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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면에 수우도라는 섬이 있다. 거기에는 주민들이 정성들여 제사를 올리는 지령사(至靈祠)라는 사당도 있다.

사당과 관련한 전설. 섬에 살던 가난한 어부가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겨드랑이에 아가미가 있고, 딱딱한 비늘이 온몸에 덮힌 반인반어(半人半魚)의 모습이었다. 커가면서 남다른 역량을 보이기 시작한 아이는, 남해안 일대에 왜구가 출몰하여 어부들을 괴롭히자 왜구를 물리치고 왜구가 노략질한 식량을 섬사람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를 설운 장군이라고 불렀다.
설운 장군 사당 지령사
▲ 수우도 설운 장군 사당 지령사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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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 위축된 왜구들은 꾀를 내어 거짓 상소문을 조정에 올렸다. 반인반어의 괴물이 어부들을 괴롭혀 고기잡이를 못하고 굶어 죽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조정에서는 관군을 보내 괴물을 잡도록 했다. 설운 장군은 관군에 맞서 싸웠고, 그 와중에 인근의 욕지도 판관의 부인을 잡아다 아내로 삼았다. 판관 부인은 관군과 내통하여 장군을 사로잡히게 했다. 관군은 설운 장군의 목을 쳤지만 그때마다 다시 목이 붙었다. 이에 판관 부인이 잘린 목에 메밀가루를 뿌려 목이 다시 붙지 못하게 했고 결국 설운 장군은 죽었다.

이후 왜구의 노략질이 다시 되살아나자 섬 주민들은 설운 장군을 기리는 사당을 짓고 음력 시월 보름 제사를 지냈다. 왜구로부터의 보호와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전에는 매년 제사를 올렸는데 이즈음에는 3년에 한 번 올린다. 전날 밤 11시에 설운 장군 가묘(假墓)에서 제사를 올리고 아침에는 지령사에서 굿을 한다. 방문객이 마음대로 참관할 수는 없다. 일주일 전부터 지령사 부근에 부정한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꼭 보고 싶다면 사전에 마을측과 협의하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웬만한 지역 큰 바위나 수백 년 나이의 나무에 전설이 없는 게 없으니 설운 장군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섬 소개를 시작한다.
여명을 뚫고 고기잡이 나가는 배
▲ 수우도 여명을 뚫고 고기잡이 나가는 배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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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樹)이 우거진 섬의 모양이 소(牛)처럼 생겼다고 해서 수우도라고 이름이 붙은 이 섬은 경남 사천 남동쪽 약 12㎞ 지점에 있고, 2017년 4월 현재 23가구 42명의 주민이 산다. 면적이 1.28㎢에 해안선 길이가 7.0㎞로 자그마하다. 타원형의 섬은, 동쪽 해안에서부터 남서쪽 해안까지 해식애가 잘 발달하여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고래바위, 매마위, 해골바위, 백두봉 등의 명소가 특히 유명하다. 풍광이 끌려 아침에 들어오는 배를 타고 왔다 한 바퀴 돌고 오후에 떠나는 당일치기 등산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등산로 나뭇가지에 빼곡하게 매달린 등산동호회 표지를 보면 이 섬이 등산객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실감난다.

섬엘 들어가기 위해서는 삼천포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여객선 터미널이 아니라 수협활어위판장 선착장에서 탄다. 일인당 운임은 5천 원을 받는다.

섬이 작아 일주 코스는 단조롭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수우 마을 → 첫 봉우리 → 안부 → 고래바위 → 금강봉 → 은박산(195m) → 몽돌해수욕장 → 한전 수우출장소 → 수우마을로 이어진다. 이 코스 길이가 약 5km 정도다.
고래바위
▲ 수우도 고래바위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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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위는 전망이 탁월하지만, 고래바위 자체와 매바위가 어우러진 경치를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백두봉 부근이 더 좋다. 백두봉은 금강봉 오르기 전에 샛길로 빠져 다녀와야 한다. 일부 구간은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암벽이라 다소 위험하지만 아기자기한 등산길과 바위, 바다와 주변의 섬들이 멋진 조화를 뽐낸다. 수우도가 자랑하는 해골바위도 백두봉 가는 길에서 보는 게 가장 잘 보인다.
매바위(어안렌즈 사용)
▲ 수우도 매바위(어안렌즈 사용)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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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박산 정상은 높이에 비해 전망은 좋지 않다. 나무 때문이다.수우도에는 동백나무가 특히 많다. 금강봉과 은박산 부근에 군락지도 있다. 4월의 수우도는 동백과 벚꽃이 어우러져 더 멋스런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몽돌해수욕장 부근의 벚꽃은 일품이다.

섬의 이런 특성을 감안하여 통영시에서는 2015년에 수우도를 도서지역 특화조림지역으로 선정하고 15.85㏊에 4,956그루의 나무(동백나무 4,910그루, 왕벚나무 46그루)를 심었다. 몇 년 후에는 더 멋진 경관이 예상된다.
은박산 정상. 돌무더기 옆에 판자에 새겨진 표지판이 보인다.
▲ 수우도 은박산 정상. 돌무더기 옆에 판자에 새겨진 표지판이 보인다.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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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일주 후 시간이 남으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꼬불꼬불한 골목길 담장에 예쁜 벽화들이 신선하고, 더러는 옛스런 돌담도 만날 수 있다.

사량초등학교 수우분교는 학생이 없어 폐교가 됐는데, 마을과 통영시가 협의하여 여기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1층은 마을회관으로, 2층은 민박집으로 구상하여 설계된 건물인데 아마도 2018년에는 수우도 제일의 현대식 건물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담벼락에 매달린 프라스틱 화분. 프라스틱 물병을 이용한 재치가 재미있다
▲ 수우도 담벼락에 매달린 프라스틱 화분. 프라스틱 물병을 이용한 재치가 재미있다
ⓒ 나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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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맑은 강산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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