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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학생, 직장인, 어르신, 연인, 직장동료, 장애우 등….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대중교통은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이 최고의 장점이다. 반대로 불편한 점을 뽑자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앉을 자리가 항상 부족하다는 점이다. 버스나 지하철의 경우, 보다 많은 이용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앉는 자리보다 서서 가는 자리의 비율이 높다.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격이 제일 저렴하니 서서 갈 것을 각오하고 이용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어서 앉을 자리를 두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며칠 전 나는 약속이 생겨서 강남에서 명동에 가는 버스를 탔다. 퇴근시간대라 버스 안에는 발 디딜 틈 하나없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마침 같은 버스에 탄 과장님이 나보다 먼저 내리는지라 본인이 내리면 빈 자리에 앉으라며 나를 챙겨주었다.

과장님이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 웬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 아주머니는 과장님이 내리자, 나에게 말했다.

"이봐, 내가 다리가 아픈데 내가 그 자리에 앉았으면 쓰겠어."

나는 당혹스러웠지만 그러시라고 대답하며 비켜섰다. 아주머니는 이미 말하기에 앞서 몸이 먼저 빈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옆자리에 먼저 앉아 계시던 노신사 한 분이 아주머니를 제지하며 말했다.

"어허! 아주머니! 젊은 사람에게 그러면 안 돼요. 보기 안 좋아요. 정 다리가 아프면 내 자리에 앉아요."

노신사 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자리에 앉으라며 본인이 서서 가겠다고 덧붙이고는 나에게도 그 옆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나는 노신사의 분위기에 휩쓸려 자리에 앉게 됐다. 얼떨결에 자리에 앉으며 내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분은 손을 한 번 내저으며 "나는 금방 내립니다.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어르신의 자리를 빼앗은 셈이 되어 죄송했지만, 그분은 괜찮다며 서서 두 정거장을 더 간 후 내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 20년. 그 동안 자리양보는 숱하게 해봤지만 양보받은 것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날 가장 기분 좋은 손가락 하나가 추가됐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렇게 자리 양보를 받아본 건 근 몇 년만입니다. 다음번에는 제가 어르신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노신사는 모르는 약속 하나를 새겼다. 양보보다 그 마음이 더 감사한 하루였다.


태그:#자리양보, #매너, #대중교통매너, #자리를양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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