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6월 13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원정 8차전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말 K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최종적으로 22일에 선수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고착화된 선수선발과 용병술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질설에 시달리기도 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과연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에는 과감한 실험을 통하여 다양한 선수들을 점검했으나 최종예선 이후로는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앟았다. 자신이 초기에 발탁했던 선수들 혹은 능력이 검증된 해외파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문제는 이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출전시간이 부족하거나 혹은 좋은 활약을 보이지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독 대표팀에서 주전이 보장되는 경우가 점점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대표팀 발탁의 원칙과 경쟁력을 흔들어놓았고 선수단 내부의 신뢰도마저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선수와 마찬가지로 전술 역시 이렇다할 변화가 없다보니 강팀들을 상대하는 최종예선에서 수가 거의 간파되어 상대에게 고전을 면치못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정말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슈틸리케호는 3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4승1무2패(승점 13점)로 조 2위에 올라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4승3패·승점 12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마지막 2연전 상대기 이란(홈)-우즈벡(원정) 등 A조 양대 난적들과의 대결이라 승리를 낙관할수 없다. 카타르 원정에서 무조건 승점 3점을 챙기지못하면 한국의 월드컵 본선진출 자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까지 경질설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도 이란 원정 패배 직후에도 한 차례 경질설에 휘말렸지만 우즈벡전 신승으로 기사회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3월 중국-시리아와의 2연전에서 여전히 리더십-용병술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졸전을 이어가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촉박한 시간과 대안의 부재로 인하여 울며겨자먹기로 축구협회의 재신임을 얻기는 했지만 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에 불신을 보내고 있다. 이대로는 월드컵 본선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설사 운좋게 본선에 가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카타르전을 통하여 결과와 내용 모두에서 반전을 보여줘야만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를 겨우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잦은 변동을 겪었던 코치진은 최근 정해성 수석코치가 가세했지만 실질적인 코치 역할을 하던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돌연 하차함으로서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 파악에서부터 발탁까지 꼼꼼하게 챙겨야할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컨디션을 장담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많다는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슈틸리케호 주축 멤버중에 구자철과 곽태휘에 이어 이정협마저도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특히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불리던 이정협은 비록 2부리그 챌린지에서 뛰고 있지만 챌린지 개막 후 7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던 상황이라 이번에도 대표팀 발탁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오른쪽 풀백 이용 역시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파 중에서는 이청용과 석현준, 박주호, 권창훈 등 유럽파 다수가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못한지 오래됐다. 대표팀에서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기여도를 감안하면 제외하는게 아쉽지만 컨디션이 불확실한 선수들을 발탁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그나마 잉글랜드에서 활약중인 손흥민과 기성용 등이 건재한게 위안이다.

주전들의 공백 대안은 결국 K리그에서 찾아야한다. K리그 최전방 공격수 중에서는 일단 김신욱의 발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포항의 양동현이 이정협의 유력한 대체자로 부상하고 있다. 양동현은 올시즌 6골을 넣으며 K리그 전체 3위이자 국내 선수중에서는 1위를 달릴만큼 포항의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 미드필드에서는 부상을 털고 돌아온 전북 이재성의 재승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원 전역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이재성은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을 두루 메워줄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아직까지 고정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좌우 풀백 자리도 중요한 변수다. 이미 작년부터 여러 차례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거론됐던 왼쪽 풀백 정운은 뛰어난 수비와 함께 크로스와 프리킥 능력도 갖춰 주목받고 있다. 미드필더 안현범과 이창민도 충분히 대표팀에 승선할만한 선수들도 거론된다. 슈틸리케 감독과 기술위원회도 그동안 꾸준히 제주의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선수기용은 물론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대표팀은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선발해아하며 이름값이나 다른 어떤 선입견에 따라 차별받지않고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해외파라서 활약이 시원치않아도 무조건 대표팀에 발탁되고, 누구는 K리거라서 잘하는데도 기회조차 얻지못한다면 공정한 기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논리에 휘말린 대표팀치고 막상 중요한 경기에서 제대로 경쟁력을 보여준 경우도 없었다.

'인사가 곧 만사'라는 이야기는 정부이건 대표팀이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을 쓰느냐는 자체가 곧 그 조직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본인만이 아니라 한국축구의 운명이 갈린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과연 선수선발에서부터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변화의 의지를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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