았다. 결국 러프의 부활은 빅리그 286경기에 출전했던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실력, 그리고 무엇보다 KBO리그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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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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