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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제 19대 대통령이 탄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요즘, 청와대 분위기를 보니 한국의 위대함과 도덕성이 한층 더 높아진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묘 '찡찡이'를 청와대에 함께 데리고 들어가면서 한국 최초로 '퍼스트 캣'이 탄생했으니 말이다.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는 철학과 소신'으로 유기묘와 유기견을 입양한 문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의 미래, 벌써 기대된다.

청와대에서 그루밍을 하고 우다다를 할 찡찡이를 생각하니, 고양이 집사로서 짜릿함마저 느껴진다. 찡찡이 엉덩이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궁디 팡팡'을 해 주는 문 대통령 모습을 상상만 해도 미소가 흘러나온다.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표지 이용한의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표지 이용한의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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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들뜬 기분을 한껏 더 북돋워 줄 책이 마침 5월 초에 출간됐다. 바로 이용한이 지은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다. 이용한은 10년간 길고양이들 사진을 찍으며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나쁜 고양이는 없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등 고양이 책 여섯 권을 낸 명실공히 '고양이 전문 작가'다.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는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후속작이다. 저자의 장인어른댁인 '다래나무집'에 사는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 책인데, 나처럼 전작을 읽은 독자들은 옛 친구들 소식을 듣게 된 듯 이번 책이 반가울 것이다. 프롤로그에 고양이 가족 소개가 나오니,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도 걱정할 것 없다.

다만, 이 책을 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의 말마따나 '사람의 마음을 폭행하는' 똥꼬 발랄 귀여운 고양이들 사진 때문에 숨이 멎을지도 모르니.

이용한의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중에서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좋은 걸 어떡해!" 저자가 넣은 말들이 사진과 잘 어울린다.
▲ 이용한의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중에서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좋은 걸 어떡해!" 저자가 넣은 말들이 사진과 잘 어울린다.
ⓒ 함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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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어머, 귀여워~!"를 큰소리로 연발하게 될 테니 공공장소에서 읽지 말고 집에서 읽기를 권한다. 고양이 집사가 아니더라도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와 일상이 예능인 고양이들의 몸개그를 보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무장 해제될 수밖에 없다.

"고양이가 왔고, 인생이 달라졌고, 생각이 많아졌다."

첫 장을 열자마자 고양이 집사라면 200퍼센트 공감할 문장이 딱 눈에 들어온다. 나는 2015년 초겨울,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 얼떨결에 고양이 집사가 됐다. 고양이를 안 키우는 사람은 있어도 고양이를 한 마리만 키우는 사람은 없다더니, 작년에는 상자에 담겨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 함께 키우고 있다.

고양이 집사가 되고 나서, 내 인생은 고양이를 키우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다른 사람들을 분류할 때는 고양이 집사와 아닌 사람으로 나눈다. 집사들끼리는 고양이 얘기로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 수 있다.

라인이(왼쪽)와 모모(오른쪽) 나의 반려묘 라인이와 모모의 아깽이 시절 사진. 아깽이 시절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 라인이(왼쪽)와 모모(오른쪽) 나의 반려묘 라인이와 모모의 아깽이 시절 사진. 아깽이 시절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 함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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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10년이 넘도록 강아지를 키운 애견인이었다. 이전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항상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품에 안기는 강아지가 훨씬 사랑스러웠다. 어릴 때 키우던 고양이가 가출을 하고 나서, 고양이는 아무리 정을 줘도 결국 도둑고양이가 된다는 어른들 말을 굳게 믿었다.

추운 날 밤, 판자에 깔린 채 힘없이 울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보고 얼어 죽을까 걱정돼 일단 집에 데려오긴 했지만 고양이를 키워 본 적 없어서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SOS를 쳤더니, 즉각 너도 나도 조언을 해 줬다.

길고양이들을 돌봐 주는 동네 치킨 전문점에 가서 고양이 분유를 얻어 오고, 페친들 조언대로 고양이 체온을 올리려고 페트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옆에 뒀다. 새끼 고양이 돌보는 법을 알아보려고 고양이 카페에 가입해 배변 활동을 도와주는 법도 배웠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한국에 애묘인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걸. 지인들도 '캣밍아웃'하듯 자기도 고양이 집사라며 물심양면 도와줬다. 내가 고양이를 입양 보내지 않고 키우기로 결정하자, 주변에서 다들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해 줬다.

그 뒤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 '아깽이, 캣초딩, 궁디 팡팡, 발라당, 우다다, 꾹꾹이' 같은 냥집사들 용어도 새롭게 알았다. '도둑고양이'라는 표현 대신 '길고양이, 길냥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내겐 신선했다.

그야말로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게 많았고 알고 싶은 것들도 많아졌다. 그 무렵, 이용한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를 읽고 저자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매일같이 방문하며 고양이들 사진을 봤다.

이용한의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중에서 "얼굴을 맞대고 생각해보자. 우리의 묘한 인연에 대해서" 저자의 이 말처럼 사람과 고양이의 인연이 오래 이어지길.
▲ 이용한의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중에서 "얼굴을 맞대고 생각해보자. 우리의 묘한 인연에 대해서" 저자의 이 말처럼 사람과 고양이의 인연이 오래 이어지길.
ⓒ 함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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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진과 함께 한두 줄씩 짧은 문구를 올렸는데, 사진과 찰떡궁합처럼 딱딱 맞아떨어졌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유머가 어우러져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배가 된다. 그러한 강점은 저자가 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10년간 고양이 작가로 활동하며 저자는 한국의 길고양이들이 어떤 편견과 핍박에 시달렸는지 지켜본 산 증인이 됐다.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들이 편견에서 벗어나 인간과 어울려 살기를 바라며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요즘은 애묘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많은 이들이 길고양이들을 보호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방송에서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길고양이들 모습을 많이 비춰 준다. 하지만 방송에서 길고양이들이 사는 곳이 공개되고 나서, 독극물로 고양이를 집단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유괴 및 학대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서 길고양이가 안심하고 살아가려면 얼마나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걸까.

"이래저래 한국은 고양이가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자유롭게 마당고양이로 살기가 힘든 나라인 셈이다. 스스로에게 가혹하기보다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에게만 가혹한 환경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 본문에서.

그깟 고양이에게 웬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고양이, 특히 길고양이는 '온갖 편견과 학대에 시달리는 약자'를 상징한다.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 일부 사람들이 아무 저항을 할 수 없는 길고양이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길고양이가 더럽고, 밤에 아기 울음소리를 내서, 쓰레기 봉투를 뒤져서 싫다는 사람이 많다. 나도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밤에 혼자 집에 있을 때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면 섬뜩해서 다른 곳으로 가 버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담벼락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보면 나한테 달려들어 할퀴지 않을까 싶어 멀리 피해서 갔다.

고양이를 키워 보니 모든 게 나만의 편견이요, 착각이었다. 고양이는 사납기보다는 겁이 많다. 똑똑해 보이지만 허당기가 심해 몸개그를 자주 한다. 강아지처럼 부른다고 달려오진 않지만, 츤데레처럼 빙 돌려서 애정을 표현한다. 집사가 애정을 갈구하게 만드는 치명적 매력이 있다. 독립심이 강해 혼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는다지만, 집사가 집에 들어오면 자다가도 달려와서 맞아 준다(몇 초 반기다가 획 돌아서 간다는 게 함정이지만).

이제는 밤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어도 무섭지 않다. 배가 고파 우나 보다, 친구들과 수다 떠나 보다 싶다. 골목에서 주차 문제로 싸우거나 술주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시끄럽고 불쾌하다. 캣맘들이 밤새 두고 간 고양이 사료보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들이 거리를 훨씬 더 더럽힌다. 고양이를 알고 나니 두려움이나 불편함이 사라졌다. 고양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행복은 덤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를 읽으며 고양이의 매력을 알았으면 한다. 일단 고양이 매력에 빠지면 '고양이가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으러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가설을 신봉하게 되리라.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 똥꼬 발랄 고양이들의 인간 몰래 성장기

이용한 지음, 예담(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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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며 글 쓰며 세상과 소통하는 영상번역가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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