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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영감탱이' 발언이 정치적인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급기야 이 발언과 관련된 논쟁 과정에서 문용식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 대책단장이 7일 자진사퇴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논란의 당사자인 홍준표 후보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패륜이라고 저를 비난하는 민주당의 작태가 참 한심합니다. 영남을 싸잡아 패륜집단이라고 매도해놓고 역풍이 거세게 불자 이를 호도하기 위해 꾼들을 동원해 홍준표 장인을 검색케 해서 검색어 1위에 올려준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나 번지수가 틀렸습니다. 참고로 장모님, 장인어른 두 분 모두 마지막에는 제가 모셨고 성남 천주교 공원묘지 안장도 제가 했습니다. 쯔쯔."

이 발언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첫 번째 문장인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합니다"이다.

필자는 이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보편적인 국어 실력과 예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준표 후보는 이것을 지역적 특수성에 따른 차이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 문제를 아래에서 좀 더 상세하게 분석해보려고 한다.

영감탱이가 친근함의 의미를 갖는 경우는...

영감탱이는 나이든 남편이나 남자를 낮춰서 표현하고자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표현을 쓸 수 있는 주체는 2가지 부류로 한정된다. 하나는 자신의 남편을 호명할 수 있는 할머니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과 관계없는 불특정 남자 노인에 대한 비하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일반인이다.

먼저 할머니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할머니는 자신의 남편과 대등한 관계에 있다. 그래서 할머니가 자신의 남편을 '영감탱이'라고 표현할 때에는 '친근함'이 그 표현의 기저에 근본적으로 깔려 있다.

'영감탱이' 표현 자체가 낮춰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그래도 할머니가 이 표현을 쓰면 비하의 의미는 없다. 그 대신 남편에 대한 '친근함'을 기본으로 하면서 자신의 마음 속에 감춰두었던 '원망', '속상함' 이런 심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래서 이 표현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기본은 바로 '친근함'이다.

이것은 영감탱이의 반대인 할망구라는 표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역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의 부인을 호칭할 때 '할망구'라고 하면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늙은 노부부를 상대로 한 소설이나 혹은 다큐 등에서 이와 같은 표현은 구수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반인의 경우에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자신과 사적인 관계가 없는 남자 노인 일반 혹은 특정 남자 노인을 상대로 해서 어떤 사람이 '영감탱이'라는 표현을 쓸 때에는 비하의 의도가 매우 강하게 드러난다.

처음부터 사적인 관계가 없으니 '친근함'을 표현할 의사도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비하의 의도가 상당히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이 표현은 대등한 관계에 있는 동년배보다는 그보다는 나이가 낮은 사람이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비하의 의도가 강하게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예절과 국어의 문제를 지역주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

그렇게 보면 홍준표 후보의 영감탱이 발언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것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먼저 홍준표 후보와 장인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홍준표 후보와 장인은 인척관계이며 홍후보 배우자의 부친인 장인은 인척 중에서도 사적인 친밀도가 가장 높은 관계에 속한다.

그리고 홍 후보와 장인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며 장인이 어른이 된다. 그러므로 장인보다 아랫 사람인 홍 후보가 장인에 대한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영감탱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역을 떠나서 '영감탱이'가 친근함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화자(話者)가 남자 노인의 부인인 할머니여야 한다.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요,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후보는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라고 하는데, 이 주장은 참 문제가 많다. 지금 홍준표 후보는 이 사안을 지역적 특수성의 논리로 치환시켜서 본질을 호도하려고 한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다.

이 문제는 예절과 국어 실력에 관한 문제로서 보편적인 성격이 명확한 사안이다. 이것을 특수한 지역주의 논리를 통해서 접근하는 것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예절과 국어 등 보편적인 상식과 사실에 대해서 지역주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아마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지역주의 논리를 부각시키는 경우는 정치권 전반에 걸쳐서 항상 있어왔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 참으로 씁쓸한 심경 금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보수 세력에 의한 진보 내부의 의식의 식민화 현상 그리고 보수 세력의 '반노무현' 정치 전략을 분석한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최근에 낸 바 있습니다.



태그:#홍준표, #영감탱이,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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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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