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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태갯가길, 여수 남면 화태도 꽃머리산 전망대의 정자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보이는 화태대교 모습입니다.
 화태갯가길, 여수 남면 화태도 꽃머리산 전망대의 정자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보이는 화태대교 모습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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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지적 육지 시점에서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동떨어진 '애틋한 땅'입니다.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바다를 건너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외로운 땅'입니다.

이런 시선, 섬 입장에선 다소 억울합니다. 섬이라는 존재 자체가 고귀한데, 존재 가치를 '육지에 딸린 섬'이라는 보조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못마땅하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지는 섬의 못마땅함을 귀여운 투정쯤으로 치부하고 맙니다. 다리 하나 놓으면 '부속 도서'로 끝난다는 거죠. 그래, 섬은 또 섬대로의 살길 마련에 몸부림입니다.

전남 여수 남면 화태도(禾太島). 이곳은 지난 2015년 12월 22일 연도교인 화태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롯이 섬이었습니다. 채 1천여 명이 되지 않는 화태도는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놓인 후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섬에 드나들기가 수월해지면서 '관광'이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을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이에 발맞춰 화태도 주민들은 바람직한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소통 통로 만들기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지금부터 섬이란 존재는 육지에서 동떨어진 외로운 섬 이미지를 넘어, 인간의 외로움을 한껏 보듬어 주는 힐링의 주체가 되겠다는 선언'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자연과 인간이 최대한의 민낯으로 만나는 '교감의 길'입니다. 이름하여, 여수갯가길 5코스 '화태갯가길'.

화태갯가길은 지난 4월 29일에 개장되었습니다. 화태갯가길을 정비한 사단법인 여수갯가의 김경호 이사장 말로는 "화태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광이 정말 운치 있다"는데 정말로 그런지 직접 걸어보고 느껴야 알 터. 시간 쪼개 길을 나섰습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삶을 즐기지 못하고 쫓기듯 살았을까?

여수 남면 화태도 앞 바다에 떠 있는 무인등대가 나무와 어울려 멋진 풍광을 연출합니다. 여수갯가길 화태갯가길에선 힐링 여행이 저절로 됩니다.
 여수 남면 화태도 앞 바다에 떠 있는 무인등대가 나무와 어울려 멋진 풍광을 연출합니다. 여수갯가길 화태갯가길에선 힐링 여행이 저절로 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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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갯가길 5코스 화태갯가길은 5구간으로 나뉩니다.
 여수갯가길 5코스 화태갯가길은 5구간으로 나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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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태갯가길의 대나무 길이 아기자기합니다.
 화태갯가길의 대나무 길이 아기자기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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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갯가길 5코스인 화태갯가길은 5구간으로 나뉩니다. 1구간은 화태리 치끝~월전 3.2km로 70여 분이 소요됩니다. 2구간은 월전~독정항 1.7km로 30분 정도 걸립니다. 3구간은 독정항~묘두 3.8km, 80여분 거리입니다. 4구간은 묘두~뻘금으로 2.8km, 60여 분, 5구간은 뻘금~돌산 예교 사이 2.2km, 30여 분이 소요됩니다. 화태갯가길은 총 13.7km이며, 완주까지 약 4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치끝 출발점에 섰습니다.

봄바람이 솔솔 붑니다. 공기는 신선, 그 이상입니다. 하늘은 맑습니다. 어디서 들리는 걸까, 새들의 노랫소리가 청아합니다. 선창에 묶인 배들 물결 따라 하늘거립니다. 저만치 흰 옷을 입은 화태대교가 보무도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파란 바다색과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바다 한쪽을 차지한 양식장을 보며 입맛을 다집니다. 아마도 우럭, 조피볼락, 돔 등이 가득할 것입니다. 입맛이 살아납니다. 갯가꾼들 등에 여행 봇짐을 지고 있습니다. 물, 과일 등 요깃거리겠지요.

"형님 천천히 가요."

연휴를 맞아 서울서 온 지인, 초장부터 총총걸음입니다. 비록 육십 넘었으나, 체력은 아직까지 팔팔함을 은연 중 과시하는 겁니다. 씨~익 웃음 한 자락 날리며 알아들었다는 표정 언어를 전달합니다. 지인, 그제야 천천히 느릿느릿 걷습니다. 왜? 어디에서 왔는지 좀처럼 가늠하지 못할 자연의 한가로움 앞에서 여유로움을 즐깁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삶을 즐기지 못하고 쫓기듯 살았을까. 이를 생각할 틈도 없이 힐링이 찾아듭니다.

어느 일행, 바닷가 선창에 앉았습니다. 그들이 걷다 말고 엉덩이 질펀하게 내려놓은 이유는 안 봐도 비디옵니다. 바다의 유혹이 그만큼 강렬했던 게지요. 퍼질러 앉은 인간들 표정을 살핍니다. 도심에서 봐왔던 무관심한 무표정 얼굴이 아닙니다. 다들 웃음꽃이 가득 피어난 가운데 유독 한 어린이 인상이 펴지질 않습니다. 어째 심기가 틀어졌을꼬? 섬에 조성한 화태갯가길을 조금 더 걷다보면 아마 인상 펴질 거라는.

필연적으로 연인들의 키스를 부르는 '사랑의 풍경'이란?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서 화태도 해안길에 퍼질러 앉았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서 화태도 해안길에 퍼질러 앉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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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갯가길 5코스 화태갯가길을 주도적으로 일군 봉사자들입니다.
 여수갯가길 5코스 화태갯가길을 주도적으로 일군 봉사자들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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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태대교를 배경으로 지인들 인증샷을 날렸습니다.
 화태대교를 배경으로 지인들 인증샷을 날렸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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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수갯가길에 대한 설명이 빠졌네요. 여수갯가길은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여수갯가'가 여수반도 420km에 이르는 전체 해안선을 하나로 연결하는 친환경 힐링길로 조성 중입니다. 지난 2013년 돌산대교~무술목에 이르는 1코스 개장 후, 현재까지 4개의 코스가 완성돼 남해안의 대표 명품 길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 갯가길은 바닷물이 들었다 빠졌다 하는 갯가의 가장자리를 지칭하는 말로 굴, 미역, 파래 등을 따는 '갯것'하러 다니던 '생태체험길'을 말합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화태도. 이를 둘러싼 섬들만 해도 돌산도, 횡간도, 나발도, 두라도, 월호도, 개도, 송도 등 즐비합니다. 그래선지, 화태도 주변은 잔잔한 바다 속 호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바다, 언제 돌변하여 화(태풍)를 낼지 모르지만. 아무튼 화태갯가길에 자리한 많은 비렁(낭떠러지) 길과 소나무와 대나무 숲길 등이 호젓하게 다가옵니다. 바다에 뜬 등대 절묘하게 풍광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풍경을 감상하며 길을 걷는 와중에도, 부족한 듯 보이는 구간에 리본을 답니다. 길을 헤매지 말고 잘 찾아 걸으라는 거죠. 간혹 헷갈리는 곳이 있긴 합니다만, 길을 헤매며 걷는 재미도 있답니다. 또한 걷다가 미끄러운 곳은 삽과 괭이로 흙 계단을 만듭니다. 아무튼 개통한지 얼마 안 돼 따끈따끈한 화태갯가길은 자원봉사를 근간으로 민간에서 만든 길이라 관에서 만든 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다음은 김경호 이사장 주문입니다.

"화태갯가길 곳곳에 의자 등이 많이 부족합니다. 또 정자도 필요합니다. 의자와 정자 등을 기증하실 분들은 사단법인 여수갯가 홈페이지(www.getga.co.kr) 등에 의견 남겨주세요."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 6개월여 만에 개통한 화태갯가길의 하이라이트는 3구간와 4구간입니다. 군데군데 떨어진 고라니 똥과 발자국을 확인하며 걷기에 제격입니다. 특히 4코스의 꽃머리산 전망대에 오르면 보이는 점점이 박힌 섬들의 '다도해 풍경'은 압권입니다. 이런 풍경은 필연적으로 연인들의 키스를 부르는 '사랑의 풍경'이라고나 할까. 자연의 혜택, 이제 찾아서 즐기는 게 현명한 삶의 밑거름입니다.

마음을 활짝 열면 화태갯가길 풍경은 그냥 그림입니다.
 마음을 활짝 열면 화태갯가길 풍경은 그냥 그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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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태갯가길을 보완하는 봉사자들입니다.
 화태갯가길을 보완하는 봉사자들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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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화태갯가길 선창에서 힐링 중입니다.
 배, 화태갯가길 선창에서 힐링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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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여수갯가길, #화태갯가길, #힐링여행, #여수갯가, #화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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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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