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는 장정석 체제에서 선발로 자리잡았다

조상우는 장정석 체제에서 선발로 자리잡았다 ⓒ 넥센히어로즈


팬들에게 외면 받는 넥센의 프론트 야구가 빛을 볼 수 있을까.

지난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7 KBO 삼성과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이 최하위 삼성에 1:4로 패했다. 이로써 넥센은 16승 1무 18패가 되어 리그 6위로 떨어졌다. 이러한 넥센의 시즌 초 부진 속에서 팬들의 비판은 장정석 감독에게 향하고 있다.

지난 10월, 염경엽 현 SK 단장이 떠난 넥센의 사령탑에 장정석 감독의 부임은 파격 자체였다. 프론트에서 코치 경험 없이 감독이 된 것은 한국 야구에서 전례 없던 일이다. 일각에서는 넥센 이장석 구단주가 본인이 추구하는 야구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프론트 출신 감독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러한 장정석 체제가 출범한 지 어느덧 반 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그가 추구하는 야구와 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을 엿볼 수 있었다. 장정석의 '프론트 야구'는 무엇이고 지금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을까.

감독은 '필드 매니저', 선수가 중심이 되는 야구

장정석 감독이 내세우는 방향은, 감독은 큰 틀을 짜는 '필드 매니저'라는 것이다. 경기 안에서 선수는 스스로가 세부적인 내용을 조립해 나간다. 이에 따라 벤치에선 최대한 작전 사인을 자제한다.

넥센은 현재 번트 시도가 10회로 10개 구단 중에 가장 적다. 도루 시도도 22회로 가장 적은 편이다. 그러나 도루 성공률은 68.2%로 5위를 기록 중이다. 벤치에서 작전 개입을 자제하지만 선수 스스로 결정해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수 운영에서도 넥센은 한계 투구수를 두고 일정 이닝을 보장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넥센 선발진은 선발 시 평균 5.9이닝을 던져 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래 던진다. 그러나 평균 투구 수는 88개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적다. 즉, 오래 던지지만 많이 던지지 않는 '혹사 없는 야구'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발 야구를 하기 위해선 탄탄한 선발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장정석 감독은 한현희와 조상우를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했다. 또 영건 최원태의 발견도 넥센에겐 큰 수확이다. 기존에 불펜에서 혹사로 인해 지난 시즌이 아웃되었던 조상우와 한현희는 선발로 전환하고 현재 90~95개의 한계투구수를 보장받고 있다.

넥센은 신재영–한현희–조상우–최원태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을 구축하며 오히려 선발이 이닝을 많이 던져 불펜이 쉬는 야구를 하고 있다. 과거 불펜이 강했지만 선발진이 약해 불펜이 지나치게 많이 던졌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용병도 못 피해가' 전원 경쟁 체제

올해 넥센은 '화수분 야구'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장정석 감독의 파격적인 경쟁 체제에 있다.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페이스가 떨어진 선수들을 대신해 다양한 얼굴들을 기용하고 있다.

고졸 신인 이정후와 '신고선수 신화' 허정협은 팀의 주축 타자로 성장했다. 한화에서 넥센으로 둥지를 옮긴 김태완도 대타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2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3안타(1홈런) 4타점의 활약을 펼치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김규민과 채상현도 생애 첫 1군 무대를 밟으며 기회를 부여 받았다. 무려 5명의 새로운 얼굴이 외야 라인에 등장했다. 기존 외야진인 고종욱, 대니 돈, 이택근, 박정음, 임병욱까지 포함하면 넥센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송성문은 내야진의 새로운 스타다. 서건창의 휴식 차원에서 장정석 감독은 2군에서 4할을 때리던 송성문을 1군에 기용했다. 송성문은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톱타자로 기용돼 5타수 2안타 3타점의 깜짝 활약을 펼치며 '포스트 서건창'의 위용을 뽐냈다. 현재 송성문의 타율은 .314(35타수 11안타)로 수준급이다. 김웅빈, 송성문 등이 매서운 속도로 커가고 있기에 몇 년 안에는 세 선수가 주전 자리를 경쟁해야 할 날이 올 확률이 높다.

관중형 감독라는 비판, 과연 빛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팀 체제에서 감독은 관중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KBO 특성상, 감독 중심의 야구가 팬들에게 익숙하고 감독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믿어왔기 때문이다.실제로 라인업 구상, 선수 교체, 로스터 구성을 제외하고는 현재 넥센에서 감독이 크게 비중 두는 부분은 없다. 팬들 입장에선 감독의 결정적인 한 수를 보고 싶을 수 있다. 과거 넥센 염경엽 감독은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운영은 또한 선수들이 잘해야만 팀이 잘한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감독은 최소한의 개입을 하기 때문에 결국 선수들의 역량이 성적을 가른다. 만약 선수층이 얇다면 이를 극복해낼 감독의 작전마저 없으므로 이런 체제에서 팀은 부진할 확률이 높다.

매년 오프 시즌엔 많은 감독들이 자리를 잃고 새로운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만큼 KBO에서 감독이라는 존재는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고 팀 성적을 책임져야 했다. 그러나 넥센의 새로운 시도는 어쩌면 감독의 역량을 벗어나 어떤 감독이 오든 강팀이 될 수 있는 '프론트 야구'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비판과 긍정이 공존한다. 선수 관리나 유망주 육성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일관성 없는 라인업, 미숙한 선수 교체, 무(無)작전으로 일관하는 벤치의 모습은 팬들에게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넥센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장정석식 프론트 야구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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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넥센 장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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