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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발했던 지난 4월, 한적한 시골마을 벚꽃길에서 웨딩촬영중인 신혼부부
 벚꽃이 만발했던 지난 4월, 한적한 시골마을 벚꽃길에서 웨딩촬영중인 신혼부부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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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유채꽃이 제주도 전역을 수놓았던 4월이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업무적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틀 연속으로 발생한 두 건의 교통사고 뒷수습을 하다 보니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하면 무언가에 홀린 것이 아니었다 싶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4.3기념식 취재를 위해 봉개동에 위치한 4.3평화공원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사거리에서 직진신호를 받고 천천히 건너편 도로로 진입하던 중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던 자전거 2대를 발견, 급히 속도를 줄였으나 그 뒤를 따르던 마지막 자전거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고 말았다.

가벼운 접촉사고이긴 하지만 자전거 탑승자는 바닥에 넘어져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고 결국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했다. 난생 처음 인사사고에 연류되어 정신없이 경찰 조사를 받고 병원으로 뒤따라가 보니 다행이 크게 다치지는 않은 상태. 알고 보니 육지에서 업무차 제주를 찾은 젊은 친구들이 일정 마지막날을 기념하며 자전거 여행을 하던 중 횡단보도 신호를 제대로 못 보고 길을 건넜다고 했다.

동네 저류지 공터에 제주말 두마리가 널부러져있다. 처음에는 사망하신 줄 착각했다
 동네 저류지 공터에 제주말 두마리가 널부러져있다. 처음에는 사망하신 줄 착각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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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은 그 다음날 일어났다. 자전거 탑승자의 부모님이 급히 제주로 내려오고, 관할 경찰서에서 자세한 조사를 받기 위해 방문하던 중 경찰서 앞 횡단보도에 정차해 있던 내 차 뒤를 승합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꽝' 소리와 함께 차가 흔들리는 순간 든 생각은 '설마 또 사고가 난 건가, 꿈은 아니겠지'였다. 이틀 연속 교통사고가 나다니! 정차 중 후방 추돌이기에 100% 상대과실임을 확인 받은 후 뒷처리를 보험사에 맡기고 경찰서에 들어섰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한 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전거와 차량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 대 차' 사고로 간주된다는 것.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그리고 전날 내 보험사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아무리 상대가 교통신호를 어겼다 해도 차량과 자전거의 사고인 만큼 약간의 치료비 부담 정도는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법은 그렇지 않았다.

자식이 제주도까지 와서 차에 부딪혔으니 그 부모님은 얼마나 당황하고 화가 났을까. 하지만 이번 사고의 책임이 100% 자전거 탑승자에게 있고, 심지어 자전거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내가 합의해주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내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그날 발생한 피해, 즉 자전거 탑승자의 치료비와 수리비, 내 차량 수리비를 각자 부담하고 상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형사합의를 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했던 후방 추돌사고는 내 차량 수리와 검사비, 치료비 약간을 받는 것으로 합의하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벚꽃과 유채꽃이 함께 개화했던 어느 주말 녹산로. 제주에서 가장 많은 차량과 사람을 본 날이다
 벚꽃과 유채꽃이 함께 개화했던 어느 주말 녹산로. 제주에서 가장 많은 차량과 사람을 본 날이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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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건의 교통사고를 연이어 겪다 보니 작게나마 깨달은 사실이 있다. 먼저 제주에 관광차 와서 자전거나 스쿠터 등을 대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이다.

제주도는 관광지이지만 완전한 휴양지는 아니다. 무슨 말인가 하니,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 옆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현지 주민들의 바쁜 발걸음과 차량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란 뜻이다. 때문에 제주의 분위기에 취해 방심을 한 채 자전거를 타다가는 자칫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전거나 스쿠터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에 형사처벌의 위험성도 있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자전거나 스쿠터를 몰고 가다가 자칫 한눈을 판 사이 어린 아이와 충돌한다면? 심지어 그곳이 아동보호지역이라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이런 곳을 이용하자. 일반 도로는 위험하다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이런 곳을 이용하자. 일반 도로는 위험하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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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고를 통해 제주에서의 자전거 관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면, 두 번째 후방추돌사고는 제주 이주민들의 삶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후방추돌 사고를 낸 승합차 운전기사와 깊게 얘기를 나눠보진 않았으나, 말투와 여러 상황 등을 미뤄 짐작해보건대 업무를 위해 승합차를 운전하는 이주민 출신으로 추측되었다.

제주 이주민 중 상당수가 육지에서의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운전이나 서비스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가 육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업무상 피로 등으로 졸음운전을 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게 깨달은 것은 교통사고가 이틀 연속 연이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며 운이란 것이 순간적으로 얼마나 좋을 수 있는지, 혹은 나빠질 수 있는지에 대해 깨닫고 나니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집앞 도로변에 수없이 심어진 가로수가 모두 벚꽃이었다는 걸 꽃이 핀 후에야 알게 되었다
 집앞 도로변에 수없이 심어진 가로수가 모두 벚꽃이었다는 걸 꽃이 핀 후에야 알게 되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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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체계개편, 미세먼지 대책... 숨가쁘게 변화하는 제주

언제까지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제주도는 이주민의 증가와 이에 따른 생활환경 변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미처 끝나기도 전 급작스러운 변화를 겪게 된 사춘기 소년과도 같다.

하지만 그 사춘기 소년의 몸살이 그리 길게 지속되지는 않을 듯하다. 이주민 증가로 인한 인구 증가 외 문화적, 경제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왕벚꽃이 지고 난 후에야 개화하는 겹벚꽃, 그래서 별명이 벚꽃엔딩이다
 왕벚꽃이 지고 난 후에야 개화하는 겹벚꽃, 그래서 별명이 벚꽃엔딩이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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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시행될 예정인 대중교통체계개편이 그렇다. 도시에만 살던 사람이라면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의 대중교통체계는 낙후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둔 채 그때그때 땜빵식 조치를 계속하다 보니 차로 5분이면 갈 곳을 버스를 타면 빙 돌아 40분이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아직까지 제주 대부분의 지역에는 무료 주차장이 즐비하고, 불법주차에 대해서도 별다른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니 자기차량 소유비율과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8월이면 버스전용차로 도입과 기존 노선에 대한 대대적인 변경, 그리고 50%에 이르는 증차 등이 시행된다. 이와 함께 시내를 중심으로 주차장 유료화 정책이 뒤따를 예정이다. 인구와 차량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 그리고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가 이제야 시작되는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황사 외에는 별다른 오염물질 유입이 없었던 제주에까지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들고 있다. 오염물질의 분포도가 워낙 커지다 보니 이제 서풍이 부는 날이면 서울이나 제주나 별다를 게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런 거대한 오염물질이 서풍을 타고 건너오는데 제주라고 벗어날 수 있을 리 없다 (출처 : 일본 인디드도쿄)
 이런 거대한 오염물질이 서풍을 타고 건너오는데 제주라고 벗어날 수 있을 리 없다 (출처 : 일본 인디드도쿄)
ⓒ 일본 인디드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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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주도 원희룡 지사는 "중국와 제주도 사이에 장벽을 세울 수는 없지만 중국 미세먼지로 청정제주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가 급락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제주만의 차별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새 대통령이 추진하는 중국과의 미세먼지 협정 외 제주도 차원의 특별대책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엄청난 황사가 전국을 뒤덮었던 지난 5월초, 제주 역시 황사의 습격을 받아 한라산이 자취를 감췄다
 엄청난 황사가 전국을 뒤덮었던 지난 5월초, 제주 역시 황사의 습격을 받아 한라산이 자취를 감췄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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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러모로 제주는 이제 막 양적인 성장을 끝내고 질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제주 이주민의 한 사람으로 그 변화의 시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을 두 눈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일 년에 단 며칠 허락된, 귤꽃 향기가 뒤덮은 동네 산책길을 서성이며 내 작은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길 기원해 본다.

이맘때쯤 피어나 일주일 남짓 강렬한 향기를 남기고 떠나는 감귤꽃
 이맘때쯤 피어나 일주일 남짓 강렬한 향기를 남기고 떠나는 감귤꽃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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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이주,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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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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