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 '만약'이 있다면 올 시즌 결과도 달라졌을까.

스포츠에서 흔히들 만약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의 상황을 상상하는 건 팬들에게 주어진 또 다른 묘미다. 올 시즌 2016-2017 KCC 프로농구에는 유난히 변수가 많았다.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은 부상에 시달렸으며 시즌 중 대형 트레이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 시즌 프로 농구에 '만약'이 있다면 어땠을까. 아마 결과는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농구 커뮤니티와 누리꾼 사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4가지를 준비했다.

 이현민(좌)과 김태술(우)은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 생활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현민(좌)과 김태술(우)은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 생활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 KBL


① 삼성 '만약 김태술 대신 이현민이었다면?'

챔프전을 치르며 삼성은 내내 리딩 가드의 부재에 시달렸다. 그나마 노장 주희정만이 제 역할을 해줬다. 특히 팬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술(33)의 부진이 아쉬웠을 것이다.

삼성은 시즌을 앞두고 가드 박재현(26)과 오리온의 이현민(34)을 맞바꾸는 1차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이현민은 "라틀리프와 뛰고 싶었다"며 삼성행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며칠 뒤 삼성은 이현민과 신인지명권을 포함해 KCC 김태술(33)과 2차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트레이드 승자가 누구냐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두 선수는 모두 정규 리그에서 각 팀의 야전 사령관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현민은 시즌 평균 6.2AS를 올리며 전체 어시스트 2위에 올랐으며, 김태술은 1라운드에서 경기 당 평균 11.2득점, 5.9어시스트를 올리며 1라운드 MVP에 선정되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양 팀의 트레이드는 윈-윈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김태술이하고 시즌 막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자 팬들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에서 이현민이 대신 뛰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분명 이현민이 있었다면 시즌 막판 삼성의 가드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6라운드 이현민은 경기 당 평균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월 22일 오리온전에서는 11득점 10리바운드 10AS로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허나 전반기 때 김태술의 공헌도를 생각하면 그의 가치를 쉽게 외면할 수 없다. 분명 시즌 초 삼성이 승수를 쌓을 데 김태술의 활약은 리그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삼성 팬들 입장에선 그가 내년엔 좋은 컨디션에서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 즐거운 '만약'의 상황일 것이다.

모비스 '만약 이종현이 처음부터 뛰었더라면?'

고교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괴물 센터' 이종현(203cm, C)은 이번 신인드래프트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유재학 감독은 1순위를 뽑으며 그를 지명할 행운을 얻자 큰 환호를 질렀다.

그러나 이종현은 시즌 초부터 팀에 합류할 수 없었다. 바로 대학 시절 얻은 부상 때문. 그는 4라운드 삼성전에서야 복귀하며 뒤늦게 신고식을 치렀다. 특히 두 번째 경기인 LG전에서는 24득점 18리바운드 5블락의 활약을 펼치며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이런 이종현이 시즌 초부터 뛰었다면 모비스는 정규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을까? 아닐 확률이 높다. 이종현은 프로에서 풀타임 뛸 체력이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부상 후 복귀 성적에서도 이러한 체력적 문제가 드러난다. 4~5라운드 13경기에선 12.4득점 9.2리바운드 2.7블락의 활약을 펼쳤지만, 6라운드에서는 9경기 7.9득점 6.3리바운드 0.9블락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시즌 초부터 뛰었더라도 시즌 중반부터 부진했을 확률이 높다. 특히 찰스 로드 역시 인성 문제로 중도 퇴출되었기에 우승 도전엔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이종현은 이제 시작인 신인 선수이다. 리그 최고 빅맨이 되기 위해선 유재학 감독과 함께 체력 훈련과 공격 스킬 연마가 필요하다. 풀타임을 소화해야 할 내년 시즌, 건강한 이종현이 팀의 우승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LG '만약 김종규의 부상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1월 31일 KBL에 대형 트레이드가 터졌다. 바로 KT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슈터인 조성민과 LG의 김영환이 트레이드된 것. LG는 1라운드 신인 지명권까지 내주며 6강 경쟁에 마지막 한 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처럼 보였다. 조성민은 이적 후 첫 경기 오리온전에서 17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답답했던 LG 외곽포의 물꼬를 튼 것도 컸지만 김종규와 시너지 효과가 더욱 빛났다. 김종규는 조성민과의 첫 호흡에서 30득점을 올리며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LG는 다음 경기인 선두권 KGC전까지 승리를 챙기며 완전히 분위기를 탔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바로 해당 경기에서 양희종(KGC인삼공사)의 터프한 수비로 인해 김종규가 부상을 당한 것. LG로서는 이번 시즌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선두권 팀을 차례로 잡으며 '조성민 효과'를 누렸지만 김종규가 부상당하며 기세가 한 풀 꺾이게 되었다.

결국 LG는 PO 승선에 실패한다. 김종규가 없는 한 달 동안 LG는 2승 6패에 그치며 6강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진다. 만약 김종규가 부상당하지 않고 그 흐름을 이어갔다면 LG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확률이 높다.

 SK의 문경은 감독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비판에 시달렸다

SK의 문경은 감독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비판에 시달렸다 ⓒ KBL


 SK '만약 감독이 다른 누군가였다면?'

올 시즌 SK의 라인업을 보면 호화 라인업 그 자체였다.

현직 국가대표인 김선형, 변기훈과 함께 전직 국가대표 김민수가 버티고 있었다. 거기에 지명권에 있어 행운까지 따라주었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는 2번째 지명 순서를 얻어 NBA 출신 테리코 화이트(192cm)를 데려왔다. 화이트는 올 시즌 평균 22.3득점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거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선 빅3중 하나이자 탁월한 운동능력과 신체 조건을 가진 최준용(200cm)을 지명했다. 1월에 군 복무를 마칠 국가대표 빅맨 최부경까지 합류한다면 현직 국가대표급만 4명을 보유한 SK였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정규 리그 7위를 기록하며 봄 농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시즌 전 우승권으로 분류되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문경은 SK 감독은 이로 인해 시즌 내내 팬들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문경은 감독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선수층이 얇은 가운데 몇몇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렸다. 변기훈과 김민수는 예전과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팬들이 아쉬웠던 부분은 올 시즌 SK는 무기력한 패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승부처에선 수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 아직 재계약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문경은 감독이 내년에도 SK를 이끈다면 이는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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