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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투표일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선대위 개표상황실 방문 후 떠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투표일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선대위 개표상황실 방문 후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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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별명 뭔지 아시나. '안스트라다무스'다. 지금껏 제가 예언해 맞춘 확률 100%였다. 이제 말씀드린다. 이번 대선은 가장 많은 국민이 참여한 선거가 될 것이다. 모든 여론조사를 뒤집는 대역전극이 펼쳐진다.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기고, 미래가 과거를 이긴다."
- 안철수, 대선 D-3일인 5월 6일, 광주 유세 연설 중에서 

자신을 '안스트라다무스'라고 소개하며 "제가 문재인을 이긴다"라고 공언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였다. 그러나 그의 예언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안 후보는 21.41%를 확보해 41.08%를 얻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에 크게 졌고, 24.03%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도 밀렸다. 

안 후보는 9일 오후 10시35분에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국민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했다. 대한민국이 새 대통령과 미래로 나가길 희망한다"라고 패배를 시인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얼굴빛은 창백했고, 녹색 넥타이였던 전과는 달리 회색빛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국민의당 경선 직후 문재인 후보와 박빙까지 지지율이 올라온 안 후보는, 선거 종반으로 갈수록 '반문(재인)정서'에 호소했을 뿐 '왜 안철수여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안 후보는 4월 초 굵은 목소리로 변신해 '루이 안스트롱', 미래 예측이 자주 맞는다고 해 '안스트라다무스'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렸다. 막판에는 뚜벅이 유세, 공식 선거운동 종료 20분 전까지 토크쇼를 통해 지지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초반 TV토론에서 "제가 갑철수냐"고 묻는 등 자충수를 두고, 선대위가 후보 부인 관련 의혹을 미완으로 남겨둔 채 네거티브에만 치중했다. 이렇듯 안팎 실패가 쌓이면서 결국 대선 패배로 귀결됐다.

선거가 끝날 즈음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복수의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패인을 주로 세 가지로 꼽았다. 네거티브 공세 치중 등 조직·전략의 실패·메시지의 실패·결집의 실패가 그것이다. 선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미국·프랑스 등 세계적 흐름을 볼 때 이번에는 안철수가 질 수 없는 선거였다"면서도 "그러나 후보도 선대위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보수가 무너진, 정말 좋은 기회였는데 프레임을 제대로 못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메시지의 실패, 후보가 직접 '갑철수' 언급해 자충수를 뒀다

전국 순회 경선에서 연승을 거둬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4월 4일 직후, 안 후보의 인기는 '컨벤션 효과'로 숨 가쁘게 치솟았다. 안 후보는 당시 지지율 1위 문재인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는 서울신문·YTN(4월5일 공표), 중앙일보(4월6일), 조선일보(4월10일) 등 여론조사에서 문-안 가상 양자 대결시 지지율에서 문 후보를 앞서거나 접전을 펼쳤다. 6자 대결에서도 안철수 34.4%, 문재인 32.2% 등으로 이긴 적도 있다(4월10일 조선일보).

문-안 양강구도를 굳히며 당시 안 후보는 2위 추격자의 이점을 누렸다. 그러나 안 후보에 다수의 눈이 쏠리면서 실수도 함께 시작됐다. '단설유치원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가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라고 말했다가 다수 학부모의 공분을 산 것이다. 발언 파장이 커지자 안 후보는 직접 SNS 게시글을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관련 기사: 유치원 학부모들의 '공공의 적' 된 안철수).

이어 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뽑는 안 후보 패인 중 하나는 'TV토론'이었다. 특히 다수가 중앙선관위 주최 1차 TV토론회(4.24) 때 발언을 주요하게 꼽았다. 안 후보가 당시 문 후보에 "제가 '갑철수'냐, 'MB아바타'냐"라고 반복해 물으면서,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는 직전 언론에 보도된 문재인 선대위 추정 대외비 문건을 추궁하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갑철수·MB아바타' 등의 부정적인 어휘만 유권자 뇌리에 새기는 자충수가 됐다.

 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뽑는 안 후보 패인 중 하나는 'TV토론'이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참석한 안 후보의 모습.
▲ TV토론 준비하는 안철수 후보 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뽑는 안 후보 패인 중 하나는 'TV토론'이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참석한 안 후보의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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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김성호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은 "지역을 다녀보니 안 후보가 1·2차 토론회 때 더 잘했어야 한다는, 그 때 실망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장병완 총괄선대본부장(당 의원)도 "후보가 잘 못했던 건 사실이다. 잘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차피 지지율 조정기였기 때문에 결정적 영향은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닳고 닳은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안 후보의 순수한 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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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전략의 실패, 해명에는 미흡하고 네거티브엔 열중했다

또 다른 패인은 '조직·전략 실패'다. 지지율이 급상승한 뒤 검증이 본격화되면서 불거졌던 부인 김미경 교수의 '의원실 직원 사적 동원' 논란이 대표적 예다. 여기에 안 후보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안 후보는 "아내가 사과했고 저도 같은 마음(4.16)", "이미 말씀드렸다(4.17)"라고만 답하며 해명하지 않았다. 선대위도 애초 공지했던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가 하면,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기자 질문을 차단하는 등 의혹 해소에 소극적이었다.

선대위는 '안철수 딸 이중국적' 등 가짜뉴스에는 검찰 고발 등 비교적 신속히 움직였지만, '사적 동원·서울대 특채 논란' 등 부인을 향한 민주당 공세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후보가 직접 "그건 전문직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 또한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누리꾼들은 "1+1채용이야말로 전문직 여성 모독(ㅂ**)", "채용 과정이 의심스럽다는데 왜 다른 여성을 물귀신처럼 끌고 가느냐(ho***)"는 등 비판 댓글을 남겼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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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는 동시에 문 후보 아들 특혜취업 의혹 등 네거티브성 공세는 지속해 제기했다.  그러나 신원을 알기 힘든 제3자 음성녹취를 핵심 증거로 내놓는 등 '카더라'식 공격이 이어졌고, 일반인 실명·학력을 공개하는 무리수도 뒀다. 네거티브 공세의 정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향한 공세였다. "권 여사 친척도 과거 공기업에 특혜 채용됐다"며 공격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10여일 만에 "친척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과한 것이다.

당시 이용주 단장은 "9촌(이라는) 내용은 우리가 공식 발표했던 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은 "국민의당은 '괴담'수준의 가짜뉴스를 계속 생산·유포 중"이라며 김인원·김성호 부단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대위 측이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를 벌였다는 지적에 대해, 선대위 핵심관계자 또한 "우리가 네거티브에 너무 매달려서 식상했다는 사람도 있긴 하다"고 말하며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관련해서는 당 내부에서도 찬반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의 선대위 본부장은 "내부에선 아예 네거티브 자체를 하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박지원 위원장이 '전 세계 어디나 똑같다. 선거는 네거티브다'라고 정리하더라. 결국 당은 (네거티브를) 하고, 후보는 안 하는 걸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실제 지난달 17일 <시사인> 인터뷰에서 "최근 한 3일(문 후보 공격을) 안 했더니 안 후보가 전화해 '선배님 안 하니까 안 되겠다고 하더라"며 안 후보 반응을 전했다. 직후인 4·23일 광화문 유세 때부터 안 후보는 과거의 '완곡어법'을 버리고 문재인·홍준표 등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직설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관련 기사: 절박해진 안철수 "보수-진보 넘어 미래로 가자").

결집의 실패, 부동층 표를 지키지 못했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반문(재인) 연대' 등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은 것도 일각에서는 패인으로 꼽는다. 장병완 선거대책본부장은 "안 후보는 바른정당(유승민 후보)과 공약·정체성이 많이 비슷했다"며 "초기 서로 연대했다면 더 유리한 구도였을 것이다. 안 후보가 전략적 유연성이 적었고, 후보들 간 교감도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선대위 내 핵심인사도 이에 공감하며 "더 적극적으로 보수 지지층을 끌어왔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다"라고 말했다.

김성호 부단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또 '약한 지지층'을 꼽으며 "현실 정치에 있어 진보층 적극 지지층은 문 후보에 쏠려있었다. 반면 안 후보에겐 적극적 지지층이 약했다"며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연대에 나서서 합리적 보수층의 표는 끌어왔어야 한다. 그러나 저절로 오기를 기다리기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애초 '자강론'을 강조하긴 했지만, 선거 종반 연대 쪽으로 방향을 틀어 보수 표를 결집시켰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철수·유승민 등 후보가 단일화를 제지하고, 박지원 중앙선대위원장이 "제안이 와도 논의는 안 한다"라고 말하면서 단일화는 자연스레 소멸됐다. 본선 초반부터 줄곧 안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데에는 ▲당 핵심 기반인 호남민심 ▲확신 어려운 단일화 효과 ▲작년 총선 승리 경험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관련 기사: 안철수가 '반문연대 단일화' 거부하는 세 가지 이유 ).

막판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로 보수층이 쏠리자, 안 후보는 "가짜 여론조사, 틀린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 민심의 바다가 이미 틀린 여론조사를 뒤덮고 있다"라며 지지층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안 후보는 선거 직전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은 과거와 미래 중 선택하는 선거다. 1번(문재인)과 2번(홍준표)은 과거다. 분열·패권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이 과거세력에 나라를 맡기면 한국은 또 위기에 빠진다.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지게 된다."
-5월8일 밤 11시30분께 페북 라이브, '국민께 드리는 안철수의 편지' 중 

절반의 성공, 후보가 직접 결정한 '뚜벅이 유세'

안 후보는 선거 막판에는 뚜벅이 유세, 공식 선거운동 종료 20분 전까지 토크쇼를 통해 지지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는 당내외 호평을 받았지만 반전의 동력이 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유세  안 후보의 모습.
 안 후보는 선거 막판에는 뚜벅이 유세, 공식 선거운동 종료 20분 전까지 토크쇼를 통해 지지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는 당내외 호평을 받았지만 반전의 동력이 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유세 안 후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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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선 D-5일 시작한 '4박 5일 뚜벅이 유세'는 짧은 시간에 큰 성공을 거두며 당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결과를 반전시킬 만한 요인은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인사는 "하려면 처음부터 했어야지, 너무 늦었다"라고 평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비슷하게 말하며 "좋은 효과가 나긴 했지만, 막판 변수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조직과 전략의 실패, 토론 전략의 부재 등 내·외부 실패가 차례로 쌓이면서 안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왜 안철수 대통령인지'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반문(재인)'을 외치는 것을 넘어서, 문재인이 아니고 반드시 '안철수 대통령'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관련 기사: 안철수 "제가 부족... 대한민국, 새 대통령과 나아가야").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사활을 걸었던 안 후보는 이제 어떤 길을 갈까. 차기 대선에서 '안철수' 이름 세 글자를 또 만날 수 있을까. 결정은 안 후보가 하겠지만, 그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패인 분석, #19대 대선, #안철수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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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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