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송은범이 부진 끝에 16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송은범은 올시즌 7경기에서 28.1이닝을 소화하며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04에 그치고 있었다. 정확히 개막 47일만이자 송은범이 올시즌 1군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처음이다.

한화 팬들로서는 올해도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성적과 더불어 송은범을 볼때마다 한숨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은범은 2014년 겨울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하면서 FA 계약으로 한화에 왔다. 4년 총액 34억원으로 당시로서는 결코 적지않은 규모의 계약이었다.

송은범의 영입은 김성근 감독과 결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송은범은 김 감독과 함께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07년 김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당시 유망주였던 송은범도 1군 주축 투수로 발돋움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2009년 12승으로 개인 최다승을 따내기도 했고, 2010년에는 8승 5패 8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30으로 SK의 마지막 통합우승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벌떼야구를 표방하는 김성근식 마운드 운용에서 선발과 불펜을 넘나드는 '전천후 투수'로서 송은범의 가치는 보이는 기록 이상이었다.

하지만 송은범은 SK 시절 말기부터 이미 조금씩 하향세였다. 2013년 기아 타이거즈 이적 이후로는 2시즌 연속 7점대 자책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화가 송은범을 FA로 영입할때도 이미 기량과 비싼 몸값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있었지만 당시 구단 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던 김 감독이 송은범을 강력하게 원하면서 결국 영입이 성사됐다. 당시만 해도 야신 이미지가 남아있던데다 누구보다 송은범을 잘아는 김 감독이라면 그의 재능을 다시 살려낼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송은범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도 살아나지 못했다. 2015시즌부터 올해 현재까지 송은범이 한화에서 남긴 성적은 4승 23패 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6.57이다. 한화에서의 지난 3년간을 포함하여 기아 시절까지 감안하면 5년연속 평균자책점이 6점대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송은범이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드물게 누구보다 많은 배려와 기회를 받은 케이스라는 점이다. 송은범은 김성근의 한화에서 총 70경기에 등판했고 이중 선발등판만 놓고보면 47차례로 팀내 최다다. 혹사와 불규칙한 등판이 일상이었던 한화 마운드에서 송은범도 가끔 불펜 외도는 있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휴식일과 로테이션이 보장된 케이스였다. 김성근 감독은 장기간의 부진과 잦은 퀵후크에도 불구하고 송은범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줬다. 이러한 편애로 인하여 송은범은 한화 팬들로부터 김성근 감독의 양아들이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송은범은 올시즌 개막 초반에는 잠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한화 팬들에게 희망을 남기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서 10이닝 10피안타(1피홈런) 평균자책점 1.80의 호투를 펼쳤고, 개막 이후에도 첫 2경기에서 비록 승리는 없었지만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자책점 1.46으로 부활을 예고하는 듯 했다. 김 감독도 송은범이 올시즌 확실히 살아났다고 평가하며 마운드의 핵심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희망고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즌 3번째 등판부터 최근 5경기(선발 4회기) 성적이 16이닝간 22피안타 14사사구 17자책점으로 빠르게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제구력이 흔들리며 올해도 9이닝당 볼넷 5.72개에 이른다. 5월들어 구원으로 강등당하며 3일 SK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구위를 찾지못하고 결국 1군 엔트리 제외의 수모를 당했다. 당분간 2군에서 투구폼을 교정할 예정이지만 지난 수년간 송은범의 부진을 지켜본 이들은 부활 가능성에 비관적이다.

더구나 올시즌 들어 한화 팬들의 속을 더욱 쓰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송은범의 FA 영입 당시 보상선수로 기아에 내줬던 임기영의 성장세 때문이다. 사이드암 유망주로 꼽혔으나 한화에서는 아직 재능을 꽃피우지못했던 임기영은 올시즌 기아 최강 선발진의 한축으로 성장하며 8경기에서 4승 2패 자책점 1.94의 눈부신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10개구단의 4-5선발로 국한하면 단연 최고의 성적이다. 34억을 받는 송은범이 한화에서 세 시즌에 걸쳐 거둔 승수를 임기영은 벌써 올시즌에만 따라잡으며 20대 선발투수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는 송은범의 부진과는 또 별개로 몇 년째 주축 선수들의 고령화와 세대교체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축 투수들도 대부분 30대를 넘긴지 오래다. 김성근 부임 이후 송은범, 배영수, 권혁, 정우람 등 주로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많은 비용과 유망주 출혈을 감수한 반면, 팀내에서 새롭게 발굴하거나 1군에서 자리잡은 20대 투수는 보이지 않는다. 몇년간 돈과 시간은 엄청나게 들였는데, 현재는 없고 그렇다고 미래가 밝아보이지도 않는 한화 마운드의 현 주소다.

한화는 올시즌도 17승 21패로 9위에 머물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것은 아직 두 자릿수 승리도 따내지 못한 부동의 꼴찌 삼성 한 팀뿐이다. 수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실력을 증명하지 못한 송은범,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고집으로 악순환을 자초한 김성근 감독은 팀의 현 주소에 대하여 좀더 큰 책임을 통감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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