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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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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아 엄마

건아(28개월) 엄마는 초미세먼지 확인으로 하루를 연다. 그가 접속하는 곳은 일본기상협회 사이트와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카페 그리고 에어비주얼 어플. 환경부가 올려주는 예보는 믿지 않은 지 오래다. 예보를 믿고 외출했다가 기관지염이 심해진 일이 많아서다.

건아 엄마는 넉 달 전 스위스에서 만든 공기청정기를 샀다. 20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 꽤 오랫동안 고민하다 직구로 구매했다. 공기를 맑게 해준다는 꽃나무도 열다섯 개 들였다. 세 식구 마스크 구입 비용으로 한 달에 10만원 넘게 쓴다. 돈은 계속 나가는데, 건아 엄마의 기침은 멈추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한국을 떠나고 싶다.

# 세연 엄마

"OO동 XX교회 뒤 30, 많이 떨어졌네요. 환타(환기 타임)입니다!"

세연(23개월) 엄마는 집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수치를 카페에 올린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수치는 보지 않는다. 세연 엄마는 작년 봄부터 원인 모를 두통과 인후염에 시달렸다. 두통약을 달고 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우연히 수원의 어느 엄마가 수치를 재고 공유하는 것을 보았다. 그 엄마가 알려준 농도에 따라 머리가 더 아프고 덜 아픔을 깨달았다. 수치를 직접 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초 측정기를 구매했다. 그 뒤 일상이 바뀌었다. 외출, 환기, 청소, 여행…. 생활이 초미세먼지에 따라 움직이고 멈춘다.

# 로은 엄마

로은(25개월) 엄마도 초미세먼지 때문에 고민이 많다. 농도가 짙은 날엔 목이 갈라져 소리를 내기 어려울 정도다. 분명 예보에서는 보통 수준이라고 했는데 눈과 목이 따가운 게 이상해 카페에 가입했다. 창을 열거나 외출하기 전엔 동네 회원들이 올려주는 수치를 꼭 확인한다.

전에는 공기청정기가 파란 불일 땐 꺼두었는데 요샌 24시간 돌린다. 공기 정화에 좋다는 산호수 열 개, 차량용 공기청정기도 구입했다. 아이는 마스크를 거부해서 외출할 때마다 전쟁이 난다. 입에 젤리를 밀어 넣고 억지로 마스크를 씌운다. 남편은 유난하다고 하지만 몸이 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초미세먼지가 뭐기에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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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먼지로 뒤덮인 나날이다. 관련 뉴스도 빠짐없이 보도된다.

"미세먼지 안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초미세먼지는 뇌까지 침투한다, 외출을 자제하고 KF(Korean Filter)인증을 받은 마스크를 착용하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마스크 쓴 사람을 찾기 어렵다. 창문을 내리고 운전하는 사람도 많다. 괜찮을까?

먼지란 '공중에 떠다니다 바람에 쓸려 날아가는 입자 물질'을 뜻한다. 크기가 작을수록 몸에 해롭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지름 10마이크로그램 이하를 '미세먼지(PM10)'로 분류했다(머리카락 지름은 약 50~70마이크로그램이다). 지름 2.5이하는 따로 나누어 '초미세먼지(PM2.5)'라 부른다.

올해 4월 발간된 책 <굿바이! 미세먼지>에 따르면 큰 먼지가 승용차만 하다면, 초미세먼지는 야구공만 하다. 큰 먼지는 코털이나 목과 코의 점액질에 잡히지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작은 구슬이 도랑이나 하수구에 빠지듯이 우리 몸 깊숙이 침투한다.

일반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 한 장에 2, 3천 원 가량 하는 KF인증 마스크를 써야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실외대기오염을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하며, 주요 성분인 미세먼지 또한 1군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폐 기능이 막 발달하기 시작한 아기가 고농도 1군 발암물질을 지속적으로 들이마시면 어떻게 될까. 엄마들이 어떻게든 초미세먼지를 막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둘째 포기, 이민 준비하는 엄마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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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아는 호기심이 많다. 꽃과 개미 들여다보기를 좋아한다. 바깥에서 할 일이 많은데 엄마는 자꾸 못 나가게 막는다. 건아는 짜증과 떼가 부쩍 늘었다.  

"3월에 외출한 날이 딱 3일이더라고요. 저도 갑갑한데 아이는 오죽하겠어요. 날마다 애한테 죄짓고 사는 기분이에요.(건아 엄마)"

세연이도 로은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나쁜 공기 때문에 실내에서 지낸다. 놀이터 대신 종종 키즈카페에 간다. 키즈카페 입장료는 영유아 1만원, 어른 5천원 내외. 부담스런 비용이지만 갑갑해 하는 아이를 보면 안 갈 수도 없다.

"출산했을 때는 메르스 때문에, 그 뒤론 초미세먼지 때문에 바깥에 못 나갔어요. 2년 넘게 이렇게 사니까 집이 감옥 같아요.(로은 엄마)"

뿌연 하늘이 가슴을 답답케 한다. 꼭꼭 닫아둔 창문이 창살처럼 느껴진다. 나가자고 칭얼대는 아이를 보면 죄책감이 든다.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우울감으로 튀어나온다. 

어쩌다 날이 좋으면 엄마는 마음이 급해진다. 환기도 청소도 빨리 해야 한다. 창을 활짝 열고 생선도 마음껏 굽는다. 장도 몰아서 본다. 집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 아이를 데리고 어디라도 나간다. 많은 일을 공기가 나빠지기 전에 해치운다.  

"수치가 낮을 때 집안일과 야외활동을 몰아서 하다 보니 늘 몸살을 앓아요. 초미세먼지를 신경 쓰면서부터 생활이 병적이고 제한적으로 변했어요.(세연 엄마)"

건아 엄마는 초미세먼지 때문에 둘째를 포기했다. 하나 낳은 것도 후회스럽고 기침이 계속되는 것도 지겹다. 마스크를 쓰면 유별나게 보는 주위의 눈초리도 싫다. 건아 엄마는 이민을 알아본다. 하루라도 빨리 공기 좋은 나라로 가고 싶다. 세연, 로은 엄마도 떠나고 싶긴 마찬가지다. 현실 때문에 망설일 뿐이다.

연대를 만들다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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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이가 어린 지금은 초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갑갑하더라도 집에만 있으면 된다. 진짜 고민은 아이가 더 큰 뒤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진학을 생각하면 앞이 막막하다. 소풍이나 운동회 날 초미세먼지 수치가 높으면 어떻게 할까.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끼고 있을 순 없다. 그래서 엄마들은 카페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다.  

"엄마들에게 심각성을 알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에 수치를 공유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공기청정기 설치 서명운동도 참여합니다.(세연 엄마)"

미대촉(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카페는 회원이 5만2천명이 넘는다. 그 중 대다수가 아이 엄마다. 엄마들은 미대촉 지역게시판에 수시로 초미세먼지 수치를 올린다. 창문에 DIY 환기 필터 다는 방법, 아이에게 마스크 씌우는 요령도 공유한다.

'민원데이' 수요일마다 국민신문고에 초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민원도 넣는다. 같은 날, 같은 의견이 폭발적으로 몰리면 정부에서도 모른 척할 수 없으리라는 전략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원장을 만나 초미세먼지가 위험하다고 알린다.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면 얼마나 고통 받고 사는지를 토로한다. 정당이나 지자체 간담회도 참석하여 목소리를 낸다. 씨앗은 싹을 틔웠다.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새로 놓고, 공기가 나쁘면 야외활동을 취소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늘었다. 언론 보도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19대 대선에서 초미세먼지 대책이 중요한 공약으로 떠올랐다.

마음껏 숨 쉬고 싶다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4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주최 집회.
ⓒ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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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 일 미대촉 카페 주최로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3차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 작년 6월과 9월에 이은 세 번째 집회였다. 파주, 평택, 아산, 세종 등 다양한 지역에서 600여명이 참가했다. 2차 집회보다 약 3배 많은 인원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중국발 발암먼지 해결 대책을 촉구한다', 'WHO보다 2배 높은 미세먼지 수치 기준, 국제 기준에 맞춰라', '미세먼지 측정과 예보의 정확성을 개선하라'가 적힌 파란 손 팻말을 흔들었다.

젊은 부부들은 유모차를 밀며 구호를 외쳤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방송국 카메라가 이들을 담았다.

카페 운영진은 "1, 2차 집회 땐 언론사에 취재 요청을 해도 오지 않았다. 이번 집회에는 정치인도 오고 지상파와 종편, 신문사에서 취재를 왔다. 그동안 (초)미세먼지 심각성을 알린 보람을 느낀다. 여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정치권이 초미세먼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의 말보다 한 시민의 외침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맑은 공기 마시며 마음껏 숨 쉬고 뛰어노는 것이 진짜 행복임을 깨닫는다."

초미세발암먼지는 숨 쉴 권리를 빼앗아갔다. 이는 아이와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배원, 택배기사, 주차요원, 청소부 등 야외에서 일하는 이들은 발암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신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기 어려운 이들은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누구도 실내에서만 생활할 순 없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지난 주에 비가 시원하게 쏟아졌다. 탁한 공기를 씻어주는 고마운 비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섬뜩했다. 발암덩어리 먼지가 비와 섞여 농작물에 떨어지고 바다로 흘러갈 텐데. 곡식은 과일은 물고기는 괜찮을까. 먹을거리는 안전할까.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미세먼지 공약이 나왔다. 후보들은 한중 정상회담을 열어 주요 의제로 추진하겠다, 대기환경 기준을 강화하겠다,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공약으로 끝내지 않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날이 더워진다. 올 여름엔 제발 마스크를 벗었으면.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맞았으면. 아이가 땀 흘리며 뛰어놀았으면. 평범한 행복을 누릴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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