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경남 김해 진영한빛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경남 김해 진영한빛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 윤성효


'촛불 시민'이 이뤄낸, 사상 유례가 없었던 조기 대선 레이스가 오늘로 막을 내린다. 어제(8일) 저녁, 대선주자들은 광화문과 신촌, 홍대 입구로 모여들어 마지막까지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가졌다.

사전 투표율이 26.06%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투표율도 8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9일) 하루, 사전 투표를 하지 않은 3000여만 명의 유권자들은 마음속 점찍었던 후보에게 표를 행사하러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제는 개표다.

유권자들에게도 또 다른 선택이 남았다. 어디서, 누구와, 어떤 개표방송을 보느냐 말이다. 어디서, 누구와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라면, 나머지는 살짝 추정할 수 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34.7%가 치킨을 먹으면서 개표방송을 볼 것이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삼겹살, 보쌈 등이 간택(?) 받았는데, '치느님'도 50%를 넘기지 못하면서 다자구도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더 흥미로운 점은 지지자 성향에 따라 젊은 층, 진보일수록 치킨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최종 선택이 남았다. 치킨 등을 뜯으면서, 집에서, 술집에서, 광장에서 볼 개표방송 말이다. 살 떨리는 개표 결과의 순간순간을 중계할 방송사를 선택할 시간이다. 참고로, 작년 4.13 총선 개표 방송 시청률 1위는 10.8%를 기록한 KBS1 '제20대 총선 선택! 대한민국' 3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전체적으로, KBS1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가운데, MBC '선택2016'이 2위, SBS '국민의 선택'이 3위를 달렸고, JTBC와 MBN은 2%대였다.

그러나 시청률과 입소문이 꼭 정비례하지 않는 법. '약 빤' 개표방송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SBS는 영화 패러디가 난무하고 깨알같이 '빵 터지는' 코믹한 화면으로 젊은 층의 환호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신선한 화면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KBS는 개표방송 사상 처음으로 AR(증강현실)을 도입했고, MBC는 360도 회전하는 로봇 스크린을 도입하며 물량을 과시했다. 개표 방송은 초보나 다름없는 JTBC는 '손석희+유시민'이란 '원투 펀치'를 내세웠다.

출구 조사 정확도도 관심사다.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되고 최종 개표 결과가 새벽 5시께야 확정되는 만큼, 지상파 3사가 오후 8시 공동으로 발표하는 출구 조사 결과에도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나] KBS

 KBS 개표방송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 특징이다.

KBS 개표방송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 특징이다. ⓒ KBS


역시 광화문이다. KBS는 입체적 영상을 담아내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스파이더 캠을 띄우고 이를 청와대를 본뜬 AR(증강현실) 스튜디오와 결합한다. 광화문 광장엔 청와대를 본뜬 대형 등불 조형물도 설치한다. 조감 앵글이 가능한 스파이더 캠으로 역동적인 영상을 구현하는 동시에 광장의 실사 화면에 개표 상황 그래픽을 입힌다는 계획이다. 그 실사화면 위로 출구 조사 결과와 '디시전K'(당선자 예측 시스템) 등 주요 정보 그래픽이 생생하게 결합할 전망이다.

패러디도 빠지지 않는다. 출구 조사를 비롯해 실시간 개표 정보는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한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한다. 진행은 KBS는 <뉴스9>, <뉴스라인> 앵커였던 26년 차 기자 박영환 앵커와 이현주 아나운서가 메인 MC를 맡고, 한상권·이광용·박은영 아나운서가 공동 진행한다. '국민 MC' 송해도 그래픽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둘] MBC

 MBC 개표방송은 혼합현실을 이용해 차별성을 꾀했다.

MBC 개표방송은 혼합현실을 이용해 차별성을 꾀했다. ⓒ MBC


KBS가 증강현실이라면 MBC는 혼합현실(MR)이다. 대선 개표 방송을 위해 3개월을 준비했다는 MBC는 "별도 가상공간을 만드는 VR과 달리 MR은 스튜디오 안에서 훨씬 더 현실적이고 역동적인 화면을 이뤄낸다"고 설명한다. 작년 총선에 이어 '로보M'도 재등장한다. 실시간 개표 정보를 로봇팔의 스크린 위로 비춘다는 계획이다.

'쉽고 재밌게'를 모토로 내건 MBC의 또 하나의 야심작은 국내 선거방송 사상 최대 크기의 상황판이다. 오늘 오후 7시 40분부터 서울 잠실 123층 제2롯데월드 타워 외벽에 MBC의 '선택 2017' 선거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MBC는 다시 이 화면을 헬기로 취재해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계획이다. 진행은 <뉴스투데이>의 박재훈 앵커와 <MLB 핫토크>의 박연경 아나운서, 방송인 서경석이 맡는다. 한때 촛불광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MBC가 이번 개표 방송에서 어느 정도 신뢰성을 회복할지도 주목된다.

[셋] SBS

 SBS 개표방송은 데이터 중심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SBS 개표방송은 데이터 중심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 SBS


'문재인 세월호 인양 지시' 오보로 선거 막바지에 파문을 일으켰던 SBS는 이번 개표 방송을 공정성을 회복하는 절치부심의 계기로 삼을 수밖에 없다. 실시간 개표 상황과 득표율 추이를 분석하는 '유·확·당' 시스템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SBS는 이를 바탕으로 개표 시작부터 최종 득표율과 득표수를 예측해 공개한다.

작년 총선에서 반향을 일으켰던 '바이폰'(Bi-PON·선거 관련 정보를 그래픽으로 시각화한 시스템)은 사극 영화 등을 패러디했던 것에서 방향을 조금 바꿨다. 이번 조기대선의 전후를 반영하 듯, 유권자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감성적인 화면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진행은 김성준 보도본부장과 최혜림·김현우·장예원 아나운서가 활약한다.

이밖에 광화문 광장에 마련한 '투표로 광장'에서 오후 4시부터 '정봉주의 광장톡' 토크쇼를, 오후 7시 20분부터 가수 양희은의 콘서트 '꽃길'을 개최한다. 소셜미디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SBS는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선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개표방송에서 공개한다.

[넷] JTBC

 JTBC는 감성과 소통에 중점을 둔 개표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JTBC는 감성과 소통에 중점을 둔 개표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 JTBC


손석희와 유시민 원투펀치에 배우 윤여정이 가세했다. <썰전>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유시민 작가가 분석가 역할을, <윤식당>으로 인기 절정을 누리는 중인 윤여정이 '까칠한 시청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JTBC는 신생답게 기술력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모양새다.

광화문 광장에 사방이 유리로 된 오픈 스튜디오를 설치, 손석희 앵커가 상암동 스튜디오의 안나경 앵커와 이원으로 개표방송을 진행한다. JTBC는 "시민들과 소통하며 거리감을 좁히고 한 발 더 들어가는 선거방송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전통의 강자인 지상파 3사와의 대결에서 JTBC가 어느 정도 성과를 얻느냐도 관심사다.

만약, 방송 시청이 힘들다면 스마트폰을 활용하시라.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포털 및 소셜미디어 역시 각기 '대선 특집 페이지'를 마련,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시간 투·개표 상황은 물론 방송사 개표 방송을 다채널 서비스하는 한편, 유권자 개별 맞춤 서비스를 마련해 놨다. 구글은 구글 트렌드를 대표 서비스로 내세웠고, '대선 알림 기능'을 선보이는 페이스북은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SBS를 통해 방송한다. 트위터는 JTBC와 함께 트위터 라이브 특별 페이지를 운영한다. 언제, 어디서든 TV와 스마트폰으로 개표 결과를 시청, 확인할 수 있는 19대 조기 대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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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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