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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OUT OF SCHOOL'의 향수 사진입니다.
▲ OUT OF SCHOOL 향수 'OUT OF SCHOOL'의 향수 사진입니다.
ⓒ 이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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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자퇴하고 새로운 꿈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19살의 학교 밖 청소년이 있습니다. 지난 15일, 전화 통화와 서면을 통해 그와 이야길 나눴습니다. 어리지만 성숙한 친구가 전해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자퇴생 3년차 이예빈입니다. 저는 현재 학교를 다니는 제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입시 공부가 아닌 향수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자퇴를 하시게 된 계기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학교에 적응을 못 해서 자퇴를 선택했어요.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는 게 저에게는 너무 어려웠어요. 어릴 때부터 적응을 못했던 저는 새로 다니게 된 고등학교가 너무 큰 짐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스트레스 때문인지 학교 근처만 가도 배가 아프고, 토할 거 같고... 그랬던 것 같아요."

- 혹시 자퇴 후 생활에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나요?
"앞으로의 길이 너무 두려웠어요.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과 소속된 곳이 없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불안하고, 또 무서웠어요. 더불어 제 자신이 미래에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도 저에게 큰 압박감을 준 것 같아요."

- 자퇴 후에 사람들은 학교 밖 청소년인 예빈님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나요?
"제 관점이다 보니,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제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퇴생'이라고 소개를 하면 그때부터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어요. 물론 긍정적인 눈빛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눈빛이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더불어 초면에 저에게 '왜 자퇴를 하셨어요?'라고 물어보시는 게 제일 불편했어요. 그 답변을 하다 보니 저에겐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자퇴하기까지 과정이 다시 생각났고 그걸 계속 말하는 제 스스로 지치게 되더라고요."

-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과 환경을 이겨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영화를 봤어요. 제게 변화를 준 영화는 <라라랜드>와 <미녀와 야수>였어요. 특히 미녀와 야수 영화에서 사람들은 여자답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여자주인공을 '이상하지만 재밌는 아가씨'라고 표현해요. 저는 그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아서 조금 변하지 않았나 싶어요. 여자주인공인 엠마왓슨 (극중 '벨')과 제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제 자신을 이상하지만 참 재밌는 사람이라고 평가했거든요. 더불어, 항상 지나가면서 교복 입은 친구들을 보면 자퇴생인 저와 비교되는 것 같아 힘들었는데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오는 길은 그냥 '저 친구들은 저 친구들만의 길을 가는거고, 나는 나만의 길을 가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처음 향수를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중학생 때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저는 춤을 추면서 향수를 많이 뿌렸어요. 항상 땀 냄새로 가득했는데, 향기로운 향수 냄새를 맡으면 피로가 풀리고 제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그런 계기를 통해 중학교 때 처음 향수의 매력을 알았어요. 더불어 향수라는게 단순히 미용만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 조향사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특정한 향을 맡으면 그 순간에 느꼈던 분위기와 기분이 다시 떠올라요. 저에게 그런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서 이쪽(조향사)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 'OUT OF SCHOOL'(아웃 오브 스쿨)이라는 이름을 정하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앞으로 계속 향수를 만들고, 판매하는 활동들을 통해서 학교 밖 청소년을 도울 예정이기에 아예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만들었어요."

- 기존의 향수와는 다른 'OUT OF SCHOOL' 향수만의 특별한 점을 소개해주세요.
"타 브랜드의 흔한 향이 아닌 특유의 수제 향수 느낌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 시중에 파는 향수를 사시면 향이 겹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는데, 제 향수는 개인과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향을 창작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그럴 일이 없습니다."

- 스토리펀딩으로 후원받으신 금액을 어떻게 쓰실지 계획을 알려주세요.
"스토리펀딩으로 후원 받은 금액으로 'OUT OF SCHOOL'이라는 브랜드를 만들 거예요. 'OUT OF SCHOOL'은 수익금의 일부가 학교 밖 청소년에게 쓰이는 브랜드입니다. 수익금에서 브랜드 유지를 위한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은 자오나 대안학교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자오나 대안학교는 학업 중단 청소년 미혼모 기숙시설형 대안학교로 현재 많은 도움이 필요한 곳입니다."

- 앞으로 'OUT OF SCHOOL'을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인가요?
"일단은 향수로 시작해서 점점 폭을 넓힐 예정입니다. 향수뿐만 아니라 향초, 석고방향제와 같은 것뿐만 아니라 미술을 하는 친구와 콜라보를 해서 팔찌나 파우치를 만드는 등 악세서리 쪽으로도 브랜드 영역을 점점 넓혀갈 예정입니다."

"우리, 천천히 다시 시작하기로 해요"

'OUT OF SCHOOL'의 향수 사진입니다.
▲ OUT OF SCHOOL 향수 'OUT OF SCHOOL'의 향수 사진입니다.
ⓒ 이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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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학교 밖 청소년들이 꼭 문제가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단어 아래 나쁜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주세요. 여러분 시선의 작은 변화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자신감으로 시작하는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 반대로 자신과 같이 자퇴한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자퇴한 뒤에는 많이 힘들 겁니다. 저도 똑같이 겪어봤으니까 정말 잘 알아요. 불안하고 답답하고 외롭고... 저도 제 앞날이 깜깜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지금 이렇게 새로운 꿈을 찾고 잘 지내고 있지만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잘 지냈던 건 아니에요. 저는 최선을 다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제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여러분, 처음부터 '뭔가 대단한 걸 해야된다'는 생각은 버리시고 정말 소소한 일을 하나하나 늘려가면서 '사회로 자연스레 들어가야겠다'고 생각 하시는 게 정말 좋아요. 나도 모르게 나를 재촉하게 되고, 무언가 급하고 불안한 거 이해해요. 하지만 우리 천천히 다시 시작하기로 해요."

- 자퇴라는 결정을 후회 한 적이 있으신가요?
"자퇴한 뒤에 많이 후회했어요. 제 약한 태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저는 자퇴한 걸 너무너무 후회하지만, 학교에 다시 다니라고 하면 다시 다니지는 못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지금 나름대로 행복해요.' 저는 후회를 하지만 지금 행복해요. 그럼 된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행복한 게 중요하죠. 만약 제가 후회까지 하면서 지금 행복하지도 않았다면 계속 우울한 나날을 보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 생활 나름대로 재밌고 행복합니다."

부정적 시선과 자기 자신을 이겨낸 학교 밖 청소년이자, 자신의 꿈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OUT OF SCHOOL'의 대표 이예빈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더 전하지 못 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곳에서 'OUT OF SCHOOL'의 대표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를 원하시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께 전해드리고자 하시는 사회적 소수자분들의 문의를 기다립니다.
더불어 자퇴에 관련한 문의도 받고 있습니다.
dkwnrmftj@naver.com



태그:#OUTOFSCHOOL, #자퇴생, #학교밖청소년, #창업, #스토리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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