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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늦겨울, 남편과 함께 회사에 사표를 내고 10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싱가포르에 왔다. 1년간 어학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이 연재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는 젊은 유학생 부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는다... 기자말

싱가포르 이스트코스트에서 아빠와 아기가 함께.
 싱가포르 이스트코스트에서 아빠와 아기가 함께.
ⓒ 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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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가 싱가포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 그리고 핑 선생님이다. 핑 선생님은 일주일에 두 번 집으로 찾아와 과외를 해 주는 싱가포르인 중국어 선생님이다. 핑 선생님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아기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과외 시간 내내 그녀의 주변을 맴돈다.

"지나, 지나! 우유를 탈 땐 일단 찬물부터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야지!"
"아기가 변비에 걸렸을 땐 푸룬을 먹여봐."
"아기에게 게살을 먹였다고? 아기에게 갑각류는 아직 일러!"
"아기가 아프면 일반 병원보단 정부에서 운영하는 폴리클리닉에 가봐. 훨씬 저렴해."

초등학생, 중학생 딸 둘을 둔 엄마인 핑 선생님은 모든 게 서툴기만한 새내기 엄마에게 마치 친정엄마처럼 값진 잔소리를 해준다. 내 중국어 교육과 아기 중국어, 엄마 양성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야무진 과외시간이다.

"비싼 돈 내고 싱가포르까지 왔는데 아기 보는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남편의 제안에 우리는 1주일에 두 번씩 아이를 돌보는 시간에 개인 과외 교습을 받고 있다. 엄마는 중국어, 아빠는 영어 과외를 하니 아기로선 2개 언어의 과외를 꼽사리로 받으며 조기교육 아닌 조기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기 교육을 위해서라면 싱가포르가 최적이에요."

10년 전 싱가포르에 정착해 싱가포르인 남편과 7살짜리 딸을 둔 한국인 지인은 기껏 어학공부를 하겠다며 아기까지 데리고 온 우리 부부에게 싱가포르에서 일자리를 구해 정착하라고 조언한다.

싱가포르는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우기 때문에 다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교육환경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교육환경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만한 면적을 가진 싱가포르는 그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좋은 학군이 나뉘고, 명문 학교들이 존재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좋은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한다. 원하는 학교에 아이를 들여보내기 위해선 부모가 그 학교를 졸업하고, 거주지가 학교와 가까우며 부모가 학교에서 이수한 봉사활동 시간이 있어야 하는 등 다양한 조건들이 있다.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부모가 부모노릇 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에게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

아기가 막 걸음마를 시작하며 우리는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너무 경쟁에 내몰리지 않게.'
'적어도 외국어 교육은 부모가 철저히.'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이런저런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펼치며 우리는 또다시 부모로서 책임감의 무게를 실감한다.


태그:#싱가포르, #육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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