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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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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의 체크 카드 회원들이 지난 1년여동안 해외 부정 결제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은행쪽은 이같은 사실을 카드 회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은행이 이처럼 소비자보호 관리에 손 놓은 사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작년 7월 미국에서 무작위로 카드번호를 입력, 에이플러스 체크카드로 페이팔, 우버 등 기업을 이용했던 소비자의 돈을 빼가는 부정인출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피해액은 3000~4000만원, 피해건수는 1만3000건에 달했다.

이에 은행은 이 카드의 신규발급을 중단했지만 기존 소비자들에게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노조는 현재 이 카드 이용 소비자 1만5000명이 잠재적 피해 대상자라고 했다.

문제는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는 해당 소비자들은 자신이 이 범죄에 노출돼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피해가 발생한 후 10개월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은행은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피해 가능성에 대해) 고객들에게 별도로 안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온라인에 수없이 많은 가맹점들이 있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고객들에게 공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범죄 노출된 카드의 해외승인 여전히 허용 중..."합리적 결정"

이와 더불어 씨티은행은 이 카드의 해외 비대면 승인을 제한하는 등 추가 피해에 대한 예방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유사한 범죄가 발생한 후 해외사이트 비인증거래를 전면 차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범죄는 페이팔 등 해외 기업들이 비밀번호 등 인증 없이도 16자리 카드번호만으로 결제 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는 허점을 노리고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전세계 온라인거래 중 90%가 이 방식을 취하고 있어 섣불리 거래 자체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은행 쪽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이런 부정인출이 발생했던 가맹점 574개의 거래를 차단했다"며 "전세계 90%의 전자상거래를 모두 막게 되면 고객에게 온라인 결제를 하지 말라는 꼴이 된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상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페이팔 등 해외 기업들이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이런 시스템을 유지 중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기업이) 100% 이를 떠 안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씨티은행은 고객이 부정인출을 알고 은행에 신청을 하면 증빙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하고 선 보상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도 모르게 돈이 빠져나간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소비자는 이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씨티은행은 이로 인해 손실을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0달러 정도면 (은행이 페이팔에 보상을) 신청하지 않는다"며 "이 정도 부정인출이 있으면 영업상 손실로 처리해버린다"고 밝혔다. 고객에게는 피해 금액을 돌려주지만 다소 소액일 경우 은행 쪽에선 이를 페이팔 등 기업에 따로 보상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은 소비자가 피해 보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가 생기면 금융감독원에 모두 보고하고 있고, 이는 전세계 모든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 피해, 허술한 시스템 때문?

이에 대해 금감원은 조만간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강성남 금감원 검사기획팀장은 "은행 쪽에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런 범죄 시도가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특이한 거래가 있으면 자동 차단된다"며 "예를 들어 국내에서 유효한 카드번호인데 국내 편의점에서 결제 후 1시간 뒤 해외에서 결제되는 등 이상한 패턴은 차단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이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구동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의 소비자보호 정신이 아직도 너무 낙후돼있다는 반증"이라며 "(피해) 발생 가능성만이라도 제대로 통보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씨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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